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발견한 한국의 흔적

차원 2023. 5. 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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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몽골 역사기행] 바양고비에서 쳉헤르 거쳐 울란바토르까지

[차원 기자]

사단법인 희망래일(이사장 이철)이 주최하는 대륙학교(교장 정세현)에서 지난 4월 27일부터 30일까지 3박 4일 몽골 역사 기행을 다녀왔다. 몽골에서는 한국의 독립운동가 그리고 편의점과 화력발전, 높은 학구열도 만날 수 있었다.
  
 울란바토르에 자리한 이태준 열사 기념공원
ⓒ 차원
 
첫날 우리가 먼저 찾은 곳은 '작은고비사막'으로 불리는 바양고비다. 낙타와 말을 타고 사막을 거닐 수 있는 곳이다. 몽골의 말과 낙타는 보통 크기가 크지 않고 현지인들이 이끌어주기에 어려움 없이 안전한 체험이 가능하다.
  
 바양고비에서는 말과 낙타를 타고 사막을 누빌 수 있다
ⓒ 차원
 
둘째 날에는 하라호름, 에르덴조 사원을 둘러봤다. 하라호름은 고대 몽골 제국의 수도로, 다양한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에르덴조 사원은 과거 1만 명의 라마승이 있었을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지금은 20여 명의 스님과 몇 채의 건물만이 남아있지만, 여전히 몽골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이어 차를 갈아타고 2시간을 달려 쳉헤르로 이동했다. 120km의 초원을 질주하는 경험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오프로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직접 운전대를 잡고 싶은 마음도 들 것 같았다.
  
 몽골 건축의 미와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에르덴조 사원의 모습
ⓒ 차원
 
몽골어로 쳉헤르는 '푸른'이라는 뜻으로, 온천으로 유명하다. 온천수에는 탄산염, 황산염, 나트륨, 칼슘, 질소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특유의 열과 매끄러움이 한번 몸을 담그면 나오기 힘들게 만든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날에는 각각 나무집과 게르에서 취침했는데, 나는 몽골의 추위를 우려해 담요와 겉옷을 잔뜩 싸갔었다. 그러나 우리가 방문한 숙소는 모두 최신 난방 시설이 갖춰져 있었고, 심지어 침대에도 열이 들어와 오히려 더울 지경이었다. 전기 코드도 별도의 변환기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쳉헤르에서 묵은 몽골 전통 숙소 게르
ⓒ 차원
 
그러나 은하수를 보고 이를 카메라에 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첫날에는 구름에 가려 별이 보이지 않았고, 둘째 날에는 보이긴 했으나 선명하진 않았다. 하긴 생각해보면 동해에서도 일출을 선명하게 보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셋째 날에는 울란바토르 국립 예술대극장에서 몽골 민속공연을 관람했다. 춤, 노래, 곡예가 어우러져 상당히 잘 짜인 공연이었다. 특히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된 몽골인 특유의 창법 '허미(Khöömii, 呼麥)'는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한 사람에게서 고음과 저음이 동시에 나며 화음을 이루는데, 새로운 청각적 경험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공연 마지막에는 우리를 위해 '아리랑'을 연주해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몽골 민속공연을 관람한 울란바토르 국립 예술대극장
ⓒ 차원
 
몽골에서 의술 펼치며 조국 독립 위해 노력한 이태준 열사

마지막 네 번째 날에는 칭기스칸 광장, 자이승 승전탑과 이태준 열사 기념공원(관련 기사: 몽골의 슈바이처, 항일독립지사 이태준 https://omn.kr/1ifqc)을 방문했다. 이태준(1883~1921)은 세브란스의학교 재학시절 안창호의 추천으로 신민회 자매단체 청년학우회에 가입해 활동한다. 그러다 1914년 무렵 그는 몽골에 정착하고 병원을 개업한다.

몽골에서 이태준은 뛰어난 의술로 인민들의 성병 치료에 크게 기여했으며, 몽골 국왕의 어의로까지 활약한다. 그러면서 각지의 애국지사들과 연락하며 편의를 제공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등 항일 독립운동도 쉬지 않았다. 의열단에 가입해 김원봉을 돕기도 했다. 그러나 약탈과 학살을 자행하던 러시아 백위파 부대에 1921년 체포되고, 38세의 나이에 총살로 생을 마감한다.
  
 많은 이들이 이태준 열사의 정신을 기리고 있다
ⓒ 차원
 
그런 이태준 열사의 공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연세대학교와 몽골 정부는 그가 활동했던 울란바토르에 이태준 기념공원을 설립했다. 이후 수많은 몽골인들과 한국인들이 공원을 찾아 이태준의 국경과 인종을 넘은 혁명 정신, 한·몽 우애를 기리고 있다.
칭기스칸 광장은 몽골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독립하는데 활약한 혁명가 수흐바타르 장군의 동상이 세워진 곳이다. 그가 1921년 울란바토르에 몽골 인민정부를 수립한 것을 기념해서 만든 광장이다. 주변에 국회의사당, 시청, 증권거래소 등이 있다. 자이산 전망대는 수도 울란바토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으로, 몽골 사람들도 관광지로 자주 찾는다고 한다.
  
 칭기스칸 광장. 왼쪽 건물이 울란바토르 시청, 바로 옆 오른쪽 건물이 몽골 노동조합 연맹 본부다. GS25도 보인다
ⓒ 차원
 
석탄화력발전, 높은 학구열 한국과 닮아
광활한 초원이 가득했던 외곽 지역과 달리, 수도인 울란바토르 시내에서는 익숙한 석탄화력발전소를 만날 수 있었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몽골은 현재 전력의 상당 부분을 석탄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고, 따라서 겨울에는 많은 양의 매연이 발생해 대기질이 안 좋아지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매연을 뿜는 울란바토르 시내 석탄화력발전소
ⓒ 차원
 
최근 몽골의 학구열 또한 한국만큼 상당하다고 한다. 사교육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고, 많은 부모가 자녀를 유학 보내고 싶어 한다고. 이를 증명하듯 자이승 승전탑 아래 자리한 자이승 스퀘어에는 꽤 큰 규모의 학원이 입주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원의 홍보물을 보자마자 강남 어딘가에 온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다.
  
 몽골의 학원 광고
ⓒ 차원
 
또 몽골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은 한국의 식품들이었다. CU, GS25 등 한국 편의점은 공항에서 나오면서부터 꽤 잦은 빈도로 찾아볼 수 있었고 일반 현지 마트에 가도 떡볶이, 김치, 라면, 소주, 사탕, 두유 등 익숙한 음식들이 많았다. 몽골에서 우리 음식은 꾸준히 수입·소비되고 있다고 한다.
  
 몽골 마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한국의 식품들
ⓒ 차원
 
한국과 몽골은 1990년 3월 수교 이후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다양한 교류와 협력을 이어 오고 있다. 몽골의 철도가 중국을 거쳐 한반도와 연결될 시 양국은 모두 상당한 이득을 얻을 수 있기도 하다. 열차를 타고 몽골을 거쳐 대륙으로 나가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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