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설레" 중년 남자의 첼로 레슨 도전기

정무훈 2023. 5. 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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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훈 기자]

▲ 낡은 첼로 첼로 수업
ⓒ 정무훈
첼리스트 요요마가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고 지쳐서 대기실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첼로를 연주하는 영상을 보았다. 요요마는 지치고 힘겨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특별한 시간을 선물했다. 요요마의 백신 접종병원 연주는 우리의 삶에서 음악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말해주는 장면이었다.
 

"그래 나도 첼로를 한 번 배워야겠다."

인생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 순간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지금이 바로 첼로를 배울 시간이다. 꾸물거리다가 또 신기루처럼 사라질지도 모르는 열정을 꽉 잡았다. 첼로는 이렇게 나에게 훅 들어왔다.

인생 악기가 있다. 죽기 전에 한 번은 연주하고 싶은 악기가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 악기를 만나지 못했다. 남들은 쉽게 시작하는 악기가 나에게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음악을 좋아하지만 악기를 연주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그 이유는 악기를 배우는 과정을 즐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악기를 배우려면 욕심을 내려놓고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배워야 한다.

예전에 한참 배우던 기타는 점점 지루해져서 결국 창고 한구석에 먼지가 쌓여가고 있다. 기타 코드를 외우고 손가락 운지 연습을 하고 악보를 보며 연주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기타를 그만둔 가장 큰 이유는 기타를 레슨 받는 사람 중 나만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기타를 그만두고 나는 원래 악기에 소질이 없는 사람이라고 애써 합리화했다.
  
▲ 낡은 첼로2 첼로 수업
ⓒ 정무훈
 
이번에 첼로를 레슨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친구의 이야기였다. 예전부터 악기를 배우고 싶었던 친구는 우리 동네 오케스트라 일반인 수업을 알게 되어 악기를 배우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문득 나도 다시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레슨을 혼자 받으려니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친구들을 모아서 같이 레슨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했다. 얼른 단톡방에 첼로를 같이 배우고 싶은 친구를 모집하는 공지를 올렸다.

"이 나이에 첼로가 가능할까?"
"악기는 배우고 싶지만 첼로는 어려워 보여서 자신이 없네."
"나는 악기도 못 잡고 악보도 잘 못 보는 사람이라 안 되겠어."
"같이 배웠는데 나만 못하면 창피할 것 같아."
"요즘 일이 바쁘고 시간이 없어서 안 될 것 같아."

저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 손사래를 쳤다. 이러다가 첼로 레슨은 시작도 못 하게 생겼다.

"그럼 일주일에 단 두 시간만 시간을 내주라."
"한 달만 첼로 배워 보고 힘들면 그만둬도 괜찮아."
"지금 첼로를 배우지 않으면 살면서 언제 또 기회가 오겠니?
"첼로 선생님과 첼로 대여는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놀러 온다고 생각하고 너희는 일주일에 2시간만 내면 돼."

열정적인 권유와 부탁을 반복하며 어렵게 나를 포함해 네 명의 첼로 레슨 희망자를 모았다. 이제 강사를 섭외하는 일만 남았다. 첼로를 배우고 싶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친구 한 명이 친한 첼로 강사를 소개해 주었다. 이렇게 한나절 만에 첼로 콰르텟(사중주단)이 결성되었다.

"우리 팀 이름을 뭘로 지을까?"
"아직 첼로 레슨 한 번도 안 받았는데 무슨 이름을 만들어?"
"나중에 활동하려면 일단 팀명이 있어야지. ㅋㅋ"
"첼찾사 그러니까 첼로를 찾는 사람들 어때?"
"참신한 맛이 없네, 다른 이름 생각해 보자."
"프레첼 어떠니?"
"프레첼은 내가 좋아하는 과자야. 의미는 '프'로방스 스타일로 여유 있게 '레'슨 받는 '첼'로 초보들."
"하하! 말 되네. 프레첼이라고 하니까 왠지 친근하네."
"좋아! 프레첼로 가자. 우리가 모여서 첼로 연주하는 상상을 하니 쫌 손이 오그라  들지만 살짝 설레."

프레첼 콰르텟 단톡방이 생기고 갑자기 음악 이야기가 풍성해졌다. 어린 시절 바이올린을 배웠던 추억을 이야기를 하는 친구도 있었고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배우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내는 친구도 있었다. 음악과 악기에 대한 추억을 나누며 악기를 배우고 작은 바람이 마음 한편에 있다는 것을 서로 알게 되었다. 
 
▲ 낡은 첼로3 첼로 레슨
ⓒ 정무훈
 
얼마 후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첼로 선생님과 처음으로 통화를 하게 되었다. 친근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전해졌다.

"저희 중고 첼로라도 사야할까요?"
"처음에는 대여해서 배워도 괜찮아요."
"악보도 못 보고 악기도 처음인데 괜찮을까요?
"누구나 처음에 초보로 시작하니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첼로 레슨은 시작하고 삼 개월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양손을 모두 쓰는 것이 어렵고 원하는 소리가 안 나온다고 쉽게 실망해요."
"첼로 배우기가 정말 어려운가요?"
"모든 악기는 다 어렵죠. 하지만 연주가 익숙해지고 첼로 소리를 좋아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누가 말려도 계속하게 될 거예요."
"첼로는 사람의 목소리에 가장 가까운 악기에요. 감정이 그대로 실리는 악기죠. 그래서 매력이 있어요."
"저도 첼로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말랑말랑해져요."
"첼로음이 마음과 공명하는 거죠. 악기 소리는 사람들의 마음과 연결되어 있어요."
"첼로 연주를 잘 하려는 마음보다 악기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연주는 저절로 좋아질거에요."

첼로를 배우는 시간은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이라는 첼로 선생님이 말이 깊은 여운으로 남았다. 소리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고요하고 차분한 공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첼로는 배우는 시간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다.

첼로와의 만남이 내 인생에서 어떤 울림이 될지 너무나 기대되고 흥분된다. 첼로를 배우며 타인의 감정에 공명하고 따뜻하고 깊게 공감하는 큰 울림통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첼로는 어떻게 세우고 활은 어떻게 잡지? 머리 속은 즐거운 물음표로 가득하다. 오늘부터 첼로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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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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