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상대로 손해배상 승소한 국군포로…"북한을 이겼다"

장희준 2023. 5. 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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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당시 북한군에 붙잡혀 수십년간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탈북한 국군포로와 유족이 북한 당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앞서 2020년 7월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처음 승소한 국군포로 한재복씨 등 2명은 북한으로부터 저작권을 위임받아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 중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에 "손해배상액을 (북한) 대신 지급하라"며 추심금 청구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1심에서 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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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씨 등 3명, 북한정권 상대로 승소
法 "각 5000만원씩 손해배상금 지급하라"
당초 원고 5명…재판 지연되며 3명 숨져

6·25전쟁 당시 북한군에 붙잡혀 수십년간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탈북한 국군포로와 유족이 북한 당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북한의 강제노역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우리 사법부가 인정했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지만, 북한으로부터 실제 배상을 받아내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2단독 심학식 판사는 8일 국군포로 김성태씨(91) 등 3명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대표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김씨와 유영복씨, 숨진 이규일씨 유족 등 원고 측에 각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국전쟁 때 북한에 잡혔다가 탈북한 국군 포로 김성태 씨가 8일 오전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 후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김씨 등은 2020년 9월 "북한과 김정은이 강제노역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면서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앞서 2020년 7월 또다른 국군포로 2명이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 직후였다. 김씨 등은 한국전쟁 중 포로가 돼 북한으로 끌려갔고, 1953년 9월부터 내무성 건설대에 배속돼 33개월간 탄광에서 노역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북한 사회에 강제로 편입돼 살다가 2000~2001년 잇따라 탈북했다.

첫 재판이 열린 것은 소송 제기 31개월 만인 지난달 18일이었다. 마땅한 이유 없이 재판이 지연되면서 재판부가 세 차례나 교체됐고, 공시송달 등을 거쳐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32개월이 걸렸다. 공시송달은 소송 서류를 전달할 수 없을 때 법원이 게시판 등에 내용을 게재한 뒤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방법이다. 재판이 지연되는 사이 이원삼·유영복·이규일씨 등 청구인 3명이 숨졌고 이원삼·유영복씨 측은 소를 취하했다. 이후 청구금액을 각 21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렸다.

김씨는 판결 직후 사단법인 물망초와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같이 기쁘고 뜻깊은 날을 위해 조국에 돌아왔지만, 부모님과 형제들은 모두 세상을 떠나 만나보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죽는 날까지 대한민국을 위해 싸우다 죽겠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때 북한에 잡혔다가 탈북한 국군 포로 김성태 씨가 8일 오전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 후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다만 김씨 등이 실제로 북한으로부터 손해배상금을 받아내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20년 7월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처음 승소한 국군포로 한재복씨 등 2명은 북한으로부터 저작권을 위임받아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 중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에 "손해배상액을 (북한) 대신 지급하라"며 추심금 청구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1심에서 패소했다. 한씨는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 올해 2월 판결 결과를 보지 못하고 향년 89세로 눈을 감았다.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은 "우리 정부가 국군포로 어르신들께 북한 정권이 내야 할 배상금을 먼저 지급한 뒤 경문협이나 북한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이 국가로서 마땅한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경문협과의 2차 소송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번 판결이 추심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예비역 육군 준장이기도 한 정수한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장은 "우리 법원이 두 번에 걸쳐 북한의 범죄행위에 준엄한 판결을 내린 것을 환영한다"며 "국군포로 어르신들께선 돈이 목적이 아니라 북한에 의해 긴 시간 불법적으로 감금되고 노역을 했던 것에 대해 죄를 묻고 명예를 회복하고자 하셨던 것인데, 늦게나마 바람이 이뤄져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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