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세 오른 K컬처, 더 높게 비상하려면…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은 K컬처의 성공 요인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기술적으로 보면 SNS를 매우 잘 활용했고, 주제 측면에서 보면 모든 문화권의 공감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먼저 SNS 기술 활용 면에서 살펴보자. K팝 성공의 대명사인 BTS 이전에도 박진영과 방시혁이 원더걸스와 비를 내세워 서구 대중음악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K팝 수준이 낮아서도 아니었고 고객이 좋아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서구 음악 시장을 주무르는 힘 있는 중간매개자가 K팝을 지지하지 않아서, K팝이 고객에게 선보일 기회가 차단됐기 때문이었다.
■
「 SNS 활용과 보편적 주제 적중
AI 등 디지털 전환에 올라타야
콘텐트 통합 플랫폼 구축 필요
」
하지만 BTS부터는 그런 중간매개자를 건너뛰고 유튜브 같은 SNS를 통해 고객과 직접 접촉을 시도했다. 그러면서 중간매개자 역할이 미미해지고, K팝이 고객에게 사랑받기 시작했다.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기술이 K팝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 된 것이다.
모든 문화권에서 공감을 받았다는 측면에서 보자. 다른 문화권의 고객이 접해보고 공감하기 어려운 주제는 설령 표현이 우수하고 예술성이 높아도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기 쉽다. K컬처의 성공을 위해서는 예술성 이상으로 세계가 공감하는 대중성이 중요하다. K컬처는 그런 대중성을 잘 표현했다는 것이다.
K컬처의 두 가지 성공 요인을 경영 분야 언어로 표현하면 ‘디지털 전환’과 ‘융합 확장성’이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콘텐트 유통 비즈니스 모델을 디지털로 전환해 중간자가 필요 없는 고객과 직접적인 접촉이 가능하다. 모든 문화권에서 공감하는 주제를 제시해 문화 융합을 이루면 고객 확장성을 넓힐 수 있다.
문화는 상대적이기에 K컬처가 다른 문화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은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K컬처가 앞으로도 대중적 경쟁 우위를 지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이제 세상은 물리적 세계와 가상 세계가 공존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앞으로 세상의 주축이 될 MZ세대는 물리적 세계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가상세계에서 보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물리적 세계에서 고객과 직접 접촉을 가능하게 해준 SNS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가상세계에서도 고객과 원활히 접촉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K컬처는 앞으로 지구촌의 MZ세대가 자기 집처럼 들락거릴 ‘문화 메타버스’의 주체가 돼야 한다. 그 속에서 전 세계 누구와도 쉽게 접촉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챗GPT 같은 인공지능(AI) 기술이 이를 가능하게 해준다. 콘텐트도 마음대로 즐기고 소유할 수 있어야 한다. NFT 같은 블록체인 기술이 이를 가능하게 해준다. 이는 K컬처의 영속적 대중성을 위해서는 메타버스·AI·NFT 같은 디지털 기술이 필수라는 의미다.
전 세계 MZ세대가 공감하는 주제를 그들이 공감하는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에도 디지털 기술이 중요하다. 단지 한국적인 것만으로 그런 공감을 유지하겠다면 K컬처는 곧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대중적 영속성을 위해서는 콘텐트를 창조할 때 세계 곳곳의 MZ세대가 자기 문화로 여기며 편하게 참여하는 문화 융합이 일어나야 한다. 이 또한 디지털 기술에 답이 있다. 그들이 K컬처 메타버스에서 놀고, 한국 MZ세대와 소통하고, K컬처 콘텐트 창조에 역할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그들의 공감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앞으로 디지털 콘텐트는 제작·소비·거래가 지금의 아날로그 콘텐트와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제작은 메타 데이터의 연결로, 소비는 고객 맞춤 AI로, 거래는 NFT로 진행된다. 이런 획기적 변화는 분명 예견된 방향이지만, 아직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이다. 더구나 콘텐트 제작자 혼자로는 감당할 수 없는 길이다.
이 새로운 길에서 대한민국이 앞서가야 한다. 한국의 콘텐트와 디지털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디지털 콘텐트 산업을 위한 새로운 ‘디지털 콘텐트 플랫폼’ 개발을 앞서간다면, K컬처는 대중성과 영속성에 있어서 누구도 넘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처럼 문화와는 크게 관련 없을 것 같은 디지털 기술이 K컬처의 영속적 대중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경쟁력을 키우려면 새롭게 전개되는 상황을 먼저 인식하고, 콘텐트와 디지털 기술 융합에 앞장서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두환 전 KT 사장·전 포스코DX 대표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회 앞둔 10대 하의 벗기고 '찰칵'…태권도 관장 추악한 훈련 | 중앙일보
- "그루브까지 전달했다" 英대관식 공연보다 돋보인 수화통역사 [영상] | 중앙일보
- 빌 게이츠는 8조 나눴는데…노소영 울린 ‘K-특유재산’ | 중앙일보
- 코인 현금화 없었다던 김남국…"전세 위해 8억 매도" 말바꿨다 | 중앙일보
- [단독] 꿀벌 사라져 100억 썼다…성주 참외 '벌통 구하기' 전쟁 | 중앙일보
- 회 먹으면 동물학대? 암생존자만 문화상품권? '황당법안' 속출 [尹정부 1년, 무능 국회] | 중앙일
- "송혜교 배워라" 박은빈에 막말 김갑수, 일주일만에 결국 사과 | 중앙일보
- JMS 정명석 변호사 '그알' 법률 자문단이었다…SBS "해촉 결정" | 중앙일보
- 김민재 인스타에 댓글 단 조수미 "김민재 덕분에 33년 만에 나폴리 우승" | 중앙일보
- 김남국 말대로라면 '숫자'가 안맞는다…'코인 종잣돈' 미스터리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