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에선 행복한 일들이 일상이에요"

주간함양 최학수 2023. 5. 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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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에서 이 청년은 (12) 토봉꿈나무 온유경씨

[주간함양 최학수]

경남 함양군은 이번 지방소멸 대응기금 사업에서 가장 높은 A등급으로 책정되어 210억원의 기금을 확보했다. 함양을 발전시킬 수 있는 많은 예산을 확보한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소멸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년세대의 인구감소와 유출, 일자리 부족 등 함양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는 막막할 정도로 산적해있다. 청년인구를 유입시키고 유출을 막는 것은 우열을 가릴 것 없이 시급한 문제다. 청년세대는 인구문제 해결에 중요한 열쇠가 되는 세대다. 현재 함양군뿐만 아니라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세대를 유입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혹자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인구 유치를 위해 힘쓰는 사태를 보며 지방을 찾아온 청년들이 힘든 일을 싫어하고 지원금만 밝힌다며 비판한다. 정말 청년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환경에서 청년들이 행복하게 정착할 수 있을까? 이에 본지는 이미 함양에서 살고 있는 청년의 삶 속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고 청년들이 함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32살 유경씨가 다시 함양에 온 까닭은?

"저는 운이 좋거든요"

누군가는 뻔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말을 사랑스럽게 웃으며 전하는 이 사람. 32살의 온유경씨다. 하지만 온유경씨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운은 사실 스스로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함양군 안의면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유경씨. 태어나서 한 번도 안의면을 떠나본 적 없는 유경씨는 대학 진학을 위해 대구로 터전을 옮기게 됐다. 대학교에서 회계를 전공한 유경씨는 전공을 살려서 취업했다.
 
 온유경씨
ⓒ 주간함양
 

활동적이고 친화력이 좋았던 유경씨는 타향살이도 어렵지 않았다. 요가와 수영, 발레 등 운동을 하면서 만난 친구들과도 자주 만났고 음악 페스티벌에서 만난 사람들과도 금방 가깝게 친해졌다. 뿐만 아니라 해외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도 친구가 돼서 아직도 연락을 주고받는다.

두 곳의 회사를 각 2년과 8년 다니고서 다시 함양으로 돌아오게 됐다.

"8년을 다녔던 회사는 정말 나쁘지 않았어요. 일, 사람, 급여, 휴가 등 모두 좋았어요. 그런데 일이 너무 권태로워진 거예요. 저는 활동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코로나로 해외여행도 갈 수 없고 공연도 없어지면서 마음에 병이 생겼어요. 그래서 일 그만두고 함양으로 오게 됐어요"

활동적인 유경씨. 분명 시골의 삶은 도시보다 한적하다. 대구의 삶이 그립지 않느냐는 말에 유경씨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대구를 떠올리면 행복이 안 느껴져요. 그냥 일과 술로 보낸 도시 같아요"

반면에 함양에서는 항상 행복하다는 유경씨. 함양청년네트워크 이소에서 행복을 주제로 한 모임에 참석했던 유경씨는 함양에서 행복했던 기억이 담긴 사진을 준비하라는 말에 사진을 백장이나 준비했다. 그만큼 일상이 행복하다는 뜻이다.
  
"함양에서 어머니를 도와 펜션 운영하는 것도 재밌고 차를 내려 마시는 것도 좋고, 아버지를 도와서 토봉 분봉 받는 것도 재밌고 우리 강아지 깜순이, 몽실이 보는 것도 정말 행복해요. 함양에 내려오고서는 항상 행복한 거 같아요"

오랜 직장을 그만두고서 함양으로 온 것이 불안하진 않았느냐는 질문에 유경씨가 했던 말은 "저는 운이 좋거든요"다. 지금은 거창소재지 학교에서 행정사무 대체 업무를 계약직으로 하고 있다.

"저는 운이 좋거든요. 때가 되면 할 일이 생기더라구요. 계획을 하고 온 것은 아니지만 모은 돈도 있으니까 당장 힘든 상황이 닥칠 거라고는 생각 안 했어요"

회계전공 유경씨가 함양에서 찾은 일은?

유경씨의 함양행에 큰 계획은 없었다. 하지만 살면서 조금씩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아버지께서 토봉과 양봉을 같이 하시는데 양봉일로 바쁘실 때 제가 토종벌 분봉을 받았어요. 그게 정말 재밌는 거예요. 시골생활이 저랑 잘 맞나봐요. 잡초를 뽑고 꽃을 심으며 정원을 가꾸는 것도 재밌고 텃밭의 작물을 수확하는 것도 재밌어요. 내가 받은 벌집의 꿀을 받아서 팔아보고싶은 마음도 생기고요. 점점 내 미래를 상상하게 돼요."
ⓒ 주간함양
 
아버지의 권유로 토종벌연구회에 가입하게 됐다. 토봉을 하는 사람 중 젊은 사람은 적다. 젊은 사람 중 여성은 더 적다. 유경씨는 많은 관심을 받았고 심지어 찾아와서 토봉과 관련한 다양한 조언을 받기도 했다. 조금씩 벌을 좋아하게 된 유경씨는 주어진 일을 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벌을 연구하게 됐다.
"벌은 알면 알수록 귀여워요. 벌도 집 안에서 사무직을 하는 벌들이 있는데 점심시간이 되면 사무직을 하는 벌들이 나와서 운동하는 시간을 가져요. 그걸 점심놀이라고 해요. 꿀 위치를 찾으면 엉덩이춤을 추면서 방향을 알려주기도 하고요. 여름에 더우면 날개로 부채질도 해요. 벌을 이해하면서 더 큰 애정을 주게 됐어요"
 
ⓒ 주간함양
 

난여울 한옥스테이 펜션에서 하는 일도 적성에 맞다. 펜션 손님에게 다도를 제공하는데 손님의 삶을 듣는 재미가 있다. 도시에 살다가 시골에 살면 심심하지 않느냐고 묻는 말이 많지만 유경씨는 전혀 아니다.

"펜션을 하면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나니까 좋아요. 그리고 함양청년네트워크 이소에 나가서 굳이 함양을 찾아 정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흥미롭고요. 모임의 직업군도 정말 재밌어요."
 
ⓒ 주간함양
 

청년이 함양에서 살아가려면?

사실 유경씨처럼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이 아니라면 함양을 삶의 터전으로 삼기가 어렵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사는 건 사실 어려운 점이 많아요. 저도 엄마, 아빠 그리고 집이 있으니까 함양에 온 거거든요. 그게 아니라면 정착하긴 정말 어려운 거 같아요. 집과 연고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유경씨는 "사람은 혼자 못산다"고 말하며 "사람들이 어울려 살 수 있도록 다양한 모임이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온유경씨는 스스로 운이 좋다고 말한다.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 있을까? 많은 것을 가져도 욕심이 많아서 만족을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항상 운이 나쁘다고 생각할 것이다. 스스로 운이 좋다고 말하는 유경씨를 보며 나는, 주어진 것에 행복하게 만족할 수 있는 긍정적인 유경씨를 생각했다. 분명 시골의 삶은 도시의 삶보다 비어있다. 긍정적인 유경씨는 비어있는 시골의 삶을 자신만의 행복으로 채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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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 (최학수PD)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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