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 먹으면 동물학대? 암생존자만 문화상품권? '황당법안' 속출 [尹정부 1년, 무능 국회]

김다영 2023. 5. 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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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옥(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접견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내년 4·10 총선이 다가오면서 국회의원이 발의한 의원입법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부터 8일까지 약 4개월 간 국회의원이 발의안 법안 수는 237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22년 1월 1일~5월 8일) 1181건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총선이 1년이 채 남지 않으면서 실적을 쌓기 위한 법안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단순히 보여주기식 법안이 많을뿐 아니라 다른 법과 충돌하거나 국내 여건에 맞지 않아 국회 문턱을 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법안도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지난 1월 30일 법으로 보호하는 동물의 대상을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에서 ‘동물’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이 동물의 범위에 파충류·양서류·어류 등은 포함하지 않아 점차 넓어지고 있는 반려동물 수요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윤 의원이 법안에 보호받을 동물을 단순히 ‘동물’로 규정하는 바람에 이 법에 통과되면 무척추동물인 조개·오징어 등도 보호 대상에 포함될 수 있게 된다. 현행법 10조의 동물학대 금지 조항과 결합될 경우 자칫 “동물학대 대상에 해산물을 산 채로 먹는 것이 해당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생선회 등 살아있는 수산물을 식재료로 이용하는 우리의 식문화 등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 측은 “식용이 아닌 어류를 반려동물로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80%를 넘어서는 사회 흐름을 반영하기 위한 입법”이라며 “세부사항은 시행령·시행규칙을 통해 조정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28일 암 생존자에게 문화이용권을 지급하는 내용의 ‘암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암 환자의 빠른 사회 적응 및 복귀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등을 중심으로 “다른 중증질환자와 형평성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다른 질환을 앓거나 사고를 당하고 복귀한 환자에게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차별이 될 수 있어서다. 게다가 실제 입법화되면 연평균 134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면서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 법안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문화이용권을 지급해야 하는 문화체육관광부도 “국가행정기관 간의 직무 범위를 정한 정부조직법에도 맞지 않는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의원이 법안 발의 뒤 여론의 뭇매를 맞고 곧바로 철회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지난달 17일 사회복무요원이 연속 3회 이상 복무를 이탈을 하거나 근무 중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을 때 현역병 입영 처분을 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했다. “현역병을 범죄자 취급한다”거나 “군대가 공익을 벌 주는 곳이냐”는 비판 여론이 들끓자 서둘러 법안을 거둬들인 것이다.

이용선 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8월 반려동물이 아플 경우 최장 5일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남녀 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철회했다. 반려동물을 돌보기 위해 휴가를 제도화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데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직장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판 여론이 커지 이를 수용한 것이다. 당시 온라인에선 “고생해서 일하는 사람도 휴가를 못가는 마당에 무슨 반려동물이 아프다고 휴가냐”는 성난 댓글이 이어졌다.

국회 입법조사처장을 지낸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원 평가지수에 입법 건수가 들어가다 보니 실적을 위해 법안의 질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많이 발의하는 경향이 있다”며 “법안 사전영향평가 등을 거쳐 질적으로 높은 법안이 발의될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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