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손정의 성공비결‥치밀한 분석, 빠른 결단

긴급 사태 터질 때마다 빠른 대응
분석 능력·직감 능력도 장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30조원에 달하는 분기 손실과 최악의 주가 하락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내보였다. 그 심경을 암시적으로 표하기 위해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초상화를 내걸었다고 한다. 이 그림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다케다 신겐의 군세에 크게 지고 목숨만 건져 도망 와 자신의 비참한 모습을 기억하며 반성하겠다고 그리게 한 그림이라고 한다.

손 회장은 평소 사카모토 료마를 존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념이 아닌 이익을 중심으로 세상의 큰 흐름을 읽으며 여론을 내 편으로 만드는 능력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진취적인 혁명가의 모습을 추앙해 온 것이다. 평소에 사무실에도 료마의 초상이 걸려 있다. 그랬던 그가 최근의 실패를 반성하면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모습을 상기시키고 있다.

소프트뱅크비전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이 큰 적자를 내면서 30% 이상의 주가 하락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주가 하락과 엔화 약세가 동기화되면서 소프트뱅크의 타격이 컸다.

필자가 직접 만나 몇 번 회의해 본 경험으로 손 회장은 참으로 치밀한 반면에 감(感)이 참 빠른 사람이다. 소프트뱅크가 이동통신 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2000년대 초, 그가 도시락으로 점심을 하며 경영진과 토론하는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다. 필자가 일하고 있던 회사의 기술을 소개받으며 자신들의 계획을 토론하는 자리였다. 손 회장은 한 시간 남짓 토론하는 동안 아무 말 안 하고 듣고만 있더니 마지막에 일어서며 경영진에게 한 달 내에 도쿄 지역에서 새로운 이동통신 기술을 시험할 수 있게 기지국 안테나를 세울 건물 만 개를 계약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떠났다. 다음 단계에 필요한 일을 직감적으로 파악하고 행동에 옮긴 것이다.

새로운 기술로 이동통신회사를 설립하는 계획은 무산되고 후에 3위 기업인 보다폰(Vodafone K.K.)을 인수해 소프트뱅크로 기업명을 바꾸었다. 10년이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지진이 발생한 며칠 후 저녁에 전갈이 왔다. 회장을 포함해 몇 명이 바로 다음 날 자신의 사무실로 올 수 있냐는 것이었다. 너무 무례하고 황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얼마나 긴박한 제안이 있으면 그럴까 해 수락하고 다음 날 방문했다.

지진 후 일본의 전력난을 예상해 한국에 긴급히 데이터센터(IDC)를 지어 일본 기업들의 백업데이터센터로 사용케 하자는 제안이었다. 합의를 거쳐 몇 개월 만에 김해에 데이터센터구축을 끝냈다.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않은 듯하지만 긴급한 사태에 손 빠르게 대응하는 결정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몇 차례 회의하며 경험담을 듣고는 사업가로서의 그의 치밀함에 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보다폰을 인수했을 때의 경험담이다. 영국 보다폰의 일본 현지법인 격인 이동통신으로서 만년 꼴찌 적자 회사를 인수해 반전시키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다. 시장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과거 통화기록(CDR, Call Data Record)을 3개월간 직접 분석했다고 한다. 직접 빅데이터 분석을 해낸 꼴이다. 그 결과가 음성통화 무제한 제공과 1+1 정책이라고 한다. 전화기를 한 대 구입하면 한 대를 무상 제공했다. 그렇게 하면 한 대의 전화 사용료를 못 받지만 다른 통신사로부터의 접속료가 늘어 손해가 아니라는 분석 결과로 내린 결정이다. 이처럼 그는 필요하면 자신이 직접 치밀하게 분석하는 성향과 능력을 지녔다. 이렇게 성공하는 사업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