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강아지숲’에 가면 반려견과 사람, 모두 행복해진다

박이담 2023. 5. 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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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경기장 20개 크기, 국내 최대 반려 문화 테마파크 가보니

지난 3일 서울에서 차로 고속도로를 타고 한 시간 남짓을 달려 도착한 숲속 공원. 곱게 단장을 한 반려견들이 모처럼 목줄을 풀고 탁 트인 초록 잔디광장을 제집처럼 쏘다녔다. 맘껏 뛰노는 반려견들을 지켜보는 주인들도 덩달아 신났다. 더존ICT그룹의 관계사 더존비앤씨티가 2021년 4월 강원 춘천시 남산면 인근 13.5만㎡(약 4만평) 청정자연에 조성한 국내 최대 반려 문화 테마파크 ‘강아지숲’ 얘기다. 반려견·반려인·비반려인 모두를 위한 ‘컴페니언 랜드(Companion Land)’를 표방한다. 강아지숲은 반려문화가 어디까지 왔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이다.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아지숲’ 대운동장에서 반려견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놀고 있다
올여름 정식 개장을 앞둔 반려견 동반 수영장 ‘네이처풀’. 반려견 전용 샤워실, 드라이룸, 레스토랑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췄다
강아지숲 박물관에서 반려견 관련 책자를 읽고있는 관람객의 모습
강아지숲에는 곳곳에 카페가 있다. 반려견 전용 음료인 ‘아지라떼’를 판매한다. [사진 더존비앤씨티]


성숙한 반려 문화 배우는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니 커다란 4층짜리 박물관이 반겼다. 강아지숲 체험 코스의 시작이었다. 1층 로비에선 이이수 작가의 ‘산, 멈머 그리고 나’ 특별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다양한 표정을 한 노란 강아지 그림이 절로 미소 짓게 했다. 박물관 2~3층은 반려견과 인간의 과거·현재·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상설 전시 공간으로 구성됐다. 전시에는 디지털 기술이 대폭 활용됐다. ‘과학으로 보는 개의 마음’ 코너에선 상황마다 어떻게 대응할지를 관람객이 입력해 기초 소양을 기를 수 있게 했다. ‘반려견의 언어 배우기’ 코너에선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한 어린이들이 터치스크린을 누르고 있었다.

영상도 전시관 곳곳에 배치됐다. 장애견·노령견 등의 실제 이야기를 다뤄 반려견을 입양하고 기르는 게 얼마나 큰 책임감이 필요한지를 일깨워줬다. 강아지숲 박물관은 성숙한 반려문화 정착을 위한 교육과 전시로 구성됐다는 인상이었다. 지난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등록 1호 반려견 박물관이 됐다. 유은일 강아지숲 펀슈머사업부 차장은 “반려견이 가족 구성원의 일원으로 사회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비반려인의 참여와 인식 전환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반려견이 단순히 인간의 소유물이나 애완동물이 아닌 소중한 생명체이자 공존의 대상임을 강아지숲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물관을 지나오면 강아지를 위한 공간이 활짝 열린다. 강원도 청정 자연을 활용한 반려견 운동장·수영장·산책로·연못 등이 곳곳에 조성돼 있다. 그 사이사이에는 반려견 카페·목욕장 등 편의시설까지 배치했다. 박물관 바로 뒤엔 강아지숲 동산이 있다. 반려견과 함께 뛰어놀 수 있는 잔디밭으로 학교 운동장처럼 드넓다. 이날도 목줄을 풀고 마음껏 자연을 즐기는 강아지들로 활기찼다. 잔디광장 뒷길은 야트막한 언덕 산책로로 이어진다. 자작나무로 가득한 강아지숲이다. 숲 정상으로 가는 산책 코스는 여러 개 마련돼 있다. 모든 산책로에 야자 매트가 깔려 있어 사람도 반려견도 산책하기 편했다. 반려견이 다양한 냄새를 맡으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노즈워크스폿도 곳곳에 마련했다. 호랑이 등 다양한 동물 냄새를 배치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산책하다 지치면 쉴 수 있는 카페도 있다. 반려인을 위한 시원한 음료는 물론 반려견을 위한 음료 ‘아지라떼’까지 구비돼 있었다.

산책로 끝자락은 다시 대형 운동장 두 곳으로 이어진다. 강아지숲 동산처럼 목줄을 풀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곳이다. 압권은 운동장 한 쪽에 마련된 50m 길이 애견 동반 수영장이다. 방갈로·선베드·파라솔을 비롯해 반려견 전용 샤워실·드라이룸, 반려견 동반 레스토랑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췄다. 수영장은 '네이처풀'이란 이름으로 올여름 정식 개장할 예정이다. 반려견의 안전을 위해 대형견과 중·소형견으로 이용하는 날을 구분했다. 사전 예약은 필수다.


올바른 반려 문화 정착 캠페인


잔디광장 맞은편 시범장에선 반려견이 훈련사의 지시에 따라 장애물을 뛰어넘고 경사면을 오르내렸다. 반려견과 훈련사가 한 팀이 돼 장애물 코스를 완주하는 도그 스포츠 ‘어질리티’ 훈련이다. 도그 스포츠는 반려견과 보호자가 함께 교감하며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활동이다.

그동안 국내에선 이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시설이 없었다. 강아지숲이 이 갈증을 해소했다. 지난달 29~30일엔 ‘디스크 도그(원반던지기)’ 국제 대회 예선 KDDN(한국디스크도그내셔널) 챔피언십이 열렸다.

강아지숲은 춘천시와 전략적 업무 협약(MOU)을 맺고 반려견 보호·관리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우수 이수자 20여명을 강아지숲 훈련사로 우선 채용했다. 대형 세미나도 열린다. 최근 미국 한방수의학 대학(Chi University)이 국내 수의사들을 대상으로 동물한방침치료인증과정(CVA)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유기견 예방 동물등록 캠페인, 소외계층 반려가족 초청행사,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 등 올바른 반려 문화 정착을 위한 각종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유 차장은 “반려 문화와 의식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만 커지다 보니 개물림 사고 등 사회적인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올바른 반려 문화를 선도하고, 반려견과 사람이 행복하게 동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춘천=박이담·박영민 기자 park.id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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