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이번주 CPI·PPI 앞두고 장초반 하락세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월요일인 8일(현지시간) 지역은행발 불안 속에 이번주 공개되는 주요 인플레이션 지표들을 대기하며 장초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이날 오전 10시16분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90.05포인트(0.27%) 내린 3만3584선에 움직이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7.05포인트(0.17%) 하락한 4129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5.42포인트(0.37%) 낮은 1만2189선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S&P500지수에서 부동산, 기술, 헬스 관련주는 하락세고 에너지, 금융, 통신 관련주는 상승세다. 파산한 퍼스트리퍼블릭에 이어 매각설이 제기된 팩웨스트방코프는 13% 이상 오르고 있다. 웰스파고(+1.24%), 뱅크오브아메리카(BoA, +0.36%), 시티(+0.3%) 등 대형 은행주들도 오름세다. 에스티로더는 행동주의 투자자인 넬슨 펠츠가 경영진 개편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에 1.3% 뛰었다. 이번주 실적발표를 앞둔 월트디즈니는 2.6% 높은 수준에 움직이고 있다. 반면 타이슨푸드는 예상 외 분기 손실로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하향하면서 12% 이상 내려앉았다. 옥시덴털 페트롤리움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분을 완전히 매입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후 2%이상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지역은행 위기 우려를 주시하는 가운데 이번주 공개되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지표를 대기 중이다. 이를 통해 누적된 긴축 통화정책의 여파와 향후 경제 전망의 힌트까지 확인하고자 하는 모습이다. 지난주 후반 공개된 고용보고서가 강세를 보인 데 이어, 이번주 물가지표까지 예상을 웃돌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는 한풀 더 꺾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0일 공개되는 미국의 4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5% 상승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근원 CPI 상승률은 5.5%로 3월(5.6%) 대비 소폭 완화될 전망이다. 이어 11일에는 도매물가 격인 PPI가 공개된다. 지난해 6월 11%대에서 올해 3월 2.7%까지 떨어진 PPI는 4월에도 둔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12일에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발표도 예정돼있다. 이밖에 Fed 3인자로 불리는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를 비롯한 당국자들의 연설도 주중 이어질 예정이다.

앞서 Fed는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한편, 향후 금리 동결도 시사한 상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6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91.5% 반영하고 있다. 추가 베이비스텝에 나설 가능성은 8.5%다. 앞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연내 금리 인하 전망에는 선을 그었다. 지난주 금리를 올린 Fed, 유럽중앙은행(ECB)에 이어 이번주에는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통화정책결정회의를 개최한다.

이와 함께 투자자들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파산 등의 여파로 미 지역은행 부문을 중심으로 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는 점도 주시하고 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은행 스트레스가 거의 끝났는 지에 대해 월가가 확인하려고 할 것"이라며 "이번 주는 지난주만큼 바쁘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실적 시즌도 이번주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미 의회의 부채한도 샹항을 둘러싼 우려도 시장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오는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부채한도 관련 회동을 앞두고 전날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재차 채무불이행(디폴트)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 옐런 장관이 제시한 X데이는 6월초다. 다만 공화당은 여전히 대규모 정부지출 삭감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부채한도 상향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달 초 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디폴트에 따른 경제적 피해 시나리오를 공개하고, 장기화 시 증시가 45% 폭락하고 일자리는 최대 830만개 사라질 수 있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금리는 소폭 상승세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2년물 국채 금리는 3.98%, 10년물 금리는 3.5%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보합권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증시는 혼조세다. 독일 DAX지수는 0.1%, 프랑스 CAC지수는 0.01% 내렸다. 영국 FTSE지수는 0.98% 상승중이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