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부담? LG엔솔·삼성SDI 보라 [가파르게 오른 2차전지주]
올해 국내 주식 시장에는 에코프로 광풍이 불고 있다. 10만3000원으로 올해 주식 거래를 시작한 에코프로는 지난 4월 11일 장중 82만원까지 치솟으며 넉 달 만에 696%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후 주가가 잠시 주춤했지만, 5월 들어 다시 75만원을 돌파하는 등 돌풍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반면 고점에 물릴까 에코프로 주식 매수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투자자도 있다. 주가가 이례적으로 치솟은 탓에 조정도 크게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에코프로 대신 2차전지 광풍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 떠오를 만한 종목을 선별하는 작업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최근 2차전지 업종의 전체적인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높아졌기 때문에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 종목 투자 시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 같은 대형주에 투자하는 전략이 당분간 안전할 것으로 내다본다. 단, 상대적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은 일부 중소형 종목도 성장성은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실적 뒷받침되는 대형주 추천
올 들어 일부 업종의 전반적인 주가가 치솟으며 증시를 주도하는 국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초부터 인공지능(AI), 로봇, 반도체, 바이오 등 업종 순환매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히 에코프로를 필두로 2차전지 업종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업종 내 다수 종목이 강세를 보이며 올해 1분기 2차전지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수직 상승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상장 유지 종목 중 레버리지와 인버스를 제외한 전체 수익률 1위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차전지테마’로 나타났다. 무려 69.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3·4위도 2차전지 상품이 차지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차전지산업’이 53.4%의 수익률로 3위에 올랐고, 48.5%의 수익률을 기록한 KB자산운용의 ‘KBSTAR 2차전지액티브’가 4위로 집계됐다.
다만 2차전지 업종 전반적으로 최근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단기적으로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높게 치솟았다는 분석이다.
2차전지 업종 전반적으로 주가가 단기 급등한 만큼, 조정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 전망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급등한 주가에 대한 부담감이 있고, 최근 중국 전기차 판매 부진 등으로 수산화리튬 가격이 급등하며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실적 악화 우려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조정 가능성이 커질수록 대형주 투자가 안전하다는 데 입을 모은다. 당연한 얘기지만 변동성 확대 장세에서는 실적이 받쳐주는 대형주 투자가 조정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다. 5월 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각각 138조원, 48조원에 달하는 대형주다. 특히 최근 호실적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633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45% 오른 실적을 달성했다. 상장 이후 다섯 분기 연속 매출 성장세도 보였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적용하는 첨단 제조 생산 세액 공제(AMPC) 혜택 수혜가 점차 확대돼, 향후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LG에너지솔루션은 2차전지 산업 내 최선호주”라며 “미국 내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인 상황이라 향후 AMPC 수혜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SDI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차세대 제품으로 꼽히는 46파이와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대한 기대감 덕분이다. 46파이 제품은 기존의 원통형 배터리보다 크기를 키우고 성능을 극대화한 신규 플랫폼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 단점으로 꼽히는 화재 위험성과 짧은 주행 거리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 가능해 향후 전기차 산업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장정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SDI의 46파이와 전고체 제품 생산이 생각보다 빨라졌다”며 “차세대 제품 양산에 대한 기대감이 유효한 데다 밸류에이션도 경쟁사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종목 편입된 ETF도 고려할 만
중소형 종목 성장성도 여전히 유효하다. 단기 주가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이 있더라도, 2차전지 산업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는 일부 종목을 제외하더라도 향후 주가 상승을 기대할 만한 중소형 업체들이 다수 존재한다.
SK그룹의 2차전지 분리막 생산 기업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향후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종목이다. 최근 실적 부진은 이미 주가에 반영된 상태인 데다, IRA 세부 지침이 발표되며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장정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SKIET의 1분기 적자는 시장에서 예상하고 있었고, 이미 주가에도 반영된 상태”라며 “지난달 IRA 세부 지침이 발표되며 북미 증설 기대감도 커졌기 때문에 주가 상승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시가총액 1조원대 더블유씨피(WCP)와 SFA도 눈여겨볼 종목으로 꼽힌다. 2차전지 분리막 제조 업체 WCP의 시가총액은 5월 2일 기준 1조5517억원이다. 지난 2018년부터 삼성SDI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어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하고 있는 데다, 북미 내 분리막 수요 확대도 기대된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까지 WCP는 국내와 유럽 중심의 투자만 발표했지만, IRA 세부 지침이 발표되며 연내 북미 진출도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2차전지 장비 후발 주자인 SFA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SFA는 지난해 12월 2차전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1723억원을 들여 2차전지 장비 제조 업체 씨아이에스 지분 25.8%를 인수했다. 이후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32%까지 확대한 만큼, SFA의 2차전지 장비 경쟁력은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장정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2차전지 비중과 공정 장비 비중이 크게 높아졌지만, 주가는 경쟁사 대비 현저히 저평가 상태”라며 “올해 연간 신규 수주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천보도 전문가들이 기대감을 보이는 종목이다. 2차전지 소재 업체 천보는 최근 실적 악화로 인해 주가가 급락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약 1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85%가량 급감했다. 이에 따라 주가도 지난 4월 10일 29만9500원에서 4월 27일 18만원까지 하락했다. 5월 2일 종가 19만6400원으로 성장성을 고려하면 투자 매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이병화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천보는 최근 주가 급락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비교적 크지 않으며 공장 증설과 신공정 영향으로 하반기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에코프로 사례와 같은 단기 급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단일 종목보다는 다양한 종목이 편입된 ETF 투자도 고려할 만한 선택지라는 조언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차전지 업황은 배터리 업체와 국내외 완성차 업체의 합작법인(JV) 설립이 앞으로도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고 IRA 대응을 위해 국내 2차전지 소재 업체들의 해외 진출도 확대될 전망이다. 단, 단기적인 실적 악화 우려가 있고 최근 주가 급등으로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국면이기 때문에 장기 성장성이 높은 종목의 비중이 큰 ETF에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된다. 2차전지뿐 아니라 전기차 산업 확대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종목이 골고루 편입된 상품에 투자하는 방법도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8호 (2023.05.10~2023.05.16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