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골드라인과 공짜버스

남혁상 2023. 5. 9. 04:0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강신도시에서 김포공항까지 23㎞ 남짓한 구간을 오가는 김포도시철도는 2량짜리 초미니 경전철이다.

노선색이 금색이라 김포골드라인으로 불린다.

김포골드라인은 당초 경전철이 아닌 6~10량짜리 중전철로 계획됐다.

그 결과 2019년 개통한 김포골드라인은 '지옥철'이 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남혁상 사회2부장


한강신도시에서 김포공항까지 23㎞ 남짓한 구간을 오가는 김포도시철도는 2량짜리 초미니 경전철이다. 노선색이 금색이라 김포골드라인으로 불린다. 국비 지원 없이 기초자치단체 예산만으로 건설한 첫 도시철도다.

김포골드라인은 당초 경전철이 아닌 6~10량짜리 중전철로 계획됐다. 도시철도법상 도시철도 건설 비용은 정부와 지자체가 6대 4 비율로 분담한다. 국비 지원을 받으려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해야 한다. 한꺼번에 많은 인구가 유입된 김포시는 마음이 급해졌는지, 예타가 필요 없는 방식을 택했다. 도시철도 총사업비 1조5000억원 중 1조2000억원은 한강신도시 입주민들의 교통분담금, 3000억원은 시 예산으로 충당했다. 시는 역 위치를 변경하고 열차를 4량으로 편성하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그러다 예산이 부족해지자 열차를 2량으로 줄였다. 승강장 역시 2량 열차에 맞춰 축소했다. 그 결과 2019년 개통한 김포골드라인은 ‘지옥철’이 됐다. 열차를 추가로 연결하기도, 승강장을 넓히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올 3월까지 150건 넘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사회적 이슈가 되자 정부와 수도권 지자체들은 여러 대책을 발표했다. 상당수는 몇 년씩 소요된다. 그때까지 시민들은 숨쉬기 어려운 출근길 열차 속에서 시달려야 한다. 정확한 수요 예측이나 꼼꼼한 재원 마련 계획도 없이 교통 인프라를 건설한 결과다.

수도권 광역교통시설 역시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기는 마찬가지다. 감사원은 얼마 전 정부가 혼잡도 개선 효과 등을 고려하지 않고 지자체의 찬성·반대 여부에 따라 광역도로 노선을 정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수도권 교통축 일부가 혼잡해 광역도로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분석이 있었지만 민원 등을 우려한 관할 지자체의 반대 때문에 정부가 도로를 계획에서 제외한 것이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 상황은 어떨까. 수도권 일극체제 부작용은 여기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역과 지역을 잇는 교통망은 느슨하다 못해 끊어지기 직전이다. 소도시와 농어촌 주민들은 병원에 가기 어렵고 문화생활을 하기도 쉽지 않다. 지방에 살기 싫다는 청년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지속적인 인구 유출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시외버스 노선이나 시외버스터미널도 몇 년 사이 속속 사라지고 있다. 대중교통수단이 부족한 지역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지방 교통망은 이제 붕괴 위기라는 우려가 나온다. 오가는 사람이 줄면 교통 인프라는 열악해지고, 다시 인구가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열악한 지역교통이 지역소멸을 더욱 부채질하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이젠 기존 접근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경북 청송군이 올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무료버스는 눈여겨볼 만한 제도다. 주민들은 물론 타지 사람들도 버스를 무료로 타면서 조용하던 지역에 활기가 돌고 있다. 청송군은 무료버스 도입에 예산 3억5000만원을 투입했다. 기존 교통 수요를 기반으로 수요 증가폭까지 꼼꼼히 추산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투입 예산보다 훨씬 큰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일반화는 시기상조다. 지자체에만 맡겨둘 수도 없다. 다만 정부가 소멸위기 지역 중 몇 곳만이라도 지정해 교통약자를 위한 이런 제도를 시행해보면 어떨까. 재정 부담은 지역소멸이라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큰 문제가 아닐 듯하다. 정부는 생활인구 개념 도입, 활력타운 조성 등에 나섰지만 사회적 기본권인 이동권 보장 없이는 지역소멸 대응책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 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보편적 복지 차원의 공짜버스. 치밀한 수요 예측이 수반된다면 한번 시도해 볼 만하지 않은가.

남혁상 사회2부장 hsna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