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기후 위기를 외면할까
[원예진 기자]
올해는 작년보다도 벚꽃이 일찍 피었다. 3월 말이라는 다소 이른 때에 만개한 벚꽃으로 캠퍼스는 온통 핑크빛이 되었다. 동기들이며 선배들은 시험 기간 전에 마음 편히 벚꽃 구경을 갈 수 있겠다며 들떴다. 그러나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3월의 핑크빛 캠퍼스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만들어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나는 여름을 좋아하지만, 요즘은 여름이 마냥 달갑지 않다. 기후변화, 아니, 기후 위기를 가장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여름이 되면 세계 곳곳에서 재난 뉴스가 쏟아져 나온다.
어떤 지역에서는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홍수로 극심한 피해를 보았다는 뉴스 수십 개가 올해도 나올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 생활 전반이 흔들릴 정도의 큰 피해를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건지 '기후변화'라는 주제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작년이었던가, 6월부터 교실 온도가 18℃까지 내려가도록 냉방을 켜는 친구들에게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조그마한 실천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했더니 웬 진지한 소리냐며 핀잔만 들었던 적이 있다.
▲ 기후변화의 심리학 - 우리는 왜 기후변화를 외면하는가, 조지 마셜(지은이) |
ⓒ 갈마바람 |
<기후변화의 심리학>은 기후변화 전문가 조지 마셜이 쓴 책이다. 조지 마셜은 심리학의 관점에서 기후변화에 접근한다. 책에 따르면 수많은 과학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회피하고 부정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기후변화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갑작스러운 자극과 비도덕적 자극에 강하게 반응하도록 진화되었다. 그런데 기후변화는 이 둘 중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다. 기후변화로 인한 결과는 우리를 아주 천천히 덮쳐온다. 또, 우리는 기후변화가 부정적임은 알고 있지만 그것이 불건전하거나 비도덕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기후변화는 이미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하다. 큰 태풍이 와도 결국에는 지나가기 마련이다. 이미 기후변화에 친숙해진 우리는 그로 인한 재해들도 잠깐 스쳐 가고 말 것들이라고 '좋을 대로' 생각하는 게 아닐까? 3년 전, 코로나19가 막 창궐했을 당시에는 두려움에 떨었던 사람들이 전염병과 3년을 함께한 지금은 코로나19를 더 이상 두렵게 여기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둘째, 우리가 확증 편향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흔히 하는 말로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이 바로 확증 편향이다. 이익은 없고 손실만 걱정해야 하는 문제는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으므로 관심을 끌기 어렵다. 단기 손실이 아니라 장기 손실이라면 더욱 관심을 끌기 어렵다. 불확실한 문제 또한 관심을 끌기 어렵다. 기후변화는 이 세 가지를 완벽히 충족시키는 문제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기후변화는 당장의 관심사가 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는 기후변화를 무척이나 익숙하게 받아들이지만, 우리가 내뿜은 온실가스들에 대한 책임은 못 본 체한다. 우리는 지금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것에는 충분히 동의하지만, 그것이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여 즉각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너무 모순적인 일이 아닌가.
그리고 사실 나는 기후변화가 불확실하다고 말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너무나도 많은 과학적 증거가 기후변화가 확실히 존재함을 뒷받침해주기 때문이다. 이는 열린 마음으로 조금만 조사해본다면 쉽게 알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럼에도 기후변화를 불확실한 문제로 여기고 의심하는 것은 확증 편향에 빠져 한 치 앞을 제대로 못 보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셋째, 기후변화가 아주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우리는 분명히 이 문제에 대처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기후변화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기후변화가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는 명확하게 정체를 규정할 수 있는 뚜렷한 특징이 없다. 기한도 없고 지리적 위치도 없으며 하나의 원인이나 해결책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렇다 보니 각 국가나 기업마다 의견이 달라지는 것이다. 또, 어떻게 보면 우리는 기후변화처럼 커다란 문제의 원인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믿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기후변화는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외면할 때가 아니라 바라보고 실천할 때이다. 사실 나는 지금도 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미루다가는 우리에게 정말로 큰 위험이 다가올 수 있다.
내가 처음부터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고등학생 시절 열정적으로 텃밭을 가꾸며 자연스럽게 식물을 사랑하게 되었고,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되었다. 그 뒤로 기후변화에 대한 여러 가지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심리학의 관점에서 기후변화에 깊이 접근한 책은 처음 읽어보아서 새로웠다.
어렸을 적 '지구 기온이 n도 상승하게 된다면?'과 같은 주제를 다룬 책이나 영상물을 본 적이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현재 기후과학자들은 섭씨 4도의 지구 평균 기온 상승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4℃ 증가하게 된다면, 빙하가 거의 다 녹아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동식물의 40퍼센트가 멸종 위기에 처하고 작물 수확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의 심각한 일이 초래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항상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다. 나는 지금 모든 사람이 기후변화에 대한 선택에 갈림길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할지도 모를 갈림길에서 얄팍한 심리에 속아 바보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죽을 때까지 초록 식물을 마음껏 보고 싶은 사람으로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그리고 대학생으로서 모두에게 말하고 싶다.
당장 마음 편하자고 기후변화를 외면하지 말자고, 기후변화가 아무리 복잡하게 엉켜있는 문제라 해도 서서히 풀어나가야만 한다고, 기후변화를 더 이상 친숙하게 여기지 말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생각하자고, 기후변화를 기꺼이 책임지고 당장 실천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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