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경제협력 확대로 미래 세대에 더 큰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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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국 수출규제로 ‘승자 없는 전쟁’만 치러
경제 외적 요인 탓에 인접국인데도 교역 비중 4위
2019년 7월 반도체 필수 소재에 대한 일본의 도발적인 수출규제로 한·일 경제 관계는 급랭했었다. 2019~2021년 3년간 일본의 한국 제조업에 대한 직접투자액은 직전 3년 대비 57.6% 급감했고, 한국의 대일본 투자도 같은 기간 42.9% 쪼그라들었다. 급소를 찔린 한국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박차를 가했다. 이듬해 초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당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소재·부품·장비의 ‘탈일본’을 거듭 외쳤다. 일본의 수출규제 후 1년 반이 지난 2021년 1월 산업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소재 3대 품목의 수급이 안정적이라고 자평했다. 고순도 불산액은 국내 생산을 늘렸고, 포토레지스트는 유럽산으로 수입을 다변화했으며, 불화폴리이미드는 국내 양산으로 중국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불의의 공격에 나름 선방한 셈이지만 실상은 좀 복잡했다.
한국무역협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불화수소의 대일본 수입 비중은 2018년 41.9%에서 2022년 7.7%로 급감한 반면, 대중국 수입 비중은 같은 기간 52%에서 80.1%로 급증했다. 포토레지스트는 기존 일본 거래선의 벨기에 소재 합작법인으로부터 우회 조달했다. 먼 길을 돌아 수입해야 하니 벨기에산 수입단가는 일본산의 5.4배에 달했다. 일본은 한국 시장을 잃고 한국은 더 큰 비용을 치렀다. 양국 모두에 ‘자해극’이자 ‘승자 없는 전쟁’이었다. 반면에 중국·대만은 반사이익을 누렸다.
연이은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제가 갈등 국면에서 벗어나게 된 점은 다행스럽다. 양국 정상은 그제 반도체 공조 강화를 선언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일본의 소재 부문 시장점유율은 2021년 24%로 세계 1위다. 일본과의 분업은 우리 반도체 경쟁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반도체뿐 아니라 양국 간 무역을 더 키울 여지가 있다. 일본과의 교역은 2000년 15.7%(2위)에 달했지만 지속적으로 낮아져 지난해에는 베트남(6.2%)보다 낮은 6%(4위)를 기록했다. 양국 경제 규모와 지리적 인접성에도 불구하고 경제 외적 요인으로 인해 교역이 부진했다. 프랑스는 인접국인 독일(14.2%)·벨기에(9.8%)와, 미국도 인접국인 캐나다(14.9%)·멕시코(14.7%)와 교역 비중이 높다.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우주·양자·인공지능(AI)·바이오·미래소재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협력뿐 아니라 저출산·고령화라는 양국 공통의 고민 해결에도 머리를 맞댈 수 있다. 경제단체들은 12년 만에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과 ‘셔틀외교’ 복원을 환영했다. 이젠 경제 외적인 굴레를 넘어섰으면 하는 바람이 기업인들만의 희망은 아닐 것이다. 한·일 경제협력 확대로 양국의 미래세대가 더 큰 기회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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