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 관계 불분명”…‘중처법 중형’에 전문가 우려 목소리

김수민 2023. 5. 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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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가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위반으로 유죄를 받은 법원 판결을 분석했더니 “인과 관계 성립 여부가 불분명한 사고에 대해 과중한 처벌이 선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연합뉴스

“제대로 된 법리검토 없이 판결” 지적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원청 대표이사에게 징역형 및 집행유예를 선고한 최근 2건의 중처법 판결에 대해 전문가 분석을 의뢰했더니 이런 견해가 나왔다고 8일 밝혔다. 중처법은 노동자 사망 등 중대사고가 발생할 경우 회사의 경영 책임자가 안전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했는지를 따져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법원이 처벌 정도를 판단하는 잣대인 ‘범죄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미흡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중처법으로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려면 ‘중처법 의무 위반→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 구체적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사망 사고 발생’이 2단계 인과관계가 성립돼야 한다. 그러나 정작 검찰 공소 사실에서는 원청 대표이사의 중처법 의무 위반이 하청업체의 산안법 위반(안전대 지급 미비 등)과 사망 사고 발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입증할만한 근거나 논리가 구체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하청업체가 해야 할 구체적 안전조치까지 원청 경영 책임자의 중처법상 의무 범위로 확대 해석될 수 있고, 피고인(경영 책임자)이 자백할 경우 징역형 위주의 무거운 형벌이 선고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공소 사실에 너무 많은 허점이 보이고, 유죄라고 결론을 내놓고 꿰맞추기 위한 논리 전개를 했다는 느낌이 확연하다”며 “법원에서 유·무죄가 다퉈지지 않으면 고용노동부의 자의적 수사와 검찰의 기소가 남발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동안 판결이 나왔던 2건 모두 원청업체 대표이사(피고인)가 범죄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재판 과정에서 사업주의 의무 위반과 사망 사고 사이에 어떠한 인과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법리적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두 사건 모두 피고인이 자백하면서 단 1차례의 공판이 열린 뒤 형이 선고됐다. 이에 대해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자백으로 인해 법원이 정밀한 논증 없이 인과 관계를 쉽게 인정했다”고 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경총 “안전역량 부족 중소기업 과한 처벌”


안전관리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우려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1호 판결 외에 향후 재판이 예정된 12건(삼표산업 제외)은 모두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및 중소 건설업체가 당사자”라며 “법 준수 대응능력이 미비한 50인 소규모 기업은 사망 사고 발생 시 대표이사가 형사책임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안전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무거운 처벌이 부과되지 않도록 법 적용 시기를 추가로 유예하는 등 정부가 조속히 중처법 개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지난달 6일 하청 노동자 사망 사고의 책임을 물어 원청인 온유파트너스 대표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바 있다. 온유 측은 항소를 포기해 유죄가 확정됐다. 이어 창원지법 마산지원은 지난달 26일 원청인 한국제강 대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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