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케어’ 띄우는 尹정부…“흩어진 바이오헬스 통합관리 필요”
‘빠른 성과 도출 위한 단기 정책’ 우려도
“바이오헬스 전략 보완해 나가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바이오헬스 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소식이 하나둘 전해지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바이오헬스 중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비교적 빨리 끌어낼 수 있는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큰 반면 시간과 지원이 많이 드는 제약바이오 육성은 제자리걸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5월10일 출범 이후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10대 국정과제로 선정하며 대대적인 지원책들을 쏟아냈다. 그 중에서도 비대면 진료, 의료 마이데이터, 디지털치료기기 등 의료 제품이나 플랫폼 개발 속도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속속 마련됐다.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윤 대통령은 제약바이오 기업 14곳과 함께 디지털헬스케어 기업 7곳을 동행시키기도 했다. 특히 의료 인공지능(AI), 비대면 진료 플랫폼, 웨어러블, 의료로봇 등을 연구·생산하는 의료기기 기업을 대동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방미 일정 가운데 이뤄진 ‘한미 디지털·바이오헬스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국내 디지털헬스케어 기업들이 미국 기업들과 협력을 맺을 수 있도록 교류의 장을 열어줬다.
제약, 바이오, 의료기기를 아우르는 바이오헬스 산업 가운데 디지털헬스케어 분야를 이끄는 정부의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빠른 성과 도출’을 도모하려 한다는 분석이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A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바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성공하더라도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기나긴 숙성기간이 필요하다. 윤 정부가 막대한 투자를 하더라도 임기 동안 성과가 있을 거라 장담할 수 없다”며 “반면 디지털헬스케어는 투자 대비 가성비가 높고 성과 도출이 빠른 산업이다. 한국이 IT 강국인 점을 고려해 세계 시장에서 리더가 될 가능성을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약 개발에 대한 시간적·비용적 투자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들 간 차세대 먹거리로 디지털헬스케어를 점찍는 분위기가 짙어졌다. 의료기기, 디지털 플랫폼 등은 임상 기간도 짧고, 의료 전반에 적용 가능할 만큼 유동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국내 의료기기 진단업체들이 고품질 저가 제품을 신속히 개발해내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의료기기는 하나의 브랜드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이에 비해 신약 개발 분야에서 국내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2000년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신약을 배출해낸 국내 상황과는 달리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100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실패와 성공을 겪으며 경험을 쌓았고, 전 세계 상대로 약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 투자 금액 규모도 국내와 비교해 5~10배 이상을 웃돈다. 국내 기업이 이를 따라가려면 장기적인 신약 개발 로드맵과 안정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이번 정권이야말로 새로운 정책 전략을 세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놓여있는 만큼 단기적 정책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약바이오업계 B관계자는 “신약은 장기 투자 대비 가시적 결과가 돌아오지 않으니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다른 사업 분야를 개발하고자 하는데 이번 정부도 마찬가지”라며 “임기에 따른 단기적 지원책만 제시되고, 담당 부처도 매번 달라져 제약바이오 산업 성장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부처별로 끌고 가려는 규제안이 달라 연속성이 부족하고 규제가 기술력을 따라오지 못해 언제나 외국계를 뒤쫓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제약바이오, 의료기기 모두 조금씩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흩어져있는 분야와 부처를 하나의 거버넌스로 통합해 관리해야 한다”며 “이번 정부가 내세운 바이오헬스 신전략 같은 경우 목표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이전 정부의 정책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어떻게’ 달성해 나갈 것인지 다시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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