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그룹 이어 80년대생 김남국까지…'위선논란' 野, 광주도 흔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1년 앞두고 도덕성 문제와 직결된 ‘겹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쏟아지던 ‘부패정당’ 비판에 이어, 김남국 의원의 수십억원대 가상화폐(코인) 보유 논란으로 ‘위선 프레임’까지 뒤집어쓴 형국이다. 당 안팎에선 2019년 '조국 사태'보다 더 위기라는 진단까지 나온다.
①위선이 된 ‘친서민’
2020년 38살의 나이로 국회에 입성한 김남국 의원은 ‘가난한 청년’ 이미지를 내세웠다. 그는 2019년 한 유튜브 방송에서 “매일 라면만 먹는다”고 말했고, 2020년 8월엔 페이스북에 낡은 운동화 사진을 올리며 “구두 대신 운동화 신고 본회의장에 간다”고 적었다. 자신의 처지를 강조하며 지지자에게 정치후원금을 요청한 것도 수차례였다.
그런 그가 한때 수십억원에 달했던 가상화페를 보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국민의힘에선 “후원금을 구걸하며 보여준 ‘약자 코스프레’의 이중성에 입을 못 다물고 있다”(유상범 수석대변인), “구멍 난 3만원짜리 운동화를 신는다더니 역시 민주당의 내로남불 DNA”(전주혜 원내대변인)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실 ‘위선 논란’은 민주당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정치인에게 따라다니는 꼬리표였다. 이를 반영하듯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일 돈 봉투 사건 당사자인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해 “청빈까지 말하기는 거창하지만, 물욕이 적은 사람임은 보증한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전통적으로 국민의힘은 경제적 유능함이, 민주당은 도덕성이 핵심 덕목이었다”면서 “깊은 내상을 입은 민주당으로선 강력한 조치를 내놔야 지지층 이탈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②독이 된 ‘정치 검찰’ 구호
민주당에서 도덕성 논란이 일 때마다 ‘정치 검찰’ 프레임을 앞세우는 대응 방식이 일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 전 대표는 2일 서울중앙지검 앞 기자회견에서 돈 봉투 사건을 “검찰의 정치 기획 수사”로 규정했다. ‘이정근 녹취록’으로 재판에 넘겨진 노웅래 의원도 “기획된 야당 탄압”이라는 논리를 댔다. 김 의원 역시 6일 자신의 코인 논란을 “한동훈 검찰 작품”이라고 규정했다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누구도 거액의 김치 코인을 사라 한 적도, 금융당국에 적발되라 한 적도 없다”는 비판을 들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옛날엔 민주당이 검찰 이야기를 하면 ‘검찰의 작전인가’ 의심을 했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런 식의 전략들이 희화화되고 있다”며 “스스로 신뢰를 다시 쌓아 올리는 게 민주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돈 봉투 의혹부터 코인 논란까지 당사자 해명에만 기댄 채 진상 조사를 벌이지 않는 당 지도부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자정 기능도 상실했다”(초선 의원)는 비판이 나온다.
③코어 지지층 ‘흔들’
잇따른 도덕성 논란이 민주당 핵심 지지층 이탈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갤럽의 2~4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핵심지지층으로 꼽히는 40대의 지지율은 36%로, 일주일 전(58%)보다 22%포인트 추락했다. 텃밭인 광주·전라 지역 지지율도 62%→54%로 추락했다.
특히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은 아직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의 ‘2022년 하반기 가상자산 실태조사’에 따르면, 투자자의 절반 이상이 30대(30%)와 40대(28%)로 민주당 핵심 지지 연령대와 일치한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2040세대가 매우 예민한 이슈”라며 “김 의원이 자꾸 말을 바꾸면서 파장을 가늠할 수 없게 했다”고 지적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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