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오로', 산후출혈과 구분하는 방법은?
◇분비량 줄어드는 오로vs과량출혈·저혈압·빈맥 동반 '산후출혈'
오로는 자궁 속 불필요한 잔여물이 빠져나오는 일이라 시간이 지나며 점점 양이 줄어든다. 산후 직후부터 3~4일 간에는 혈액이 섞인 선홍색의 분비물이 나오고, 이후 분비물의 양이 점차 줄어들며 백색을 띠게 된다. 보통 3~4주 정도면 모두 배출돼 사라진다.
반면, 산후출혈은 시간이 지날수록 산모의 몸에 각종 이상증상이 더해진다. 산후출혈은 출산 후 24시간 이내에 500cc 이상(제왕절개 후에는 1000cc 이상) 과량의 출혈이 발생한 것을 말하는데, 오로보다 출혈량이 훨씬 많고 출혈 기간도 길다. 3~4주면 사라지는 오로와 달리 산후출혈은 출산 후 24시간 이내부터 12주까지 발생할 수 있다. 출혈과 함께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빈맥, 저혈압, 호흡수 증가, 발한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산후출혈은 크게 출산 후 24시간 이내에 발생하는 조기 산후출혈과, 24시간 이후부터 6주~12주까지 발생하는 후기 산후출혈로 나뉜다. 조기 산후출혈의 원인은 자궁이완증, 자궁경부나 질의 열상, 잔류 태반 조직, 자궁 파열이나 유착 태반 등이 있다. 후기 산후출혈의 경우 잔류 태반 조직, 자궁의 크기가 정상적으로 줄어들지 않는 퇴축부전, 감염, 유전성 응고 결함이 주요 원인이다.
◇출산 후 사망원인 1위 '산후출혈' 예방 가능해
산후출혈은 대표적인 모성사망 원인 중 하나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직접 산과적 사망의 주요 사망원인 1위이기도 하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통계청의 사망원인 보완조사 통계자료에서도 산후출혈은 전체 모성사망 361건 중 66건으로, 18.3%를 차지했다.
다행히 산후출혈은 비교적 원인을 뚜렷하게 알 수 있으므로 예방이 가능하다. 산후출혈 고위험군이라도 별도의 조치를 통해 건강한 출산을 할 수 있다.
전치 태반, 태반 유착증, 혈액응고장애가 있는 산모들은 산후출혈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제왕절개 및 자궁 수술 이력이 있는 경우, 자궁이완증 위험요인이 있는 산모 역시 중등도 위험군에 속한다. 이런 이유로 임신부는 분만 전 의사와의 상담과 검사를 통해 산후출혈 위험인자가 있는지 미리 선별해 필요에 따라 예방적 치료와 조처를 하게 된다.
산후출혈의 가장 흔한 원인인 자궁이완증은 태아의 무게가 4kg 이상인 경우, 다태아, 산후출혈 병력, 융모양막염 등이 원인이 되는데, 선별 검사로 미리 발생 위험을 알 수 있다. 위험이 확인되면 예방을 위해 자궁수축제로 자궁의 이완을 막고 수축을 촉진해 분만 속도를 높여 산후출혈을 방지하면 된다. 산후출혈 예방을 위한 자궁수축제 사용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권고된다. 환자의 상태와 원인에 따라 자궁마사지, 탯줄의 견인 통제를 통해 산후출혈 발생을 대비할 수도 있다.
대한모체태아의학회 김영주 회장(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완성 산후출혈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자궁이완증의 경우는 미리 선별할 수 있고, 치료를 통해 산후출혈을 충분히 줄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태아이거나 태아가 큰 경우, 융모양막염 등 자궁이완증의 원인을 가지고 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의사와 상담해 대비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김영주 회장은 "위험군이 아니었더라도 분만 후 출혈량이 지나치게 많아 산후출혈이 의심되면 의사와 최대한 빨리 상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산후출혈이라고 판단된다면 빨리 병원으로 가 처치를 받아야 한다. 짧은 시간 동안 다량의 출혈로 인해 저혈량성 쇼크 등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모성사망률 위험도 상승해 즉각적인 진단과 적절한 처치가 매우 중요하다.
산후 출혈의 증상 중 하나인 빈맥이나 저혈압은 산후출혈로 인한 혈액 손실이 총 혈액량의 25%(>1500mL)를 초과할 때까지도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방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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