[PB견문록]"급부상한 스타트업 영리치…과감한 투자 특징"

부애리 2023. 5. 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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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과거 '부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나이 지긋한 모습의 기업 최고경영자(CEO)였다. 하지만 최근 이들의 자녀들인 2세대 '영리치'를 비롯해 스타트업 대표, 테크기업 임직원, 인플루언서까지 신흥 부자들이 급부상했다. 통상 금융권에서는 금융 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개인을 '부자'로 분류하는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40대 국내 영리치의 1인당 평균 총자산은 66억원에 달한다. 이 중 부동산이 약 60%, 금융 자산이 40%를 차지한다. 아시아경제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리치들이 많이 거주하는 강남 압구정에 위치한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의 경우 전통 부자들의 2세까지 포함해 고객의 25% 정도가 영리치다. 최근 몇년 사이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증가했고, 아직 비중이 크진 않지만 최근에는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까지 고객군도 과거에 비해 다양해졌다.

"합리성 추구…적극·과감 투자"

이경구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 지점장은 전통 부자들에 비해 최근 영리치들은 투자할 때 굉장히 과감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젊은 부자들은 부모세대보다 훨씬 합리적"이라며 "스스로 이해가 돼야 하고, 이해만 된다면 (투자에 대한) 액션이 굉장히 빠르다"라고 말했다. 박영란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 부장도 "영리치들은 리스크도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전통적인 부자들은 관계를 쌓은 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오픈하는 반면 영리치들은 처음부터 '이런걸 맞춰 줄 수 있냐'고 묻는 등 표현이 적극적인 편이고 아니라는 판단이 들면 바로 과감하게 '컷' 한다"고 말했다.

과거 부모들로부터 재산을 승계 받은 2세대들이 대세였다면 최근에는 부모의 배경 없이도 성공한 고객들이 눈에 띄는 추세다. 사업으로 성공한 영리치의 경우 굴리는 금액 단위도 훨씬 규모가 크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경우 투자금 유치 등을 통해 1000억원이 계좌에 꽂힌 경우도 있다. 이 지점장은 "은행 생활을 오래해도 1000억 단위는 잘 볼 수 있는 숫자가 아닌데도 한창 투자가 활발하던 몇년 전부터 빈도수가 많아졌다"고 했다. 이들은 전통 부자들이 낯설어하는 투자 방식인 비상장법인이나 엔젤투자(스타트업에 필요한 자금을 대고 주식을 받는 투자형태)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박 부장은 "본인들이 창업해서 부를 이룬 신흥 부자들의 경우에는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산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결정한다"면서 "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투자처가 다양해지고 시장 변동성을 적극 활용한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영리치들은 절세 등 합리성을 따져 이민을 택하는 등 놀라울 정도로 과감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지점장은 "자산·승계나 사업아이템 등을 위해 이민을 선택하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며 "올드리치들은 실행하기 쉽지 않은 일도 영리치들은 엄청 적극적인 편"이라고 덧붙였다.

"커뮤니티서 정보 공유…부동산은 빌딩 선호"

과거 의사 등 전문직들이 서로 간의 정보 교환을 하는 커뮤니티가 있었다면 요즘엔 테크기업이나 스타트업 창업자 등 신흥 부호들의 커뮤니티에서 정보 교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들은 학연이나 사업 인맥 등으로 연결된 경우가 많다. 블록체인이 생소했던 시절, 스타트업 계의 고객이 PB에게 관련 개념을 설명해 준 적도 있다고 한다. 이 지점장은 "비상장 투자의 경우 오히려 그들만의 리그를 통해 고급 정보가 더 많을 때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렇다보니 영리치들을 상대하기 위해 PB들도 백데이터를 더 풍부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일이 많아졌다. 박 부장은 "2세대 영리치들의 경우에도 과거에는 부모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직접 자산증식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본인들 스스로가 가진 정보를 활용해서 적극적으로 자산을 증식하려는 성향을 보인다"고 부연했다.

영리치들은 부동산 투자에 있어서는 전통 부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체로 임대 수익이 나는 부동산에 전체 자산의 50~60% 정도는 담으려고 하는 특징을 보인다. 다만 주택이나 토지보다는 빌딩에 대한 선호가 높다. 거주할 주택에 대해서는 많은 조언을 구하지만 주택을 투자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영리치들은 거주 지역으로는 강남구 압구정을 비롯해 최근에는 고급 주택들이 밀집한 용산구 한남동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경구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 지점장(왼쪽)과 박영란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 부장

"유동성·집요한 정보 수집"

또 PB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영리치의 특징은 자신의 직업이나 전공 외에도 다양한 방면에 대해 호기심이 많고, 어떤 분야도 마스터하려는 집요한 성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박 부장은 "영리치들은 자신의 직업이나 전공 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방면에 관심이 많고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려 한다"고 말했다.

PB들은 투자에 대한 조언으로 '유동성'을 강조했다. 박 부장은 "영리치들은 자금이 묶이는 것보다 투자 기회가 왔을 때 유동화해서 하기 좋은 상품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반 투자자들도 기회를 가질 수 있으려면 유동성이 있어야 한다"며 "모든 자금을 올인하는 것이 아니고 감당할 정도의 범위 내에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보는 경험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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