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홀로 고심 후 “가슴 아파” 발언… 대통령실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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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등 과거사와 관련해 개인 심경을 언급한 것은 기시다 총리의 본인 결정이었던 것으로 8일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5년 과거사와 관련한 일본의 추가 사죄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낸 뒤 '사과'라는 말은 일본 내에서 거의 금기어나 다름없었다"며 "기시다 총리가 그 상황에서 '가슴 아프다'는 말까지 언급한 것은 대단한 용기"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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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들 시나리오 제안에 “맡겨 달라”
대통령실 ‘저자세 외교’ 해소 기대
양국 정상, 日 지진 고려 음주 자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등 과거사와 관련해 개인 심경을 언급한 것은 기시다 총리의 본인 결정이었던 것으로 8일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공동기자회견에서 “당시 혹독한 환경 아래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대단히 고통스럽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시적인 사과·사죄 입장을 표명한 것은 아니었고 또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한 것이었지만, 기시다 총리가 지난 3월 도쿄 한·일 정상회담에 비해 과거사 문제에 보다 진전된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한국을 방문하기 전 일본 참모들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정리해 기시다 총리에게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 맡겨 달라”며 홀로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5년 과거사와 관련한 일본의 추가 사죄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낸 뒤 ‘사과’라는 말은 일본 내에서 거의 금기어나 다름없었다”며 “기시다 총리가 그 상황에서 ‘가슴 아프다’는 말까지 언급한 것은 대단한 용기”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3월에 큰 결단을 했기 때문에 자신도 성의 있게 호응해야 한·일 관계가 미래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 관련 심경 발언을 소인수회담에서 윤 대통령에게 처음 꺼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이 먼저 여기에 대해 요구한 바가 없는데, 먼저 이렇게 진정성 있는 입장을 보여줘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을 접견하면서 “기시다 총리가 방한을 앞두고 너무 부담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사 문제 호응 조치에 대해 압박을 받고 있던 기시다 총리를 배려한 발언이었다. 이후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양국 참모진 간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기시다 총리는 3월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 발표와 윤 대통령의 전격적인 방일 뒤 한국 결단에 화답해야 한다는 일본 국내외 여론에 직면했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외교에서 100%를 얻어낼 수는 없다”며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심경 발언이었고, 한·일 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내부는 고무된 분위기다. 기시다 총리의 조기 답방이 실현된 데 이어 과거사 관련 심경 발언까지 나오자 그간 정부를 괴롭힌 ‘저자세 외교’ 논란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다만 대통령실은 관저 초청 만찬 등 한·일 정상 부부의 친교행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한·일 정상의 2차 만찬이 화제가 됐던 지난 3월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이는 지난 5일 일본 이시카와현 북부에서 발생한 지진을 고려한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실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만찬에서 음주를 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일본 지진 피해 상황을 고려해 양국 정상은 음주를 최소화했다”며 “관저 공연 행사도 소규모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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