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급사 반려묘 간수치 ‘1463배’… 유한 동물탈취제 논란
업체 측 “제품 함유량 0.0013% 불과”
전문가 미국 기준, 고양이에 유해할 수도
생활화학용품 제조기업인 ‘유한크로락스’의 동물 탈취·표백제 ‘펫매스리무버’가 반려동물, 특히 고양이에게 유해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한크로락스는 논란이 된 성분의 제품 함유량이 0.0013%에 불과하며 출시 전 진행한 제품 안전성 검사에서 이상 반응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해외기준 임시비상노출한도(Teel)에 비춰볼 때 반려동물에겐 유해할 정도의 수치라는 전문가 반론도 나왔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제품 안전성을 보장할 만한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보호자 A, B씨가 키우던 4.7㎏ 16개월 고양이 ‘매기’가 지난 4월 29일 12시쯤 갑자기 기력을 잃기 시작했다. 즉시 병원으로 옮겨진 매기의 간 수치는 1300으로 나왔고, 4일 만인 5월 2일 ‘급성간부전’으로 죽었다. 죽기 직전 화학혈청검사(피검사) 결과에서 고양이의 간 수치는 정상 수치(20~90)보다 1463배 높은 29260까지 치솟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간 관련 수치(T-BILL, T_AST, Ammonia, 응고인자)도 모두 이상 수준으로 나왔다. 담당 수의사는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내원 당시) 이미 쇼크 상태에 빠져 극도로 안 좋은 상황이었다”면서 “임상을 9~10년 했는데 (매기의 간 수치는) 거의 처음 보는 수치였다”고 설명했다.
매기가 죽은 건 보호자들이 해당 제품을 처음 사용한 4월 16일로부터 보름쯤 지난 시점으로, 이들은 거의 매일 제품을 사용했다고 한다. 부검을 하지 않아 정확한 인과관계를 규명하진 못했지만 이들은 이 제품에 화학물질 ‘리모넨’이 함유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트위터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실제 감귤과 같은 시트러스계 향료로 쓰이는 ‘리모넨’ 성분은 고양잇과 동물이 섭취하거나 접촉하면 간 기능을 떨어트리고 마비증세를 일으키는 화학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의사는 “시트러스 계열이 고양잇과에는 독성이 있어서 수의학적으로는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 리모넨 성분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자 유한락스는 해당 성분의 제품 내 함유량은 0.0013%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또 출시 이전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이 반려동물의 습관을 고려해 진행한 급성 경구독성 및 피부 자극성 시험에서 독성, 피부 자극, 죽음 등 이상 반응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해외 기준에 비춰볼 때 고양이에겐 이 정도의 양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 지적이 제기됐다. 이하린 호주 퀸즐랜드 병리학연구소 생화학 연구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리모넨 함량이 0.0013%’라는 말은 이론적으로 변환했을 때 제품 한 병당 13ppm에 해당하는 리모넨이 들어있다는 뜻”이라면서 “리모넨 성분은 사람보다 체중이 가벼운 반려동물에게 끼칠 영향이 더욱 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화학물질에 노출된 사람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농도의 추정치를 ‘임시비상노출한도(Teel-1~3)’로 규정하고 있다. 국민일보가 미국 안전보건자료(SDS)를 통해 확인한 리모넨의 임시비상노출한도치는 15ppm, 67ppm, 170ppm이었다. 이는 60㎏ 체중의 성인 남성이 1㎥ 공간에서 리모넨에 1시간 이상 노출될 경우 15ppm에선 구토, 어지러움 등의 불편감을 일시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67ppm의 조건에선 회복 불가능한 건강 손상을 겪을 수 있으며, 170ppm에선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 연구원의 언급대로 13ppm의 환경이라면 사람보다 체중이 가벼운 고양이는 리모넨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고양이는 리모넨 성분의 호흡기, 점막 노출뿐만 아니라 경구(섭취) 노출 위험도 크다. 이 연구원은 “고양이, 쥐 등은 사람과 달리 리모넨을 분해하는 단백질 알파 글로불린(α2u-globulin)을 갖고 있지 않다”며 “자신의 털을 핥는 습성(그루밍)까지 고려하면 고양이는 리모넨 노출에 사람보다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독성은 축적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괜찮아 보이는 특징이 있다.
보호자 A씨는 “애당초 제품 성분을 더욱 투명하게 공개했어야 한다”며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유해할 수 있다는 안전 표기를 더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B씨도 “내가 잘못한 것인가 자책했다”며 “제품에 표기된 ‘반려동물 주변에 안심하고 사용하세요’라는 표기를 지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제품은 유한락스가 2021년 3월 출시한 반려동물 전용 냄새 및 얼룩 제거제로 매트리스나 반려동물 의류, 캣타워 등에 뿌려 사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당시 반려동물을 키우는 소비자들을 상대로 무료체험 신청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유한락스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제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함량이 해당 고양이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는 현재까지 알 수 없다”며 “보호자가 제기하신 문제점에 대해 검증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정확하게 검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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