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다방 커피', 나폴리 손님들 의외의 반응

김종성 2023. 5. 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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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tvN <장사천재 백사장>

[김종성 기자]

 tvN <장사천재 백사장>의 한 장면.
ⓒ tvN
 
매출 현황표
1위 이탈리안 식당, 매출 1,111유로
2위 일식당, 매출 431유로
3위 해산물 식당, 매출 311유로
4위 파니니 식당, 매출 178유로

'장사천재' 백종원이 나폴리에서 장사 첫날 거둔 매출은 122유로(한화 약 18만 원)였다. 손님은 7명에 불과했다. 그동안 나폴리에 한식당이 없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폴리인들은 백종원의 '쌈밥'을 낯설어 했다. 음식 자체도 처음 접하는데 먹는 방법도 모르니 제대로 즐길 리 만무했다. 또, 막걸리나 복분자 같은 전통주에도 섣불리 마음을 열지 않았다. 첫날 장사는 실패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던가. 아니, '꺾여도 계속 하는 마음'이던가. 6일 방송된 tvN <장사천재 백사장>에서는 '장사 꼴찌'에 등극한 백종원의 역습이 펼쳐졌다. 첫날 장사를 마친 후 직원들의 분위기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이를 눈치챈 백종원은 "나쁜 건 아니야"라며 애써 분위기를 전환해 보려고 했지만, 상황이 녹록하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중요한 건 '꺾여도 계속 하는 마음'
 
 tvN <장사천재 백사장>의 한 장면.
ⓒ tvN
 
"제일 좋은 마케팅은 보여주는 거야. 지나다니면서 사진으로도 봐야 하지만, 옆에서 이렇게 먹는 게 되게 중요하거든." (백종원)

백종원은 안내 영상부터 찍자고 제안했다. 한식을 제대로 먹을 줄 몰라 어려워 했던 나폴리 손님들을 위해 쌈을 싸먹는 방법을 보여주자는 얘기였다. 영상의 모델은 유리가 담당하기로 했다. 또, 햇볕 때문에 바깥에서 보이지 않던 영상을 내부로 옮겨 한식을 재밌게 따라 먹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었다. 야외에는 대신 천막을 설치해 가게를 홍보하는 시각적 장치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존박은 주류를 추가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탈리아 식당에서 와인은 너무 당연하기에 막걸리와 복분자만으로 나폴리 손님들을 만족시키기는 역부족이었다. 존박은 한국 전통주를 알려주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던 점을 깨끗하게 인정했다. 그러면서 냉정하게 장사를 생각한다면 기본 주류로 와인과 맥주를 판매하면서 전통주는 추천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여기에 백종원은 '다방 커피'를 만들어 새로운 변화에 동참했다. 하지만 에스프레소의 나라에서 다방 커피가 웬말인가 싶었다. 나폴리는 하루 커피 소비량이 1인당 5잔일 정도로 커피에 진심인 곳이다. 또, 이탈리아에서 유일하게 에스프레소가 배달되는 도시이기도 하다. 과연 '다방 커피'가 나폴리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하나 더 늘었다. 

"한국에선 오픈하면 지인이든 누구든 오기 때문에 오픈 때 매출이 높거든. 오픈 때 매출이 올라갔다가 내려가기 시작하는 거거든 원래. 그래서 나는 오픈식 같은 거 절대 안 해. 그냥 슬쩍 열어놔. 그래서 오픈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아." (백종원)

한국에서는 소위 '오픈빨(개업효과)'라는 게 있다. 오픈식으로 손님을 끌어 모으거나, 지인들이 찾아와 매출을 높여주는 것이다. 다만, 그 시기가 지나면 자연스레 손님이 줄어들고 매출도 빠지게 된다. 그 상실감과 불안감도 만만치 않을 터. 그래서 백종원은 오픈 행사를 따로 하지 않는다며 오픈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꺾일 여지 없이, 착실히 장사를 한다는 의미로 들렸다. 

'다방 커피'에 대한 나폴리 손님들의 반응  
     
 tvN <장사천재 백사장>의 한 장면.
ⓒ tvN
 
어제 유채나물이 잔반으로 많이 나오는 걸 확인했던 백종원은 숙주나물로 대체했다. 손님의 피드백을 즉각 반영하며 장사 2일 차 준비를 모두 마쳤다. 과연 역습은 성공할 수 있을까. 문을 연 지 10분이 지나도 손님이 찾아오지 않자, 백종원은 초조함을 감추기 위해 루틴에 몰두했다. 손님이 없고 불안할 때는 무언가를 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잠시 후, 손님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유동 인구가 적어 고요하기만 했던 월요일과 달리 화요일의 거리는 활기가 넘쳤다. 천막 설치도 효과가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손님들은 영상을 시청하며 쌈밥을 먹는 방법을 배우며 즐겁게 식사를 했다. 메인 홀이 가득차자 직원들도 흥이 났다. 부족한 반찬들도 생겨났다. 어제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었다. 

백종원은 손님들의 요구에 따라 맵기를 달리해서 제육볶음을 요리했다. 간장 제육볶음을 해달라는 주문도 있었고, '덜 짜게' 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식의 도시 나폴리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곳에는 주식인 파스타만 해도 종류가 300가지 이상이나 됐고, 식당에서는 선호도에 따라 면을 익히는 시간까지 선택이 가능했다. 

이를 '입맛이 까다롭다'고 본다면 어찌 장사를 할 수 있겠는가. 취향에 따른 요구가 자연스러운 곳인 만큼 손님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백종원도 기꺼이 주문에 따라 요리에 임했다. 그렇다면 한국식 커피, 그러니까 '다방 커피'에 대한 나폴리 손님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낯설어 할 것 같은 예상과 달리, 손님들은 '인삼 커피' 같다는 평가를 쏟아냈다.
 
 tvN <장사천재 백사장>의 한 장면.
ⓒ tvN
 
인삼 커피는 현지의 자판기에서도 판매될 정도로 대중적이고 인기있는 커피였다. 물론 실제로 인삼은 들어가지 않는데, 캔커피와 비슷한 느낌이라 생각하면 된다. 손님들은 '다방 커피'가 맛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새로운 음료 메뉴 도입과 각 음료에 맞는 설명까지 더해져 음료 주문도 대폭 늘어났다. 무엇보다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게 고무적이었다. 

그렇게 2일 차 장사가 끝났다. 매출은 다음 주 방송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분명 매출은 늘었다. 하지만 유동 인구가 전체적으로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다른 식당들의 매출도 늘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과연 백종원은 '장사꼴찌'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장사천재 백사장>은 시청률 4%대를 기록하며 순항을 하고 있는데, 장사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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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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