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가슴 아파” 발언, 참모와 상의 안 한 단독결정이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지난 7일 과거사 발언은 현장의 대통령실 참모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나왔다. 기시다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이란 공식 석상에서 “당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수많은 분이 매우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강제징용 피해자 고통에 공감을 표시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개인적 심정’임을 전제로 했지만 최근 수년간 강제징용 피해자를 ‘구조선반도 출신 노동자’라며 책임을 회피한 일본 정부의 입장과는 크게 달라진 태도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사전에 우리에게 전달한 내용이 아니었다”며 “현장에 있던 일본 관료도 상당히 놀라는 눈치였다”고 전했다.
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방한에 앞서 과거사 관련 실무진의 기술적 보고를 수차례 받은 뒤 참모들에게 “과거사는 내게 맡겨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가 한국 국민에게 진심을 전할 방법을 홀로 고민하고 결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이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윤석열 대통령 측이 사전에 ‘(과거사 발언에) 너무 부담을 갖지 말고 오라’고 전달했지만, 기시다 총리는 그런 배려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한·일 관계를 안정적인 궤도로 올리기 위해 ‘말해야 할 것은 말하자’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에게 “한국이 먼저 여기에 대해 꺼내거나 요구한 바가 없는데 먼저 진정성 있는 입장을 보여줘서 감사하다. 한·일 미래 협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별도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과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함께 참배하기로 한 것도 사실상 강제징용 원폭 희생자에 대한 사죄의 의미란 해석이 나왔다. 한국인 원폭 희생자 2만 명의 대부분이 당시 미쓰비시 군수공장 등에서 일하던 징용 노동자나 군인·군속 및 그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권준오 재일본대한민국민단 히로시마 원폭피해자대책특위 부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에 “한·일 정상 공동 참배는 우리가 기원하고 기원했던 일이기 때문에 매우 기쁘다”면서 특히 기시다 총리의 참배를 두고 “직접 입으로 사죄를 말하지 않더라도 참배하는 것 자체가 사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도쿄=이영희 특파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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