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아프다" 기시다 발언..."尹 부담 갖지말라 했지만, 보답 차원"
7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가슴 아프다"고 발언한 데 대해 일본 언론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8일 전날 정상회담으로 "한일관계 개선 움직임이 궤도에 오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8일 오전 일본 주요 신문들은 전날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전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관심은 기시다 총리가 전날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나 자신은 당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수많은 분이 매우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한 내용에 모아졌다.
아사히신문은 8일 사설에서 이에 대해 "한국 측에서는 여전히 명확한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하지만, 총리 자신의 말로 생각을 전한 것은 평가할만하다"고 긍정적인 논평을 냈다. 이어 "역사 문제는 국민감정과 정체성에 관련된 민감한 주제"라며 "조약과 협정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공감을 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거를 직시하는 자세를 계속 보여줄 것을 주문했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 측이 "과거사 발언에 너무 부담을 갖지 말고 오라"고 했지만, 기시다 총리가 배려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메시지를 발표하기로 결정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해설 기사에서 기시다 총리가 강제징용 노동자가 겪은 고통에 "마음이 아프다"고 언급한 것은 한국 내 여론을 배려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요미우리는 "기시다 총리는 (한국 내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 개선 기조에 있는 한·일 관계가 되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요미우리에 윤 대통령 측이 "(과거사 발언에) 너무 부담을 갖지 말고 오라"고 사전에 전달했지만, 기시다 총리는 그런 배려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한·일 관계를 안정적인 궤도로 올리기 위해 '말해야 할 것은 말하자'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반면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8일 사설에서 강제 징용 노동자의 고통에 공감을 표한 기시다 총리의 발언에 대해 "주객이 전도된 잘못된 발언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산케이는 징용 노동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많은 나라에서 실행한 근로 동원에 불과하고 임금도 지급했다"면서 "역사적 사실에 반한 트집 잡기를 당한 일본 측이 피해자인데 기시다 총리의 발언은 가해자라는 인상을 심어준다"고 주장했다.
日정부, "정상 간 신뢰 관계 더 깊어졌다"
일본 정부는 8일 전날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으로 양국 정상의 '셔틀 외교' 본격화와 함께 한·일 관계 개선이 궤도에 올랐다고 밝혔다.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3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재개에 합의한 셔틀 외교를 본격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쓰노 장관은 이어 "어제 정상회담을 통해 정상 간 신뢰 관계가 더욱 깊어진 동시에 정부 간 대화의 활성화가 순조롭게 진전되고 한·일 관계 개선 움직임이 궤도에 오른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도 한·일 간 긴밀한 의사소통을 통해 한·일 관계를 한층 발전시키기로 했다"며 기시다 총리 방한의 성과를 전했다.
기시다 총리도 8일 취임 후 첫 방한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전날 윤 대통령 관저에 초대받아 개인적인 것을 포함해 (윤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깊게 할 수 있었다"면서 "윤 대통령과 힘을 합쳐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한다"고 말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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