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화해가 美의 압박 탓이라는 中...한중일 회담 보류도 내비쳐
중국 언론들이 일제히 한ㆍ일 2차 정상회담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양국 간 화해 분위기는 언제든 깨질 수 있다고 깎아내리면서 대만 도발을 지속할 경우 한ㆍ중ㆍ일 회담은 어려울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8일 ‘기시다 방한, 한ㆍ일 ‘이상한 동침’’이란 제하의 톱 기사에서 한ㆍ일 정상이 두 달도 안 돼 재차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친미주의적인 한·일 지도자가 미국의 전략적 요구에 부응하려는 속내가 깔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매체는 “양국 간 빈번한 만남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압박에 역내 대결을 고조시키려는 의도”라며 “윤 정부 집권 시기 한국을 중국ㆍ러시아ㆍ북한을 향한 적대 전략에 편입시키려는 시도”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현재 양국 간의 긴밀한 관계는 우익 지지층에 기반을 두고 있어 모든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의 경우 윤 정부와 보수 진영이 권력을 잃으면 양국 간의 화해는 지속 불가능하고 깨지기 쉽다”고 비꼬았다.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했다고 했지만 실제 그들의 발언보다 기사의 표현 수위는 한층 강했다.
한셴둥(韓獻東) 중국 정법대 교수는 인터뷰에서 “국립현충원은 우익세력들의 반공 입장을 알리는 상징”이라며 “기시다 총리의 현충원 방문은 양국의 관계가 두 우익 정당이 공유하는 이데올로기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중국글로벌TV네트워크(CGTN)는 이날 기시다 총리 방한에 항의하는 시위를 집중 조명했다. 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양국 회담을 ‘수치스러운 외교’라고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에 참여했다고 전하며 한국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인민일보는 "핵오염수 방류를 즉각 중단하라"는 전문가 칼럼을 게재했고, 중국 매체 펑파이(澎湃)는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에게 “역사를 청산하지 않고는 협력할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 대목에 한국 네티즌들이 분노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대만 문제도 빠지지 않았다.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한국과 일본 모두 중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에 대해 도발하고 있다”며 “이를 시정하거나 해명하려는 명확한 태도를 보이기 전에 3자 회담이 복원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ㆍ중ㆍ일 정상회의는 지난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마지막으로 개최된 이후 한일 관계 경색과 코로나 19 확산 영향으로 3년간 열리지 않았다. 올해 한국이 의장국인 가운데 중국 외교부는 지난 3월 20일 브리핑에서 “3국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한국의 제의를 지지하며 소통하고 조율하길 원한다”는 지지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한ㆍ미ㆍ일 공조 강화 흐름 속 중국이 대립각을 세우고 나서면서 3국 정상회의에 대한 협력 기조를 ‘보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비방을 문제 삼은 주중한국대사관의 공식 항의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박 사설을 공개했다.
매체는 “다른 나라 매체의 독자적 보도에 대해 거친 방식으로 간섭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한국 정부가 국제정치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앞서 주중한국대사관은 지난 4일 이들 매체가“부적절한 어휘를 사용해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을 객관적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폄훼했다”며 항의 성명을 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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