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마다 잔액 수천억…CFD 공포[SG사태 후폭풍]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3. 5. 8.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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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액결제계약(CFD·Contract for Difference) 사태 후폭풍이 갈수록 커진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의 대량 매물로 인해 하한가 랠리가 이어진 상장사는 총 8곳(대성홀딩스, 선광, 삼천리, 서울가스, 세방, 다우데이타,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이다. 8개 종목 주가 폭락 사태의 진원지로 CFD 서비스가 지목되면서 갑론을박이 오간다. CFD는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대한 차액만 현금 결제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투자자의 증거금을 넘는 손실에 대해 증권사가 그 책임을 떠안는다는 점에서 일부 증권사의 경우 손실 규모가 수천억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가 강타한 CFD가 뭐길래

40% 증거금으로 2.5배 레버리지

CFD는 기초자산 보유 없이 매매 차액에 대해서만 현금 결제를 하는 파생상품이다. 전문 투자자 요건을 갖춘 개인만이 투자가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2019년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명분으로 전문 투자자 자격 요건을 완화했다. 최소 40% 증거금으로 3배 가까이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 사이에서 매력으로 꼽혔다.

CFD는 헤지펀드가 주로 쓰는 스왑북 서비스나 총수익스왑(TRS)과 구조는 비슷하다. 헤지펀드가 아니라 개인 전문 투자자가 쓴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말은 어렵지만 일종의 대출 거래로 보면 된다. 가령, A 전문 투자자가 B주식을 매수한다고 치자. B주식 주가가 단기적으로 오를 것 같지만 A는 당장 유동성이 부족하다. 이때 A는 증권사에 CFD 서비스를 요청하고 계좌를 개설한다. 예를 들어, 주당 10만원짜리 종목이라고 하더라도 CFD를 활용하면 4만원(증거금 40%)만으로 거래를 할 수 있다. 만약, 10만원의 주식이 11만원이 되면 1만원(주가 10% 상승)의 수익이 난 것이므로, CFD로 4만원만 투자해 30% 가까이 번 것이다. 반대로, 10만원 주식이 9만원이 되면 손실은 -30%로 커진다.

CFD 거래에서 전문 투자자는 일종의 대출 수수료를 지불하고 주식 트레이딩에서 발생한 손익은 모두 전문 투자자가 가져간다. 쉽게 말해, 주식 트레이딩의 기대 손익(전문 투자자 몫)과 대출 수수료(증권사 몫)를 서로 스왑(맞교환)하는 구조다. 특이한 점은 주식의 실제 거래는 증권사가 일으킨다는 것이다. 즉, 거래의 실질적인 주체는 CFD 계좌로 투자한 전문 투자자지만 형식적으로는 증권사가 거래를 한 것이므로 공시 의무 역시 이들 증권사 몫이다. 주로 CS를 비롯한 외국계 증권사가 CFD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제공한다.

특히 CFD는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차액만 결제한다는 점에서 최근 크게 강화된 대주주 규정을 우회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혔다.

증권가에서는 높은 배수의 레버리지 투자가 이뤄지는 CFD 특성상 특정 종목에서 손실폭이 커질 경우 반대매매가 연속적으로 쏟아질 가능성이 진작부터 제기됐다.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유지증거금은 통상 60% 정도다. 만약 증거금으로 100만원을 냈다면, 유지증거금이 60만원이다. 주가가 급락해 기본증거금(100만원)이 유지증거금(60만원) 아래로 떨어지면 추가증거금 40만원을 내야 한다. 추가증거금을 내지 못하면 시장 가격에 청산 당한다. 가령, 2.5배 레버리지를 쓴 롱 포지션(매수) 투자자라면 하한가(-30%) 한 번에 -70% 이상 손실에 노출된다. 이번 사태에서는 CFD 계좌가 집중됐던 복수 종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하한가가 쏟아지면서 반대매매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 탓에 CFD 투자자 손실은 원금의 100%가 넘는 상황이 빚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 투자자가 고의적으로 하한가를 유도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며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CFD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 창구에서 대량의 반대매매가 나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변동성 확대 요인 많아

잔고 공시 안 되고 만기도 없어

CFD는 몇 가지 특성 때문에 증시 변동성을 확대할 요인으로 줄곧 지목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우선, CFD는 일반적인 신용융자와 달리 만기가 없다. 신용융자는 최대 180일까지 빌려 투자할 수 있고, 그 기간이 지나면 상환 후 다시 매수를 해야 한다. 반면, CFD는 만기일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포지션(롱, 쇼트)에 대한 보유 기간을 자유롭게 확보할 수 있다.

또, CFD 잔고는 공시가 되지 않는다. 신용융자는 모든 증권사 홈트레이딩 시스템(HTS) 등을 통해 종목별로 잔고 비중을 확인할 수 있다. 신용융자 물량이 많이 쌓여 주가 변동성이 커진 종목에 대해서는 증권사가 추가 신용융자를 중단하는 조치도 가능하다. CFD의 경우, 개별 종목에 어느 정도로 레버리지 투자가 이뤄졌는지 알 수 없고, 증권사가 제한을 걸지도 않는다. 결국 CFD 연속 반대매매 사태로 이와 무관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초래한 측면도 있다는 게 증권가 시선이다.

이번 반대매매 사태는 CFD로 레버리지 투자를 장려하던 증권사에도 부메랑이 됐다. 향후 SG증권이 손실 정산을 거래 증권사에 개별적으로 청구하면 이 증권사는 다시 CFD 고객에게 정산을 요청한다.

무엇보다 CFD는 투자자의 증거금을 넘는 손실에 대해 증권사가 미수채권의 회수 책임을 떠안는다. 잇단 하한가로 반대매매 물량을 청산조차 못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진 것이다. 일부 증권사는 손실 규모가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면서 투자자를 상대로 한 구상권 청구가 급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G증권과 CFD 거래량이 많았던 증권사에서 손실 규모가 막대할 것으로 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CFD는 13개사가 영업 중으로, CFD 잔액은 교보증권(6131억원), 키움증권(5181억원), 메리츠증권(3409억원), 하나증권(3394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증권사의 구상권 청구 소송도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최악의 경우, 최종 손실을 감내하는 쪽은 증권사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전문 투자자가 막대한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개인 파산 절차를 밟는다면 증권사로서는 구상권을 청구하더라도 끝내 손실이 확정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CFD 긴급 점검에 들어갔다. 실제 소유자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 종목별 매수 잔량 공시가 미비했다는 점 등을 중점적으로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문 투자자 요건을 높이거나 공시 범위를 확대하면 자연히 CFD 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며 “전문·기관 투자자들 중에는 투자 전략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 CFD 거래의 익명성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제도 개선으로 CFD 거래 자체가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8호 (2023.05.10~2023.05.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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