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결권’ 본회의 통과...벤처 투자 마중물 될까? [국회 방청석]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3. 5. 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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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의결권 제한·처벌 등 부작용 예방 조치 강화
벤처업계 “경영 활동 지속에 꼭 필요한 법안”
시민단체 “투자자 권리 침해 가능성 농후”
지난 4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벤처·스타트업업계의 오랜 염원인 벤처 기업의 경영권을 보장하기 위한 ‘복수의결권’ 도입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벤처업계 활성화를 통한 경제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대기업 총수의 편법 세습 수단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시행령이 나오기까지 남은 시간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스타트업업계에 따르면 비상장 벤처 기업·스타트업이 1주당 여러 개의 의결권을 가진 복수(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인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벤처기업법)’ 개정안이 지난 4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비상장 벤처 기업이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창업자 의결권 비중이 30% 이하로 하락하는 경우, 창업주에게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갖는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미국, 유럽 등 17개국이 도입 중인데, 한국도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개정안은 정부 이송 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될 예정이며 공포일로부터 6개월 후인 10월께 본격 시행된다.

앞서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지난 2020년 6월 5일 최초 발의된 바 있다. 이후 다수 국회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서 업계 관심도가 높아졌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의원 시절 발의에 동참했다. 3년여 만의 논의 끝에 개정안이 통과되자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다.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치열한 토론을 거치고 3년 만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게 됐다”며 “이번 법안 통과가 최근 경제위기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우리 벤처 기업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8월 관련 법안을 발의했던 이영 중기부 장관도 “복수의결권 주식은 벤처 강국인 미국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에서도 활발히 활용되는 제도로, 투자 유치와 경영권 불안이라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벤처 기업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며 “고성장 벤처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우리 자본 시장의 힘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간 복수의결권 도입 입법 논의가 오랫동안 지연돼온 이유는 복수의결권이 상법상 1주 1의결권 원칙에 어긋나는 데다, 자칫 재벌·대기업의 경영권 강화와 편법 승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개정안에는 복수의결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 장치도 포함됐다.

지난 4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복수의결권 주식 관련 정관 개정과 발행은 주주총회에서 발행 주식 총수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가중된 특별결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또한 발행된 복수의결권 주식의 존속 기한은 최대 10년이며 상장 시 최대 3년으로 축소된다. 존속 기한이 경과한 복수의결권 주식은 보통주로 전환된다. 창업주의 사적 이해관계와 관련된 안건, 복수의결권 주식 존속 기한에 대한 정관을 변경하려는 경우 등에 대해서는 복수의결권 주식이라 해도 의결권이 1주당 하나로 제한된다.

아울러 이번 개정안은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기업이 관련 내용을 공시하고 중요 사항을 중소벤처기업부에 보고하도록 했다. 또한, 중기부가 복수의결권 관련 위반 혐의를 직권 조사할 수 있도록 했으며, 허위 발행 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등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

벤처업계는 이번 개정안 국회 통과에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벤처기업협회와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등 10여개 벤처 기업 관련 단체로 구성된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논평을 내고 “비상장 벤처 기업 창업자가 외부 자본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지분 비율 희석으로 인한 경영권 위협과 적대적 인수합병(M&A)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경영 활동을 지속하는 데 꼭 필요한 법안”이라고 밝혔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은 “복수의결권 제도가 현장에 조속히 정착·활용돼 벤처 기업이 기술 혁신과 성장을 이뤄낼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라며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의 든든한 축으로 성장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복수의결권이 소액 주주 권리 침해와 편법 증여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도입을 반대해온 시민단체들은 이번 개정안 국회 통과를 강하게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개정안에 포함된 규제 조항에 대해 “이런 조건들로 인해 법 자체가 이종 혼용의 법률이 돼버렸으며 향후 이런 규제를 완화 또는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 빗발칠 것이 자명하다”며 “벤처 투자 활성화와 성장을 보장하기보다는 대주주의 지배력 공고화와 소수 주주·투자자의 권리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에 포함된 규제 조항이 향후 기업들 요구로 폐지되면서, 복수의결권이 대기업까지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시행령이 나오기까지 남은 시간 투자자 입장에서의 안전 장치가 보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 능력이 입증된 창업자에게는 복수의결권이 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무능한 창업자의 경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율촌은 “벤처 기업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존에 투자한 벤처 기업 또는 향후 투자할 벤처 기업이 복수의결권 주식을 도입할 수 있는지, 도입할 경우 영향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벤처 기업과 투자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전략과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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