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 코앞에 두고 후쿠시마 파견…시찰단의 3가지 과제
한·일 양국이 23~24일 한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오염수 방류 시찰단을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에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찰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오염수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찰단 파견은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시점에서 결정됐다. 일본 정부는 다음 달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이르면 올여름부터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정화한 뒤 해상에 방류할 방침이다. 오염수를 해양 방류할 때 통로 역할을 하는 해저터널이 다음 달 말쯤에 완공되기 때문에 7월부터는 방류가 가능하다. 일본 정부는 원전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앞으로 30~40년에 걸쳐 바다에 흘려보낼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방류를 눈앞에 두고 결정된 시찰단 파견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당과 환경단체들은 “시찰단은 오염수 방류를 위한 면죄부만 주게 될 것”이라며 “시찰이 아닌 검증이 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시찰단으로서는 여러 과제를 떠안은 채로 후쿠시마로 향하게 된 셈이다.
①오염수 공포 해소
시찰단은 이틀 동안 후쿠시마 원전을 방문해 도쿄전력 관계자 등을 면담하고, 오염수 방류 시설을 시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증단이 아닌 시찰단인 만큼 오염수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보다는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한국은 이미 IAEA가 주도하는 오염수 검증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IAEA 이외의 기관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를 검증하는 일은 100% 없다”고 선을 그었다.
원전 전문가들도 이번 시찰이 오염수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는 것 외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강건욱 서울대 핵의학과 교수는 “과학적으로 오염수 방류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게 입증됐기 때문에 시찰단 방문은 사실상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괴담 수준의 오염수 문제를 불식시키는 시찰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오염수는 과학적으로 안전한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안심하는가 아닌가의 문제”라며 “ IAEA 검증에 참여한 것에 더해서 우리가 시료를 받아 자체 분석을 해볼 수 있으면 국민들을 더 안심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②객관적이고 투명한 데이터 확보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이 해양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생물학적 영향을 제대로 보기 위한 조사를 하거나 데이터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면 시찰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인근 해역의 오염 현황과 방류 세부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를 한일 양국이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병섭 한국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일본 정부와 IAEA는 원전 사고로 인한 오염 기저효과를 무시한 채로 앞으로 방류할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주장만 하고 있다”며 “후쿠시마 근해에서 잡히는 생선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자료 등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③방류 계획에 따른 추가 대책 수립
국회 입법조사처는 ‘후쿠시마 사고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따른 수산업 영향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 “방류 시기에 따라 오염수 확산 경로와 국내 해역 도달 시기가 달라질 수 있고, 방류량에 따라 국내 해역에 도달하는 오염수 농도도 달라질 수 있다”며 “방류 계획에 따른 추가적인 입법·정책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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