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수도권·2030"…민주당, '총선 위기론' 점화
당내선 '돈봉투 의혹' 이은 또 다른 '모럴 해저드'
에 내년 총선 우려↑…일각선 '수도권 위기론'도
더불어민주당이 '돈봉투 사태'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김남국 의원의 '코인 보유' 의혹이 터지면서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2024년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민심이 흔들릴 수 있는 '도덕성'과 관련한 의혹들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어서다.
도덕성이 화두로 떠오른 이유는 내년 총선의 격전지로 여겨지는 수도권과 스윙보터로 분류되는 20·30의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의혹이 불거진 의원들의 지역구가 모두 수도권인데다 20·30 등 청년층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투자 관련 의혹이 확산되면서 민주당 내에서는 벌써부터 수도권 총선 위기론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김남국 의원은 2021년 국내 게임회사 위메이드가 만든 '위믹스' 코인을 최대 60억원가량 보유했다가 지난해 2월 말에서 3월 초 전부 인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인출 시점은 코인 실명제로 불리는 '트래블 룰'이 시행된 지난해 3월 25일 이전으로 전해졌다. 트래블 룰은 가상자산 송금 시 사업자(거래소) 간 송·수신인 정보를 공유하는 룰이다.
김 의원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일부에서 2022년 3월 25일 트래블 룰(코인 실명제) 시행 전에 가상자산을 대거 인출해 현금화했고, 이것이 마치 대선자금으로 사용된 것처럼 터무니없는 말을 지어내고 있다"며 "정말 황당무계한 소설을 아무 근거 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해명하는 글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ATM 출금 내역을 확인한 결과 대통령 선거일 전후로 해서 2022년 1월부터 3월 말까지 3개월 동안 인출한 현금은 총 440만원이었다"며 "2021년 전체 현금 인출한 총액과 2022년도 현금 인출한 총액을 비교해 봐도 264만원으로 크게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의 기류는 심상치 않다. 아직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마당에 또 다른 의혹이 확산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새로 원내 사령탑에 오른 박광온 원내대표가 의원총회까지 열어가며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의혹은 당내 분위기를 침체시킬 수밖에 없다는 걱정이 나온다.
이에 당 일각에선 지도부가 어떤 제재에 나서기보다는 김 의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확인된 불법 행위가 없는 만큼, 김 의원이 해명을 통해 국민정서를 수습할 수 있는 몫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김 의원의 대응을 탓하고 있다. '검찰 탓'으로만 돌리는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개인의 민감한 금융정보와 수사정보를 언론에 흘린 것은 윤석열 라인의 '한동훈 검찰' 작품"이라며 "정말 문제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진실게임을 하자. 나는 내 정치생명과 전 재산을 걸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불법 여부를 따지기 전에 일단 지금 국민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데 최소한의 유감표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견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72억 자산가 김건희 여사가 3만 원짜리 슬리퍼를 사면 '완판녀'가 되고, 민주당의 김남국이 3만 원짜리 운동화를 신으면 '서민 코스프레'가 된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서민 코스프레' 했다는 비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평생을 짠돌이로 살았는데 40년째 코스프레한다는 말인가"라는 글을 게재하며 사과 여지를 일축했다.
이에 김 의원을 향한 비판적 기류는 여당뿐 아니라 범야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는 같은날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상무집행위원회 모두발언에서 "김 의원은 가상자산은 법적으로 재산 신고할 의무가 없으니 문제가 없다고 한다. 공직자 윤리에 대한 개념이 없는 무책임한 태도"라며 "김 의원은 양심이 있다면 남 탓만 하면서 빠져나갈 궁리하지 말고, 가상자산 투기와 재산은닉 정황에 대해 명확히 해명하고 책임져야 한다. 개념 좀 차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당에서는 이 같은 기류가 총선 위기론으로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 승부처로 불리는 수도권과 20·30 청년층의 여론이 악화될 수 있을 만한 악재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어서다.
당에서 수도권을 걱정하는 이유는 2021년 전당대회에서 불법 정치자금이 오갔다는 의혹으로 자진 탈당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지역구가 각각 인천 남동을과 인천 부평갑으로 수도권에 위치해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코인 의혹에 휩싸인 김남국 의원의 지역구 역시 수도권인 경기 안산단원을이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수도권은 제아무리 유리한 기류가 있는 지역이라 하더라도 바람 한 번 이상하게 불면 여론조사가 뒤바뀌어 나오는 곳"이라며 "지금 당에서 어떻게든 통합해서 가자는 기류가 세게 나오고 있는데 벌써부터 민감한 이슈가 터져 나와 서로 선을 긋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차기 수도권 선거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우려하는 대로 총선을 1년이나 앞둔 상황에서 수도권에서의 지지율은 벌써부터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5%p 하락한 32%를 기록했는데, 특히 서울에서의 지지율이 33%에서 28%로, 인천·경기에서의 지지율은 40%에서 34%까지 하락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60억원이라는 금액은 일반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와는 좀 동떨어진 규모의 돈"이라며 "이미 돈봉투로 한 차례 도덕성과 관련한 이슈가 불거진데다, 특히 투자 이슈에 민감한 청년층의 표심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이 사태를 빨리 수습하기 위한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게 될 경우 더 큰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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