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관리하던 직원 한명이 2000대 관리…AI기업 쏘카 놀라운 변화 [트랜D]
김상우 쏘카 데이터비즈니스 본부장 인터뷰
2000대. 쏘카에서 차량 정비 직원 한명이 담당하는 차량 대수에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혼자서 50대를 관리하기도 버거웠대요. 쏘카가 인공지능(AI)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생겨난 변화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AI는 세차, 가격 책정, 차량 배치까지 담당하고 있어요. 이런 변화에 기여한 사람은 바로 김상우 쏘카 데이터비즈니스 본부장입니다. 김 본부장은 글로벌 커플 앱 ‘비트윈’의 개발사 VCNC의 공동창업자이기도 해요. 쏘카가 VCNC를 인수한 이후 쏘카에 합류해 데이터 사업을 이끌고 있습니다. 특히 데이터를 활용해 AI로 다양한 비즈니스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데요. 그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Q : 쏘카가 그리는 비전은?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이동하는 세상”이 쏘카의 비전입니다. 쏘카는 이미 수년 전부터 슈퍼 앱 전략을 취했어요. 공유 자전거, 주차장 서비스를 플랫폼 안으로 들여왔어요. 자율주행차 공유 플랫폼으로 진화도 꾀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10여대의 자율주행 공유차를 테스트할 계획입니다. 내 차가 없어도 편리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여러 가지 교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날 겁니다. 그만큼 고객 경험도 더욱 편리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Q : 기술조직의 목표는.
‘기술과 데이터로 모빌리티 산업을 혁신하자’입니다.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에 집중해 더 질 좋고, 더 저렴한 서비스를 만들려는 거지요. 차량에서 담배 냄새가 나서 아쉬운 경우가 있잖아요. 만약 차량 내부의 담배 연기를 인식하거나 세차가 필요한 차량을 선별할 수 있는 AI 기술이 개발된다면 어떨까요? 항상 깨끗한 상태의 차량을 이용할 수 있겠죠. 뿐만 아니라 더 저렴한 차량, 더 근처에 있는 차량을 이용하게 될 수도 있고요.
Q : 쏘카가 개발한 AI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쏘카 AI는 다양한 모델과 기술이 결합한 AI 모델의 집합체입니다. 우선, 차량 사진 분류 모델을 통해 다양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올린 차량 사진을 보고 지저분한 차량을 선별해 세차 지시를 내릴 수 있습니다. 세차 완료된 차량 검수도 하고요. 차량 사고나 파손 영역까지 관장합니다. 누가 사고를 냈는지 추적하고, 수리 요청까지 AI가 모두 도맡아 처리하죠.
STT(Speech to Text) 음성인식 모델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도로나 주차장 등 소음이 많은 곳에서 고객 문의가 많은 편인데, 시끄러운 상황에서의 대화도 높은 정확도로 변환할 수 있죠. 국내 대표 AI만큼이나 음성인식 성능이 뛰어납니다. 언어를 처리하는 모델도 쏘카 도메인 내에선 챗GPT만큼 이해도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 AI 세차 서비스 기술이 얼마나 효과를 거뒀는지.
예전에는 매주 모든 차량을 세차했습니다. 더럽지 않은 차량도 세차하거나, 반대로 차가 더러운데도 세차하려면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기도 했습니다. 비효율적이었죠. 쏘카에선 매일 고객이 찍은 10만장의 차량 사진이 등록됩니다. 쏘카 AI는 그걸 딥러닝 기술로 학습했어요. 사람이 일일이 차량 사진을 확인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오염도 판별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젠 더러운 차량을 선별해 바로 세차 지시를 내립니다. 깨끗한 차량은 굳이 세차하지 않습니다. 서비스의 질은 좋아지고 불필요한 비용은 줄일 수 있게 된 겁니다. 차량 내 담배 연기를 감지할 수 있는 디바이스를 시범 도입하고 있습니다. 차량에서 흡연하면, 이 상황이 모니터링되고 있다고 경고하는 멘트가 나오는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Q : 쏘카존마다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던데.
각 쏘카존의 수요를 예측해 최적의 가격을 책정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 시스템입니다. 때에 따라 어떤 곳은 약간 비싸지고, 어떤 곳은 저렴해지기도 합니다. 고객은 합리적인 가격에 주머니를 열고, 쏘카 매출은 더욱 커지는 최적 지점을 수학적 모델을 기반으로 찾아가는 시스템입니다. 과거엔 쏘카존마다 담당 매니저가 가격을 결정했습니다. 이젠 AI가 더 빠르고 적절한 가격을 찾아주니, 매니저는 다른 일에 시간을 쓸 수 있죠.
전국의 쏘카존 4000개, 차량 2만대 가격을 AI가 모두 관리합니다. 과거 수요와 실적을 반영해 매주 차량을 최적의 존에 배치하죠. 쏘카존을 설치하는 주차장도 데이터 기반으로 결정합니다. 과거에는 유동인구 등 다른 데이터를 참고했지만 지금은 내부 데이터가 충분한 상황입니다. 이미 전국에 촘촘하게 쏘카존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죠.
Q : 쏘카도 티맵처럼 운전점수가 있던데.
통상 모빌리티 서비스들은 급가속·급감속 횟수로 운전점수를 산출합니다. 이런 수치보다 쏘카의 운전점수는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10여년 동안 축적한 20만건의 사고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죠. 쏘카 차량에 장착된 센서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수집한 데이터를 학습하는 딥러닝 모델을 개발했어요.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사고가 나는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겁니다.
보험사와 제휴 논의도 하고 있습니다. 첫차를 사면 보험료가 상당히 비싼데요. 만약 쏘카에서 능숙하고 안전한 운전을 했다면 보험료를 덜 내게 만드는 겁니다. 보험사도 사고를 안 낼 고객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게 되고요. 티맵이 운전점수가 좋으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데, 쏘카 운전점수가 더 정확한 만큼 더 큰 할인과 혜택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Q : 쏘카가 데이터를 적극 반영하게 된 계기는.
쏘카는 데이터로 이야기하는 문화가 뿌리 깊게 정착돼 있었어요. 초기 창업자의 강력한 철학 덕분입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활용하는 시스템이 없었고, 데이터 자체도 정리가 안 돼 있었죠. 초창기엔 서로 가져온 데이터가 달라 이를 맞추는데 회의 시간의 절반을 썼다고 합니다. 똑같이 매출 데이터를 뽑아와도 어떤 팀은 법인차량을 제외하고, 다른 팀은 모든 차량을 포함하는 식이었죠.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지만 모든 구성원 사이에서 악착같이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문화는 저변에 깔려 있었어요.
Q : 쏘카의 데이터 시스템을 어떻게 바꿨는지.
저는 5년 전 쏘카에 합류한 뒤 모든 팀이 데이터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힘썼습니다. 쏘카에서는 데이터 처리 언어로 SQL(Structured Query Language·구조적 쿼리 언어)을 사용하는데요. 기존에는 데이터베이스에 특정 정보를 요청하는 쿼리(query)가 수백줄에 달했던 걸 이젠 5~10줄이면 가능하게 했죠. 쏘다마켓(쏘카 데이터 마켓)라는 사내 서비스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데이터가 산출되는 기준과 집계 현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 모두가 일관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됐죠.
Q : 현재 데이터 활용 수준은.
이제 쏘카 구성원 400여명 가운데 절반이 데이터를 직접 산출합니다. 데이터 친화적인 문화가 자리 잡은 덕분에 모두가 데이터 전문가처럼 일하는 거죠. 제가 외부에서 발표하거나 인터뷰할 때 ‘쏘카는 데이터 회사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데이터로 일하는 문화를 바탕으로 그 이상의 도전도 진행하고 있어요. AI를 도입한 완전 무인화, 데이터 기반 자동화 오퍼레이션 등 더 진화한 업무 시스템을 만들려 하고 있죠. 앞으로 SocarAI의 기술력을 높이면서 AI를 실용적으로 활용하는 회사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SocarAI 기술력을 발전시켜서 AI 활용에 관심 있는 기업들에 노하우나 모델을 제공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Q : 기업들이 AI를 성공적으로 도입하려면.
AI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것도 도전이지만, 업무에 도입하는 것은 더 큰 도전이죠. 로켓 실험과도 비슷합니다. 어려운 기술들을 조합해야 하고, 수많은 실패를 거치며 마지막 단 한 번의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거죠. 그럼에도 기업들은 계속해서 AI 프로젝트를 진행해나갈 겁니다. 기술을 발전시켜 효율성을 추구하는 게 기업의 생리니까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나올 겁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극단적인 목표를 가진 AI 프로젝트의 성공률이 높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직원의 업무를 보조하겠단 목표보다는 모든 업무를 다 대체하겠다는 AI 프로젝트가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Q : 극단적 목표를 가져야 하는 이유는.
업무 보조에 초점을 맞추면 불확실한 영역이 더 늘어납니다. 직원의 태도나 감정까지 고려해야 하죠. 지금 하는 일이 바쁘거나 AI에 반감이 있어 AI 프로젝트 참여하기 싫을 수도 있고요. 일하는 방식이 아직 최적화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를 확정 짓고 분류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업무의 무인화를 목표로 AI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절반의 성공만 거둬도 업무 보조 정도까지는 이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박이담 기자 park.id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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