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류의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 [혈관 건강과 직결되는 당신의 다리 건강]

헬스조선 편집팀 2023. 5. 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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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이~ 근데 그렇게 다 막아버리면 피가 안 통하는 거 아니에요?"

필자가 환자 치료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하지정맥류를 치료한다는 것은 망가진 혈관을 막는 것이다. 동맥이 좁아지면 풍선으로 넓히지만, 정맥이 망가지면 막는 것이 치료다. 망가진 정맥이 피를 거꾸로 보내니 그걸 막아버리고 제대로 작동하는 정맥만 쓰겠다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정맥을 막아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지정맥류가 있을 때의 상황은 교통 흐름에 빗대어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황금연휴가 끝나고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차량 행렬이 경부고속도로에도, 지방도에도 늘어서 있다. 요즘은 길이 잘 나있어 예전 같은 정체는 보기 힘들다. 그런데 갑자기 지방도에서 서울을 향해 달리던 차들이 방향을 돌려 부산 쪽으로 역주행을 하기 시작한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들도 지방도로 빠져나와 역주행을 하고 있다. 양방향으로 늘어선 차들이 뒤엉켜 지방도는 마비상태가 되었다. 지방도는 답이 없다고 생각한 운전자들은 고속도로 나들목을 찾아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고, 고속도로에도 정체가 생기면서 네비게이션의 도착예정시간은 하염없이 늦어진다.

하지정맥류가 있다는 것은 지방도(얕은 정맥)에서 차들이 자꾸만 거꾸로 달리는 것인데, 지방도로 가던 차량뿐만 아니라 정말로 고속도로(깊은 정맥)를 달리던 차들까지 지방도를 통해 역주행을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고속도로 통행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런 지방도는 없느니만 못한 길이며, 차라리 막아버리는 것이 낫다. 하지만 경부고속도로에서 몇몇 차들이 역주행을 한다고 이 길을 막아버리면 차들이 서울까지 갈 수 있는 길이 더 이상 없기 때문에, 제기능을 다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고속도로는 막지 않는다. 이처럼 다리의 깊은 정맥은 정맥 순환의 80~90%를 담당하는 아주 큰길이며, 이 때문에 얕은 정맥은 막아도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반면 깊은 정맥은 막을 수 없다.

얕은 정맥 중 작은 가지는 주사치료를 통해 막는다. 초음파로 망가진 혈관을 보면서 가느다란 주삿바늘을 찔러 넣고, 혈관 안쪽으로 주사약을 넣는데, 이 약은 혈관 벽에 상처를 내는 약이다. 피부에 상처가 났다가 아물면 두껍게 흉터가 자라 올라오는데, 혈관 벽도 마찬가지다. 약이 들어가면 피딱지가 차고 상처 난 혈관벽이 서서히 두꺼워져 맞닿는 과정을 거쳐 혈관은 막히게 된다. 이런 과정은 한 달여에 걸쳐 진행되며, 주사를 맞은 혈관은 피부의 흉터처럼 단단하게 변하기 때문에 이를 ‘혈관 경화 주사’라고 한다.

반면 큰 가지들이 망가지면 주사를 통해 막을 수 없다. 이런 굵은 혈관은 양쪽 다리에 두 뿌리에서 네 뿌리 정도가 있고, 위치에 따라 대복재정맥, 소복재정맥, 전방 및 후방 부복재정맥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런 혈관은 시술을 해서 막거나 수술로 제거해야 하는데, 시술은 작은 구멍을 통해 혈관 안으로 들어가 치료하는 것이고, 수술은 피부를 절개하고 혈관을 들어내는 방식이다. 수술을 받게 되면 수술 이후에 흉터, 출혈, 통증 등 불편감이 심하게 생기기 때문에 최근에는 대부분 시술을 통해 치료하고 있다. 시술은 혈관을 태우거나 긁어서 상처를 낸 뒤 붙게 만들거나(레이저, 고주파, 클라리베인) 생체 접착제를 혈관 안에 넣어 붙여주는 방식(베나실)으로 진행된다.

하지정맥류는 시술 후 잘 막아놓은 혈관이 다시 열리는 경우는 드물고, 이런 측면에서 의사 관점에서는 ‘재발 없는 치료’이다. 그래서 ‘하지정맥류, 재발 없이 치료합니다’와 같은 문구로 홍보하는 병원의 얘기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작동하던 다른 정맥이 새롭게 망가지거나 치료한 혈관 옆으로 새로운 역류 혈관이 자라나게 되면 같은 증상이 다시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 하지정맥류는 ‘재발할 수 있는 병’이 된다. 이 때문에 하지정맥류 치료를 받고 증상이 완화되었다면,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다리 정맥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남아 있는 정맥이 망가지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야 한다. 적당한 강도의 걷기 운동은 정맥 순환을 원활하게 해 준다. 하지만 장시간 가만히 서있거나 앉아 있는 것은 피해야 하고, 피할 수 없다면 주기적으로 까치발 운동을 해서 종아리 근육이 정맥을 쥐어짤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동안 정맥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데 다리를 떠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고 하지만, 정맥을 위해 다리 떠는 습관을 가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득실을 잘 따져 봄이 좋겠다. 일이 많아 무리가 될 것 같은 날에는 압박스타킹을 신는 것이 도움이 된다. 눕거나 앉아 있을 때는 밑에 받침대를 놓고 다리를 올려두고 있으면 다리 정맥의 피가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기가 수월해진다.

필자의 경우 책상 앞에 장시간 앉아 영상 판독을 하거나, 방사선을 막아주는 보호복을 입고 가만히 서서 시술을 하는 시간이 제일 많았다. 일주일에 80시간씩 몇 년을 그러고 나니 어느 날부터인가는 다리가 무겁고 저리기 시작했다(법적인 제약이 있어 80시간 이상 일했노라 할 수는 없다). 처음에는 만성적인 피로 때문이려니 했지만 초음파 검사를 받고 나서 그게 아니란 걸 알았으며, 압박스타킹 착용 후에도 증상 호전이 전혀 없었고 주사치료를 받고 나서야 가벼운 다리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주사를 맞은 이후에 ‘시술이 많은 날에는 압박스타킹을 꼭 착용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의사는 역시 ‘의’지가 박약한 ‘사’람의 준말인 것이, 다리가 가벼워진 이후로 단 한 번도 압박스타킹을 착용한 적이 없다. 만약 독자들 중 압박스타킹을 처방받아 꾸준히 착용하는 분이 있다면 진료실에 앉아 환자들에게 잔소리나 늘어놓는 필자보다 훨씬 훌륭한 환자다. 하지정맥류 진단과 치료를 받은 독자 분들이라면 이 병은 치료 이후의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항상 생각하고 실천하여 다시 치료받을 필요 없는 건강한 다리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기고자: 더으뜸 정형외과 이상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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