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판매 1위 라면 찍고 싶던 소망 10년 만에 이뤄지던 날 많이 울었죠”

박효진 2023. 5. 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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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식당 스크립트] <3>
음식 사진 연구소 ‘토라이 리퍼블릭’
김지훈 추장·송은경 족장
"남들과는 차별화된 '또라이' 같은 사진을 찍기 위해 오늘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음식 사진 연구소 '토라이 리퍼블릭' 홈페이지에 적힌 소개 글이다. 김지훈(44) 추장과 푸드 스타일리스트 송은경(46) 족장은 요리를 재료 삼아 자유로운 사고와 기발한 상상, 독창적인 작업으로 유명 외식 브랜드들이 앞다퉈 찾는 작가들이다. 국내 내로라하는 치킨 브랜드부터 식음료 등 대중의 식욕을 자극하는 광고, 메뉴의 사진이 두 사람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식 업계의 마음을 사로잡은 두 사람이 최근 더미션 유튜브 콘텐츠 '복음식당'을 방문했다. 음식 사진을 잘 찍는 팁부터 복음식당 주인장 '홍카주'(홍익대학교 인근의 카페 주인을 닮은 이미지로 붙여진 별명)로 불리는 임형규 라이트하우스서울숲 목사의 평범한 요리도 멋지게 탈바꿈시킨 그 특별했던 현장을 소개한다.

임형규 라이트하우스서울숲 목사와 김지훈(오른쪽) 추장, 송은경(왼쪽) 족장이 최근 서울 서초구에 있는 토라이 리퍼블릭 음식 사진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더미션 유튜브 채널 ‘복음식당’ 콘텐츠 촬영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환하게 웃고 있다.

홍카주(이하 홍)=(똑똑) 어서 오세요. 음식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분들 앞에서 오늘 요리(야키소바)를 하려니 무척 긴장되지만, 사진으로 잘 살려주실 거라 믿습니다. 그런데 두 분은 왜 추장 족장이라고 부르시나요?

족장(이하 족)=처음에는 저희도 실장, 팀장이라고 불렀어요. 새로운 크루가 들어왔는데 갑자기 대리님 하기가 너무 어색하더라고요. 직원들이 각각 개성에 따라 별명을 짓고 추장 족장 촌장 난민 등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홍=어떤 계기로 음식 사진을 찍게 됐나요?

추장(이하 추)=경영학과 전공으로 사진은 전혀 배운 적 없어요. 뉴욕으로 어학연수를 갔는데 아름다운 풍경과 여러 가지 것들을 담기 위해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했죠. 그러다가 직접 만든 요리를 찍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는데 사람들이 너무 재밌어하는 거예요. 그 반응에 신나서 사진을 공부하게 됐어요. 내 심장을 두드리는 일을 만나 꿈을 꾸게 된 건데 음식 사진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많은 세상으로 점점 변해오더군요. 족장과는 한국으로 돌아와 교회에서 사진 봉사를 하며 만난 것이 인연이 됐어요.

홍=음식 사진을 한 장 찍기 위해 어떤 노력과 시간이 투자되나요?

추=치킨 촬영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치킨을 튀긴 뒤 바삭하게 보이기 위해 선풍기로 완벽하게 식혀줍니다. 그런 뒤에 바닥재를 깔고 음식 세팅하고 소품 놓고 앵글 잡고 조명 맞추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효과를 위해 스팀다리미나 화염방사기를 사용해 촬영을 하면 멋진 사진이 탄생하죠. 1시간 30분 정도 작업이 소요되지만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따라 4시간까지 걸리기도 합니다.

홍=매우 흥미롭네요. 작업을 하다 보면 ‘이 브랜드는 대박 나겠다 혹은 망하겠다’ 이런 감도 오나요?

추=그럼요. 기업 CEO와 대화도 해보고 삶의 철학을 옆에서 지켜보면 ‘여긴 꼭 성공하겠다’ 싶은 곳이 있어요. 몇 년 후에는 정말 대중에게 큰 사랑받는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가 많아요. 그럴 때면 저희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홍=드디어 음식이 완성됐습니다. 아마추어와 프로가 어떻게 차이 나는지 음식을 세팅하고 사진을 찍어보겠습니다.(찰칵) 음식 사진 잘 찍는 팁을 좀 알려주세요.

추=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을 때 렌즈를 먼저 깨끗이 닦아줍니다. 그리고 음식에도 앞과 뒤가 있습니다. 그릇을 한 바퀴 돌려보며 가장 이쁜 곳을 택합니다. 식탁 모서리를 이용해 공감감을 더 해주면 훨씬 더 예쁜 그림이 나올 수 있습니다.(찰칵)

임 목사가 휴대전화로 찍은 야키소바 요리 사진(왼쪽)과 푸드스타일리스트 송 족장의 손을 거쳐 플레이팅 된 요리를 김 추장이 촬영한 같은 음식 다른 사진.


홍=와, 두 분의 사진을 보니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을 되새기게 됩니다.

족=맛있게 먹겠습니다.

홍=특별히 애착 가는 브랜드가 있나요?

추=처음 음식 사진 일을 배우고 시작하면서 ‘전 세계 어느 슈퍼마켓을 가도 볼 수 있는 음식 사진을 남기고 죽고 싶다’는 다짐을 했어요. 그런 제품을 찾아보니 전 세계 판매 1위가 국내 모기업의 라면이더군요. 돈도 없고 비참했던 어느 날 우연히 그 기업 앞을 지나다가 하나님께 꿈을 이뤄달라고 기도했어요. 그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나 그 기업에 미팅하러 가던 날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말도 안 되는 꿈이라도 반드시 꿈을 꿔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 꿈을 심어 두면 언젠가 꼭 열매 맺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홍=다른 저작물에 비해 음식 사진이 저작권 보호 수준이 낮다고 들었습니다.

족=외국의 경우 햄버거 브랜드의 사진을 한 장 찍으면 사진 한 장 곱하기 매장 수의 가격을 측정해 금액을 산출합니다. 또 연간 계약을 통해 그 사진을 다시 사용할 때마다 저작권료를 받게 돼 있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진에 대한 보호법이 약해 저희가 찍은 사진 한 장으로 몇천 개의 지점, 해외 진출해도 사용됩니다. 사진 저작권에 대한 우리 사회, 기업의 인식이 조금은 향상되길 기대합니다.

홍=앞으로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추=사진뿐 아니라 음식 영상도 전문으로 하는 토라이 리퍼블릭을 꿈꿉니다. 더 나아가 복음식당처럼 외식업계에서 우리의 브랜드를 창출하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습니다.

홍=그때 꼭 저를 주방장으로 취업시켜주시길 바랍니다. 귀한 시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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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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