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회숙의 음악으로 읽는 세상] 도시의 꿈, 그리고 랩소디 인 블루
2000년에 디즈니에서 나온 클래식 음악 애니메이션 ‘환타지아 2000’에는 미국 작곡가 조지 거슈윈이 작곡한 ‘랩소디 인 블루’가 나온다. 미국 작곡가가 작곡한 ‘지극히 미국적인’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애니메이션의 공간적 배경 역시 미국 뉴욕이다. 하지만 꼭 뉴욕이 아니라도 좋다. 그냥 도시이기만 하면 된다. 도시는 많은 사람의 꿈과 희망이 집결된 곳이다. 비록 그곳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볼지라도 사람들은 누구나 청운의 꿈을 안고 도시로 몰려든다.
상승하는 클라리넷 소리로 시작되는 음악과 함께 도시 노동자의 고달픈 하루가 펼쳐진다. 이어서 하릴없이 카페에 앉아 커피만 마시고 있는 실업자, 보모의 손에 이끌려 이 학원 저 학원을 전전하며 혹사당하는 어린 소녀, 사치스럽고 욕심 많은 아내에게 주눅 들어 있는 소심한 남편이 나온다. 물론 이들에게도 꿈은 있다. 노동자는 재즈 연주자가 꿈이고, 실업자는 일자리를 찾는 것이 꿈이다. 어린 소녀는 부모와 함께 즐겁게 노는 꿈을 꾸고, 소심한 남편은 아내에게서 해방되는 꿈을 꾼다. 음악이 재즈 특유의 애상적인 선율로 바뀔 때 이 사람들의 꿈이 차례로 화면에 펼쳐진다. 과연 이들의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
노동자는 일하다가 과감하게 작업 도구를 던져버리고 재즈 연주장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그가 포기한 일자리를 실업자가 이어받는다. 낭비벽이 심한 아내가 사들인 물건을 한아름 안고 거리를 걷던 남편은 아내에게서 해방된다. 노동자는 재즈를 연주하고, 남편은 춤을 춘다. 실업자는 즐겁게 일을 하고, 아이는 부모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화려한 네온사인과 함께 끝난다. 역시 해피엔딩이다. 이런 모든 애환에도 도시는 여전히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을 암시하듯이.
진회숙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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