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부터 다운증후군까지, '피터팬'이 논란을 피하는 방법
넷플릭스, 왓챠,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 티빙, 웨이브, 애플TV플러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범람하는 시대입니다.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무엇을 볼까 막막한 분들을 위해 볼 만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추천하는 길잡이가 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이학후 기자]
▲ <피터 팬 & 웬디> 영화 포스터 |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깊은 밤, 웬디(에버 앤더슨 분), 존(조슈아 피커링 분), 마이클(자코비 주프 분)에게 피터 팬(알렉산더 몰로니 분)과 팅커벨(야라 샤히디 분)이 찾아온다. 모험을 꿈꾸며 어른이 되기 싫었던 웬디는 동생들과 함께 팅커벨의 마법 가루의 도움을 받아 피터 팬을 따라 상상에서만 존재할 것이라 여겼던 마법의 땅 '네버랜드'로 날아간다. 그러나 예측하지 못했던 존재들과 마주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도 잠시뿐. 사악한 해적 후크(주드 로 분) 선장과 그의 부하들의 공격을 받으며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스코틀랜드의 소설가이며 극작가인 J. M. 베리가 1904년 발표한 연극 작품 <피터 팬: 자라지 않는 소년>을 소설화하여 1911년 발표한 <피터와 웬디>는 지금까지 세대불문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명작이다. 전 세대를 사로잡았던 작품답게 그동안 영화, 연극, TV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여러 방면으로 각색되었다.
무수한 피터 팬 작품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을 고른다면 1953년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제작한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피터 팬>이 첫 순위로 꼽힐 것이다. 400만 달러로 제작한 <피터 팬>은 개봉 당시 북미에서만 7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이후 여러 차례 재개봉을 하며 누적 수익 8700만 달러가 넘는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또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 <피터 팬 & 웬디> 영화의 한 장면 |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지난 4월 28일 디즈니+를 통해 공개한 <피터 팬 & 웬디>는 원작 소설 <피터와 웬디>, 그리고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피터 팬>을 실사화한 작품이다. 메가폰은 <피터와 드래곤>(2016), <고스트 스토리>(2017), <미스터 스마일>(2018), <그린 나이트>(2021) 등 저예산 인디 영화부터 디즈니 실사 영화까지 다양한 경력을 쌓은 데이빗 로워리 감독이 잡았다. 그는 "원작의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보고 싶었다"고 밝힌다.
기존의 '피터 팬' 작품들과 <피터 팬 & 웬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여성 캐릭터인 '웬디'의 묘사에 있다. 원작 소설 <피터와 웬디>,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의 웬디는 '잃어버린 소년들(Lost Boys)'의 엄마가 되기 위해 데려온 '수동적' 존재로 다뤄졌다. 반면에 <피터 팬 & 웬디>의 웬디는 위험천만한 여정 속에서 도전 정신과 용기를 갖고 나아갈 방향을 스스로 선택하며 적들에게 용감히 맞서는 '능동적' 인물로 그려진다. 데이빗 로워리 감독은 원작 소설의 제목 <피터와 웬디>가 영화의 출발점으로 "웬디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탐구하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 <피터 팬 & 웬디> 영화의 한 장면 |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원작 소설 <피터와 웬디>와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피터 팬>은 성차별만큼이나 인종차별적인 요소가 많았다. 피터 팬이 인디언을 '레드 스킨(Red Skin)'으로 비하하며 피터 팬과 아이들이 인디언들과 춤을 추는 장면은 과장되어 인디언들을 모욕하는 느낌이 든다. 소설, 영화가 만들어졌던 시점이 인종차별이 존재했던 시기였기에 당시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디즈니는 2020년대부터 디즈니+에서 <피터 팬>이 시작하기 전에 인종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경고 문구를 삽입했으며 2021년부턴 7세 이하 어린이 계정으로는 <피터 팬>을 볼 수 없도록 조치했다.
<피터 팬 & 웬디>는 원작의 인종차별적인 부분을 없애고자 심혈을 기울였다. 타이거 릴리 배역에 캐나다 원주민인 크리족 출신인 알리사 와타나타크를 캐스팅했고 극 중 원주민들의 언어도 크리어를 사용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팅커벨에 흑인 배우 야라 샤히디를 캐스팅하여 인종적 고정관념을 과감히 깬다. 네버랜드에 사는 '잃어버린 소년들'에 여성 캐릭터를 추가하고 리더인 슬라이틀리 역을 다운증후군을 가진 노아 매튜 마토프스키가 맡기도 했다. 이 밖에도 후크 선장이 이끄는 해적단도 여러 인종을 섞어 다양성의 조화를 이룬다.
▲ <피터 팬 & 웬디> 영화의 한 장면 |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피터 팬 & 웬디>는 피터 팬과 웬디의 모험에 초점이 맞춰졌던 기존의 이야기를 벗어나 후크 선장의 숨겨진 이야기를 추가했다. 데이빗 로워리 감독은 "피터 팬과 후크 선장이 처음부터 적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란 상상력을 <피터 팬 & 웬디>에 적극 반영했다고 전한다. 후크 선장을 맡은 배우 주드 로는 "<피터 팬 & 웬디>의 후크 선장을 흥미롭다"며 "후크 선장이 왜 지금의 그가 됐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영화는 피터 팬과 후크 선장의 관계뿐만 아니라 피터 팬과 웬디, 웬디와 팅커벨의 관계가 한층 입체적으로 탐구한다. 그리고 원작이 다뤘던 주제인 어린 시절의 동심을 간직하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긍정하자는 '성장'에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는 '이해'와 '친구'의 의미를 덧붙인다.
<피터 팬 & 웬디>는 피터 팬과 후크 선장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추가하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 스토리와 캐릭터의 발전을 꾀했다. 인종차별을 극복하려는 노력도 돋보인다. 데이빗 로워리 감독은 무조건 원작을 복제하거나 또는 원작의 즐거움을 모두 빼앗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원작을 존중하되 현시대에 맞춰 올바른 변화를 가미하여 자신만의 '피터와 웬디'를 만들었다. <피터 팬 & 웬디>는 현대적으로 업데이트된 성공적인 실사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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