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도 찍자 "실내에 있어라"…여행의 달 폭염 덮친 이 나라

박소영 2023. 5. 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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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수은주가 역대 최고인 섭씨 44.2도를 찍는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지난달부터 이례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7일(현지시간) 베트남 일간 띠엔퐁신문에 따르면 이날 북부 응에안성(省) 뜨엉즈엉현(縣)이 섭씨 44.2도를 기록하면서 베트남 사상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전날 북부 타인호아성 호이쑤안이 세운 최고 기온(44.1도)을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한 태국 남성이 지난달 20일 태국 방콕의 전자제품 매장에 선풍기를 내놓고 팔고 있다. 태국은 지난달 섭씨 40도가 넘는 극심한 폭염에 시달렸다. AFP=연합뉴스

AFP통신에 따르면 이상 고온을 보인 지난 주말 수도 하노이 중심가에는 행인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더위를 피해 시민 대부분이 실내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중부 최대 상업도시인 다낭에서도 농부·노동자들이 평소보다 일찍 일을 시작해 오전 10시 전에 마쳤다.

베트남은 지난달부터 30도 후반 기온을 기록하더니 초여름인 이달 초부터 40도를 훌쩍 넘고 있다. 하노이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한 교민은 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수년 전만 해도 4~5월에는 30도 이상으로 일정했는데, 지난달 중순과 이달 초 갑자기 기온이 40도 가까이 올랐고, 체감온도는 거의 50도에 육박했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이웃 국가들도 이상 고온을 겪고 있다. 지난달 태국의 서부 탁 지역이 44.6도를 기록했고, 미얀마 동부 한 마을은 43.8도로 10년 만에 최고 기온을 찍었다. 그 외 라오스, 말레이시아 등도 40도 이상 치솟았다. BBC방송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선 우기가 오기 직전 고온이 지속하는 편이지만 올해는 폭염 강도가 이전 기록을 뛰어넘었다”고 했다.

지난 4월 25일 한 남성이 미얀마 양곤의 거리에서 뜨거운 햇볕을 막기 위해 양산을 쓰고 식수병이 든 카트를 밀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국에선 이달 1일(근로자의 날), 5일(어린이날), 29일(석가탄신일 대체공휴일) 등이 주말 휴일과 이어져 해외 여행 관심이 커졌다. 이 같은 연휴 특수를 기대한 동남아 관광업계는 이상 고온이 관광 수요에 악영향을 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다낭에 있는 여행사 해피투어인베트남 측은 중앙일보에 “해외여행의 경우 오래전부터 준비하기 때문에 최근의 이상 고온 현상으로 여행 일정을 취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도 “관광객들이 극심한 폭염 탓에 숙소에서만 머무르는 일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베트남·태국 당국에선 국민에게 폭염 시간대에는 실내에 있으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 같은 이상 고온 현상은 올여름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기후 전문가들은 올여름에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지구 온도가 약 0.2도 상승하는데 기후 변화로 인해 이미 뜨거워지고 있는 터라 이보다 더 많이 오를 수 있다. 나아가 건조한 날씨는 극심한 가뭄과 잦은 화재 등 재해를 불러올 수 있다.

베트남 기후변화 전문가인 응우옌 응옥 후이는 AFP에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 영향을 고려하면 앞으로 최고 기온 기록은 여러 번 더 나올 것”이라면 “(우려해온) 극한 기후 예측 모델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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