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맞은 키신저 "中, 올해 말 우크라 평화협상 중재할 듯"
미국을 대표하는 외교 원로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올해 말 중국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쟁 발발 이후 첫 통화를 나누는 등 중국의 중재 가능성에 시선이 쏠리던 차에 더해진 노장의 발언이다.
7일(현지시간) 미 CBS 방송은 오는 27일 키신저 전 장관의 100세 생일(1923년 출생)을 앞두고 유명 언론인 테드 코펠이 그와 나눈 인터뷰를 방영했다. 키신저는 이 방송에서 "우크라이나 위기가 전환점에 접근하고 있다고 본다"며 "이제 중국이 협상에 뛰어들었으니 올해 말쯤 (그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마침 이 인터뷰 기사가 나온 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중국의 협상 개입에 회의적이었던 서방국가들의 인식에 변화가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이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면서다.
그간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중국이 전쟁을 중재할 경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불법 점령만 용인할 뿐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여왔다. 중국 정부가 지난 2월 외교부 명의의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며 '러시아군 철군'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의 철군은 우크라이나가 평화협상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는 사안이다.
그러나 "예상보다 장기화한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예전 같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협상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WSJ는 짚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을 중재자에 포함하는 광범위한 휴전 협정에 대한 목소리가 서구에서 솔솔 나오고 있단 설명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최근 젤렌스키와 나눈 통화에서 "대화와 협상은 실행 가능한 유일한 출구"라고 강조하며 특사 파견 의사를 밝히는 등 중재 의지를 보여준 상황이다.
"미-중 갈등 매우 위험한 시기" 우려도
키신저는 이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을 두고 "매우 위험한 시기"라는 우려도 전했다. 중국은 대만을 노리는 반면 미국은 대만 방어 의지를 강화하고 있단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두 첨단기술 국가(미국과 중국)가 부딪칠 가능성이 있으며 긴급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970년대 중국의 개방으로 세상이 더 나아졌느냐 아니면 더 위험한 곳이 되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국제 시스템에서 중국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만 답했다.
키신저는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재직 중이던 1971년 비밀리에 중국을 오가며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1972년)을 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닉슨의 방중은 1979년 미국과 중국이 국교를 수립하는 데 발판이 됐다. 이후에도 키신저는 중국과의 외교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마오쩌둥부터 시진핑까지 중국의 거의 모든 지도자를 만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 『헨리 키신저의 중국 이야기』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여야를 막론하고 미국 정부들이 추구한 외교정책 중 긍정적인 성과를 꼽는다면 "75년간 핵무기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라고 밝혔다.
CBS는 키신저가 한쪽 눈의 시력을 잃고 여러 차례 심장 수술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하루 15시간 일하며,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사임에 변함이 없다고 짚었다.
최근 그가 심취한 주제는 인공지능(AI)이다. AI를 완벽히 통제할 수 없으며 전쟁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키신저는 지난 2021년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 대니얼 허튼로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함께 『AI 이후의 세계(The Age of AI)』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 책은 오는 22일 국내에서도 출간된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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