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캐릭터에 기괴함 느꼈다" [이게 이슈]
[박예송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퇴임시계 - 윤타임' 첫 화면 |
ⓒ 윤타임 |
대통령의 정치 행위인 언행을 차분하게 살펴보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바로 이런 이유로 윤석열 퇴임 시계를 켜고 현재를 기록하는 '윤석열 대통령 퇴임시계 - 윤타임'이 있다. 2022년 3월 15일 개설된 '윤타임'은 이전에 있었던 대통령 퇴임 시계와 다르다. 감정적이지 않고 그냥 그대로 대통령의 잘잘못을 기록으로 남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을 앞두고 지난 7일 윤타임 운영자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그의 답변을 보며 윤타임 운영자는 우리 시대의 사관(史官)이 아닐까 생각했다. 윤타임 운영자는 정파가 없다. 진영도 없다. 중립도 아니다. 치우치지 않고 사실 그대로 기록을 남기려고 노력한다. 다음은 윤타임 운영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대통령직을 어떻게 수행했는지 파악하고 평가하는 역할"
- '윤타임'을 만들게 된 계기와 목적은 무엇인가?
"짐작하시겠지만, 저는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당선됨과 동시에 과거 이명박 정권 때 봤었던 'MB 퇴임시계'와 비슷한 사이트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윤 대통령의 공약 이행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사이트로 운영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공약을 정리하다 보니 공식 공약집에 담긴 내용 외에도 수백 가지 공약이 있었고, 그 많은 공약의 이행 상황을 제 혼자 힘으로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선회한 것이 '윤석열 대통령 재임 중의 주요 언행을 기록하는 아카이브 사이트를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말과 행동은 결국 존재의 실체를 규정합니다. 윤 대통령이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신랄한 비판과 조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넘쳐나지만 이내 쉽게 잊혀지고 맙니다. 수많은 분량의 관련 기사들도 맥락 없이 파편화되어 있어 한눈에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윤타임은 윤석열이라는 한 인간과 그가 대통령직을 어떻게 수행했는지를 가장 잘 파악하고 평가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사이트 구성이 단순하고 디자인도 깔끔한 데다 정리가 잘 되어 있어 마치 대통령 알고리즘을 보는 것 같다. 운영에 시간과 돈이 많이 들 것 같은데?
"사이트 기획, 개발, 운영 모두 혼자 힘으로 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에서 영업직을 맡고 있어 평소 파워포인트로 제안서를 많이 쓰는데, 그런 직업적 경험이 윤타임 사이트 디자인과 메뉴 구성에 많이 반영되었습니다. 사이트 개발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독학으로 코딩을 배웠고 챗GPT가 나오면서 코딩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직장인이라 운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워 콘텐츠를 손쉽게 등록할 수 있는 관리자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주로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등록하고 있습니다. 메뉴의 대부분이 뉴스 큐레이션이기 때문에 잘잘뉴스는 30초, 윤스타그램은 1분이면 등록 가능합니다. '윤석열 연대기'나 '윤적윤', '윤석열 어록'은 콘텐츠 선별과 정리에 시간이 좀 더 많이 들어가는 편입니다. 자료를 조사 하는데 은근히 품이 드는 '윤석열 낙하산' 메뉴가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사이트 운영 비용은 따로 인건비 들어가는 게 없어서 도메인 등록비와 서버 호스팅비 정도입니다. 요즘 방문자가 많이 늘어 트래픽 비용이 추가로 나가긴 하지만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닙니다."
- 윤석열 어록 가운데 가장 화났던 말을 하나 뽑는다면?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와 비견될 만큼, 평범한 일상이 한순간에 재난으로 뒤바뀐 비극적 참사였습니다. 국민 안전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한다는 말이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다고?'였습니다. 화가 나는 것을 넘어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캐릭터에 기괴함을 느꼈던 어록이었습니다."
▲ '윤적윤 - 윤석열 대 윤석열' 페이지 |
ⓒ 윤타임 |
"대통령 후보 시절이던 2021년 9월에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만나 '일본의 사과를 반드시 이끌어내겠다'라고 말하고서는, 2023년 4월에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100년도 지난 일을 가지고 일본이 한국에 용서 구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과거 자신의 말을 전면적으로 부정해 버렸습니다.
이것은 '공약이란 게 원래 그런 거 아닙니까?'라는 그의 어록과 오버랩되면서, 그가 말하는 '원칙'과 '공정'과 '정직'과 '신뢰'가 정말 말장난에 불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그게 아니라면 유일한 가능성은 '알코올성 기억장애'였다고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인데, 어느 쪽이든 대한민국 국민으로선 불행한 일입니다."
- 사이트를 보면 법적인 고려가 되어 있는 것 같다. 혹 법적인 문제 제기나 인신공격에 대해 대응을 한 적이 있나?
"사이트 운영을 격려하거나 콘텐츠 추가를 요청하는 메일은 많이 오지만 의외로 사이트를 비난하거나 협박하는 메일은 한 번도 받은 적은 없습니다. 저는 윤타임 접속자들이 어떤 경로로 유입되는지를 볼 수 있는데, 친윤 친여 성향 커뮤니티 사용자분들도 윤타임 사이트를 불편해하기는 해도 그 이상의 액션(?)을 취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건 사이트를 법률적 이슈까지 고려해 운영한다기보다는, 나름대로의 기준에 따라 팩트 체크를 한 객관화된 콘텐츠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느끼셨는지 모르겠는데, 윤타임 사이트에는 '쥴리'라는 단어가 들어간 콘텐츠가 전혀 없습니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많은 의혹 중에서 '쥴리'가 조롱하고 물어뜯기 좋은 소재지만, 아무리 검토해도 그게 100% 사실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에 콘텐츠로 등록하지 않고 있습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윤스타그램에 등록하는 만평에도 선별 기준이 있습니다. 간혹 만평 작가들이 윤 대통령의 언행을 풍자하는 것 아니라, 특별한 이슈도 없이 윤 대통령이라는 존재 자체를 조롱하는 내용으로 만평을 그릴 때가 있는데요. 그런 만평은 윤 대통령을 반대하는 진영에 정서적 포만감은 줄지언정 아카이브 콘텐츠로서의 가치는 없다고 보고, 윤스타그램에도 올리지 않고 있습니다."
- '낙하산은 없다'는 윤 대통령의 말과 다르게 윤석열 낙하산 메뉴에는 벌써 76호까지 올라와 있다. '공정'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가 꼭 봐야 할 내용이 있다면 하나만 소개해달라.
"2022년 8월 12일에 '청사진(청년이 사회의 진정한 원동력)' 공동대표인 백경훈씨가 한국재정정보원 비상임이사로 임명된 것은 윤석열 표 '공정'의 모순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백경훈 대표는 2019년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부정 의혹과 관련하여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재인의 약속은 어디갔냐'며 피를 토하는 듯한 연설을 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느닷없이 떨어진 한국재정정보원 비상임이사라는 감투가 정말로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결과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고 하죠. 풍경이 달라졌다고 공정의 기준도 바뀐다면 그건 공정이 아니라 내 기준에서의 '유불리'일 뿐입니다."
- 윤 대통령 취임이 이제 1년 되었습니다. 남은 4년간 앞으로의 사이트 운영 계획은 어떻게 되나?
"어떻게 하면 윤석열 대통령 관련 기사, 어록, 만평 등 각종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기 쉽게 배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민의 결과물로서 5월 말에 '윤석열 타임라인' 기능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현재는 콘텐츠 메뉴별로 시간순 정렬이 되어 있는데, '윤석열 타임라인'은 특정 시간대에 어떤 보도가 있었고 윤 대통령이 어떤 발언을 했으며, 그에 대한 어떤 만평이 나왔는지를 모아서 보여주는 기능입니다. 맥락 속에서 콘텐츠를 보실 수 있게 될 겁니다.
윤타임 방문자들께서 '5년 동안 유지되면 비교할 수 없는 훌륭한 자료실이 될 것 같다'는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저도 윤타임이 그런 좋은 자료실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남은 4년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에도 아카이브 사이트로 기능할 수 있도록 10년이고 20년이고 계속 유지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사이트 운영에 대한 좋은 의견 많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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