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치악산 둘레길 매력에… 원주 ‘으뜸 걷기 여행 도시’ 잰걸음
한 선비가 구렁이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놓인 꿩을 구해준다. 그날 밤 구렁이는 앙갚음하기 위해 선비의 숙소에 나타나 선비의 몸을 칭칭 감는다. 구렁이는 “날이 밝을 때까지 종각의 종이 세 번 울리면 살려주겠다”는 내기를 한다. 그때 꿩 3마리가 종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렸고, 선비는 구렁이로부터 목숨을 구했다.
강원도 원주 치악산에서 전해 내려오는 ‘은혜 갚은 꿩’ 이야기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 쯤은 들어봤을 만큼 널리 알려진 전래동화다. 최근에는 꿩 전설 못지않게 유명해진 것이 있다. 총 길이 139㎞에 달하는 치악산 둘레길이다.
치악산은 ‘치 떨리고, 악 소리가 절로 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험준한 산이다. 하지만 지금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치악산 둘레길이 잘 조성돼 있어서다. 치악산 외곽을 시계 방향으로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둘레길은 모두 11개 코스, 139.2㎞에 달한다. 원주시와 횡성군, 영월군 등 강원도 3개 시군을 거친다. 이 가운데 100㎞가 원주 경계 안에 있다.
1코스인 꽃밭머리 길과 11코스인 한가터 길은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원주혁신도시에서 가까워 출근 전이나 퇴근 후 가볍게 걷는 시민들도 많다. 1코스는 11코스와 이어진다. 이 구간은 잣나무와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아름답다. 총 길이는 5~6㎞로 가파르지 않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한가터 주차장을 지나 만나는 잣나무 숲은 웅장하고 청정하다. 울창한 숲을 이룬 잣나무들 사이에서 치악산이 내뿜는 숨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잣나무뿐만 아니라 소나무, 활엽수, 야생화 등 다양한 식물을 만날 수 있다. 꽃밭머리 길은 마을 안길을 지나고 카페촌을 지나는 구간에 있어 도보 여행 중에 차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여유를 가질 수 있다.
2코스 구룡길은 치악산 주봉인 비로봉으로 올라가는 탐방로와 연결된다. 9코스는 길가에 늘어선 자작나무가 운치를 더한다. 10코스 아흔아홉골길은 낙엽송이 군락을 이룬다.
원주에는 치악산 둘레길 말고도 원주굽이길이라는 도보여행 길 400㎞가 조성돼 있다. 원주 중심에 있는 봉화산을 중심으로 시계 반대 방향을 그리며 원주를 한 바퀴 반 돈다. 등산로, 임도, 둑길, 물길, 샛길, 옛길, 마을길 등 기존 길들을 연결한다. 새 길도 내고, 다듬어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교통량이 많은 도로와 포장길을 피하고 흙길과 숲길, 물길 등을 최대한 걸을 수 있도록 코스를 선정했다. 걷기 동호인들이 구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각 코스마다 코스 안내 표지, 길잡이 띠를 설치했다. 또한 구간별로 스탬프 인증대를 설치해 걷기 기록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치악산 둘레길과 원주굽이길을 완주하면 완보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치악산 둘레길은 22개, 원주굽이길은 30개의 스탬프를 모두 찍어오면 원주시걷기여행길 안내센터에서 완보 인증서와 함께 기념배지, 등산 가방, 우산, 수건 등 기념품을 함께 증정한다.
걷기 관련 교육과 행사도 다양하다. 11월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걷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주마다 에코힐링 숲속 맨발 걷기, 원주시 걷기 여행길 함께 걷기, 쓰레기를 주우며 걷는 원주사랑 클린워킹 등 이색 걷기 이벤트가 펼쳐진다. 신청과 문의는 ‘원주시걷기여행길 안내센터’로 하면 된다.
또 6월까지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치악산 둘레길을 걸으며 치악산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걷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프로그램은 치악산 둘레길 제1·3·11 코스에서 진행한다. 1코스(국형사~관음사)는 국형사 주차장과 관음사 주차장, 3코스(한다리골~잣나무숲)는 한다리골 입구, 11코스(국형사 주차장~한가터 주차장)는 국형사 주차장에서 각각 출발한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0시 집결지에서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원주 치악산 둘레길과 관광지를 연결하는 치악산 둘레버스도 도입했다. 이달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운행한다. 치악산 둘레버스는 총 4개 코스로 구성됐다. 매월 첫째 주에는 국형사와 동악단을 따라 소나무 잣나무 숲길을 걷기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둘째 주에는 운곡솔바람숲길을 따라 맨발체험을 진행한다. 셋째 주에는 단종과 김삿갓의 발길을 따라 싸리치옛길을 둘러보고, 넷째 주에는 태종 이방원이 운곡 선생을 만나러 가던 잣나무 숲을 걷는다. 이용 요금은 5000원이다. 환경정화 활동을 하면 최대 3시간 봉사 시간이 인정된다.
원강수 원주시장은 8일 “치악산 둘레길과 원주굽이길은 계절마다 뚜렷한 매력을 갖고 있어 많은 걷기 동호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며 “편의시설 확충과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통해 원주를 전국 최고의 걷기 여행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원주=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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