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자존심 살린 우주별종 ‘가디언즈’…제일 별종은 감독이었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신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이하 ‘가오갤3’)가 “죽어가는 마블을 다시 살려냈다”(메가박스 실관람평)는 평가를 받으며 흥행에 청신호를 켰다. 지난 3일 개봉한 ‘가오갤3’는 7일까지 누적 163만명을 모았다.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빠른 속도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52개국에서도 순차적으로 개봉하며 첫 주말 동안에만 2억8210만 달러(약 3700억원)의 티켓 수익을 올렸다.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이후 마블 영화들이 부진을 거듭 중인 가운데 ‘가오갤’ 시리즈만은 3연타 흥행 가능성이 보인다는 점에서 할리우드의 관심도 뜨겁다.
각각 2014, 2017년 개봉한 전편들에 이어 시리즈를 마무리 짓는 3편은 난폭한 너구리 캐릭터 로켓(목소리 브래들리 쿠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로켓이 공격을 받고 쓰러지면서 시작되는 영화는 그를 구하기 위해 우주를 누비는 팀 가디언즈의 여정과, 병상에 누워있는 그의 머릿속 과거 회상 장면이 교차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로켓의 서사를 중심축으로 세운 건, 가디언즈 캐릭터들 모두 로켓 못지않은 상처와 결핍을 지닌 존재들이란 점에서 시리즈의 정체성과 잘 맞아 떨어진다. 지구인과 외계인 사이 혼혈로 태어난 스타로드(크리스 프랫)부터 아내와 딸을 잃은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 일평생 타인의 시종으로 살아온 맨티스(폼 클레멘티에프) 등 가디언즈의 멤버들은 저마다 외롭게 우주를 떠돌던 ‘별종’이었다.
그런 이들이 함께 모여 우주를 구하고 서로를 진심으로 포용해준다는 점이 ‘가오갤’ 시리즈의 감동 포인트였다. 3편에서는 아픈 과거를 직면하는 로켓을 중심으로 다른 캐릭터들도 진정한 자신을 찾게 되면서 이런 장점이 극대화됐다.
시리즈 전편을 연출하고 각본까지 쓴 제임스 건 감독은 ‘가오갤’ 시리즈 연출을 맡기 전만 해도 그는 B급 호러영화를 주로 만들던 마이너 감독이었다. 영화계 커리어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엽기적인 코믹 호러로 비튼 ‘트로미오와 줄리엣’(1996)의 각본을 집필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연출작 ‘슬리더’(2006), ‘슈퍼’(2010)에도 19금 수위를 넘나드는 잔혹성과 B급 유머 속에 휴머니즘을 숨겨두는 그만의 스타일이 살아있다. 이들 작품을 눈여겨본 케빈 파이기 마블스튜디오 사장이 그에게 ‘가오갤’ 1편 연출을 맡겼고, 도박 같았던 이 선택이 성공을 거두면서 제임스 건은 단숨에 메이저 감독으로 올라섰다. 제임스 건 감독은 지난달 내한한 자리에서 “나는 아웃사이더 중에 아웃사이더인 로켓에게 언제나 깊이 공감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로켓의 슬픔과 분노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가오갤3’은 흥행 가도에 올랐지만, 이 성공이 MCU 전체의 부흥으로 이어지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가오갤’은 애초 MCU에서 주변부 이야기인데다, 감독의 개성이 유독 많이 묻어나는 시리즈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제임스 건은 지난해 마블의 경쟁사인 DC스튜디오 공동 대표로 임명돼 2025년 개봉 예정인 ‘슈퍼맨: 레거시’ 감독을 맡은 상황이다. 그는 지난달 마블을 향해 “액션과 스펙터클뿐 아니라 캐릭터에 좀 더 공을 들이고, 감성을 더했으면 좋겠다”는 충고를 남겼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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