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문 대통령 논란 최성영 당진서장... "이번엔 노동자에 수갑 채웠다"
[이재환 기자]
▲ 8일 충남지역 노동자 200여명이 당진경찰서 앞에서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체포한 것에 대해 "불법 체포"라며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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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피켓을 들었다는 이유로 경찰이 노동자들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한 것을 두고 노동계가 "과잉 대응"이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앞서 지난 4일 충남 당진경찰서(서장 최성영)는 당진시에 있는 현대제철 사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의선 현대회장의 회사 방문에 맞춰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피켓을 들었다. 경찰의 해산 명령에 노동자들이 불응하자 경찰은 노동자 3명을 강제 연행했다. 경찰은 이 중 2명에게 수갑을 채워 '과잉 대응'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경찰은 당진경찰서에서 현행범 체포 확인 및 인정절차 진행한 후 이들을 석방했다. 이날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행 당시 최성영 당진 경찰서장이 현장을 직접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서장은 지난 2011년 서울 대한문에서 열리는 집회를 관리하며 '대한문 대통령'이라는 별명이 붙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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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세종충남본부와 금속노조, 정의당 충남도당 소속 200여 명(주최측 추산)과 정당인들이 당진경찰서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불법 체포, 공권력 남용. 최성영 당진 서장은 물러나라"라고 외쳤다. 2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 진행된 이날 노동자들의 항의 집회는 별다른 마찰 없이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지난 4일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되어 당진경찰서로 연행된 A씨는 "경찰이 노동자들을 불법으로 매도해 탄압한 사건"이라며 "그날 정의선 현대 회장이 온다고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리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은 노동자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경찰서까지 연행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라며 "억울하고 화가 나서 잠이 오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관계자도 "최성영 서장이 노동자들을 폭행하고 연행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면서 "연행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폭행당한 부분에 대해 별도의 고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자들의 변호를 맡은 강빈(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형사적으로는 불법 체포와 폭행, 상해 등에 대해 (법적 대응 여부를) 검토 하고 있다"라며 "민사적으로도 노동자들의 치료비와 정신적 손해배상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체포의 적법성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의 우려가 없었다. 노동자들을 현행법으로 체포할 사유가 없었다"면서 "백번 양보해서 현행범 체포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권리고지를 해야 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체포당하는 과정에서 권리 고지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 8일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와 금속노조 충남지부, 정의당 충남도당 등이 충남 당진경찰서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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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성영 서장은 지난 2월 6일 제 70대 당진경찰서장으로 부임했다. 지난 2011부터 2014년 1월까지 서울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으로 근무한 그는 서울 대한문에서 열리는 집회를 관리할 당시 '대한문 대통령'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지난 2014년 1월 당시 남대문 경찰서 경비과장이던 최 서장은 서울 정동 민주노총 건물에서 열린 철도노조 파업 관련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집회 신고 인원(30명) 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모였다는 이유로 해산 명령을 내렸던 것. 당시에도 '공권력 남용'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민주노총 충남본부 관계자는 "최성영 서장의 남대문 경찰서 근무시절부터 그에 대해 익히 알고 있다"라며 "그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당진에서 벌어졌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묻고 공론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가 끝난 직후 <오마이뉴스>는 최성영 서장에게 ▲지난 4일 현대제철 노동자들의 '피켓 선전전' 과정에서 현장을 직접 지휘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체포 명령을 내렸는지 ▲체포 사유가 무엇인지 등을 묻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당진경찰서 관계자는 "집회가 방금 끝났다. (인터뷰는) 내부 회의가 필요하다. (서장이) 인터뷰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당진경찰서 관계자는 "(최성영 서장이) 지난 4일 현장을 지휘한 것은 맞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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