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사회·국제간호협까지 동원…'거부권' 결정 앞두고 여론전

간호법 제정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대한간호협회와 대한의사협회가 국제단체를 앞세워 각자 주장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양측 모두 여론전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 하이디스텐스마이렌 세계의사회(WMA) 회장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스텐스마이렌 회장은 간호법의 내용에 대해 “의료행위가 의사의 감독이 없어도 제공된다는 뜻”이라고 규정했다. 이어서 “이는 최고 수준의 적절한 의료 제공이 안 된다는 걸 뜻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의료는 의사의 지휘하에여러 보건의료직역의 협동으로 수행되는 것인데 간호법이 팀 기반 의료를 훼손하고 와해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도 8일 파멜라 시프리아노 국제간호협의회(ICN)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을 공개했다. ICN은 세계 135개국, 간호사 약 2800만 명이 속한 조직이다. 간협도 이 조직에 속해 있다. 시프리아노 회장은 “세계 각국에서는 인구의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로 인해 전문가로서 간호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90여 개 이상의 국가들이 간호법을 제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경우 별도의 간호 단독법제정 없이,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ㆍ조산사를 포함한 포괄적인 법률인 의료법으로 간호사 업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호사 업무 범위 등을 규정하는 독립 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그는 윤 대통령이지난달 27일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한 말도 인용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 선교사들이 한국 여성들을 교육하기 시작했다고 했다”며 “대한민국 간호는 이 시기부터 비약적으로 발전하였으며 이제는 높은 수준을 갖춘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있으나 간호에 대한 법적 토대를 제공하는 간호법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2023년 5월 12일은 한국 간호가 시작된 지 100년 되는 해인 만큼 간호법 제정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하사해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윤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한편 간협은 오늘 회원들을 대상으로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막는 단체 행동을 실시해야 할지 의견을 조사한다고 밝혔다.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은 간호사에 대한 사망선고와 다름없기에 최후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후의 방법이 파업일지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지난 3일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보건복지의료 연대의 연가 투쟁에 대해 “국민 건강권을 담보로 삼은 파업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