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후 식량 위기 인구 3배 늘어... 도움 절실”

박용미 2023. 5. 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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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기후위기 자연재해 등은 전 세계 식량난의 주요 원인이다.

지난 4일 서울 관악구 사무실에서 만난 윤선희(48) 유엔세계식량계획(WFP) 한국사무소장은 "코로나 전 1억3500만명이었던 식량 위기 인구가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3억5000만명이 됐다"며 "지난해 WFP가 역대 최고인 90개국 1억5800만명을 도왔지만 아직도 2억명에 가까운 이들이 식량난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참혹한 현실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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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희 WFP 한국사무소장
“한국교회 사랑과 후원의 정신이 전 세계 도움 필요한 곳곳에”
윤선희 WFP 한국사무소장이 지난 4일 서울 관악구 사무실에서 전 세계 식량 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내전 기후위기 자연재해 등은 전 세계 식량난의 주요 원인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에 국제전쟁까지 더해지면서 극심한 식량 위기에 처한 이들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 4일 서울 관악구 사무실에서 만난 윤선희(48) 유엔세계식량계획(WFP) 한국사무소장은 “코로나 전 1억3500만명이었던 식량 위기 인구가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3억5000만명이 됐다”며 “지난해 WFP가 역대 최고인 90개국 1억5800만명을 도왔지만 아직도 2억명에 가까운 이들이 식량난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참혹한 현실을 전했다.

WFP는 유엔(UN) 정식기관 중 가장 큰 인도적 지원 기관으로 전 세계 기아 퇴치를 목표로 사역하고 있다. 1963년 설립돼 식량과 영양지원 긴급구호 등을 진행한다. 2020년에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대표적인 유럽의 곡창지대였던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일어난 후 주변국은 물론 아프리카까지 식량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 WFP는 우크라이나가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 중간역할을 담당했으며 다른 나라로 피신한 난민들도 도왔다. 윤 소장은 “풍요롭던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인해 수혜국이 됐다. 올해는 우크라이나에서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됐으니 식량난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도 WFP의 손길이 닿았다. 특히 12년 전부터 내전으로 고통받은 시리아는 오랫동안 WFP가 돕던 나라였는데 지진 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인구가 200만명 이상 늘었다.

윤 소장은 “시리아는 전 세계에서 난민을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다. 현재 긴급 식량 구호가 진행되고 있으며 상황이 안정되면 수혜자들을 단계적으로 정규 지원 프로그램에 포함시킬 예정”이라며 “UN의 다른 기구들도 교육이나 의료 등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WFP는 식량을 직접 구매해 필요한 나라에 전달하기도 하지만 현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오랜 자료 조사를 통해 수혜자들이 현금을 받아도 최소 70%는 식량을 구매하는 데 사용한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현금을 지원하는 것은 수혜자들의 자립심을 키우고 그들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WFP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상황 속에서 태풍까지 덮친 1963년 한국 정부는 WFP에 피해 구호를 요청했고 WFP는 64년부터 20년간 한국을 도왔다. 현존하는 UN 정식기관 중 한국에 가장 많은 지원을 한 단체가 WFP다. 그 후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된 한국은 지난해 WFP 공여국 중 10위 안에 들었다. 윤 소장은 “WFP 본부에서는 한국에 대해 ‘빛나는 사례’라고 표현한다”며 “한국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윤 소장은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자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WFP 수단·남수단·레소토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전 세계 곳곳에서 한국교회가 활약하고 있는 것을 경험했다.

“한국사무소장을 맡아 고국에 돌아오기 전부터 가난한 아프리카 지역에서 한국교회와 선교사님들이 꼭 필요한 사역을 끝까지 하는 모습을 수없이 봤다. 최근 한국교회봉사단도 우크라이나와 시리아를 위해 20만달러를 보내줬다. 한국교회 사랑과 나눔의 정신이 배고픔에 고통받는 많은 이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는 감사 인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요청한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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