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지지율 -22%p' 민주당, 딜레마에 빠지다 [김봉신의 여론감각]

김봉신 2023. 5. 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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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신의 여론 감각] 충성도 높은 지지층 이탈, 어떻게 봐야할까

[김봉신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남소연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출렁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5일 발표한 5월 1주 정당 지지도를 보면 민주당이 한 주 전보다 5%p 하락해 32%가 됐고, 국민의힘은 3%p 상승해 35%가 됐다. 두 정당 모두 오차범위 내에서의 변동이라서 횡보한다고 봐야겠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이 한 번 더 상승하면 골든크로스를 얻을 것처럼 보여 이목을 끈다.

사실 두 정당의 격차는 불과 3%p 격차고, 얼핏 보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에 힘입어 보수 성향자의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이 강해져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필자가 세부 특성 집단별로 살펴보니 조금 상황이 달랐다. 이번 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도가 출렁이는 현상의 원인을 살펴본다.

한국갤럽 보고서의 차트를 보면 최근 5주 동안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33% → 36% → 32% → 37% → 32%로 위아래로 진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은 32% → 31% → 32% → 32% → 35%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변동폭이 좁고 30% 초반대에 묶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 한국갤럽 정당 지지도(5월 1주) 5월 2~4일 조사한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포인트 하락했다.
ⓒ 한국갤럽
 
국민의힘 지지도가 3월 1주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에 힘입어 고점 39%를 찍고 하락해 30% 초반에 고착된 탓이기도 하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 고착과는 별개로 민주당 지지도는 홀로 출렁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한국갤럽은 "요즘처럼 진폭이 클 때의 민주당 지지층은 상대적으로 연성(軟性), 진폭이 작은 국민의힘 쪽은 경성(硬性)이라 할 수 있겠다"라고 풀이했다. 연성(부드러운)과 경성(단단한)으로 구별할 수 있다면 지지자의 지지 강도 혹은 충성도에서 차이가 있다는 견해 같은데, 좀 더 세밀하게 봐야 하겠다.

민주당, 40대에서 22%p 하락

이번 조사 결과를 보고 필자가 깜짝 놀라 수치를 다시 확인하고 또 확인한 게 있다. 40대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무려 22%p 하락(58% → 36%)한 것이다. 40대의 조사 완료 표본 수는 176명이고 오차범위는 ±7.4%p(95% 신뢰수준)이니 격차가 14.8%p를 넘으면 유의한 변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엔 오차범위를 크게 뛰어 넘는 변동을 보였다.

또한, 보통 여론조사를 할 때 연령대를 5~6개 구간으로 나눠 진행하니 전국 1000명을 조사할 때 연령대별로는 20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각 구간별로 표본 수가 적으니 한 연령대 내에서 오차범위는 커지기 때문에 위와 같이 40대에서 오차범위를 넘는 22%p라는 큰 변동은 흔한 일이 아니다.

나아가,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하는 2030세대와는 달리 40대는 기존 정당 지지 성향의 응답자가 다수 분포하는 연령대다. 40대면  민주당 지지도가 탄탄했던 연령대 아니었던가. 이번 한국갤럽 조사에서 40대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36%로 전체 평균 32%와 큰 차이가 없는데, 직전 세 번의 조사에서는 모두 50%대의 지지도를 얻었었다. 놀랄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 방미 성과로 인한 효과일까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지적한 것처럼 40대의 큰 변동을 윤 대통령의 방미로 인한 보수 성향자의 응답 적극성이 강해진 탓으로 보면 일시적인 현상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꼭 그렇지 많은 않은 이유가 있다. 

첫째 같은 조사에서 40대의 윤석열 대통령 부정 평가가 직전 조사에서보다 12%p 적어지긴 했지만, 72%를 기록해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40대에서 긍정률은 20%로 18~29세 중 나타난 13% 다음으로 낮았다.

둘째, 보수 성향자가 더 많이 잡히지 않았다. 직전 조사에서보다 보수 성향자는 34명이 적게 잡혔으니 보수 성향자가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이 강해졌다고 할 수도 없다. 진보 성향자도 직전 조사에서보다 10명 덜 잡혔다.

셋째, 같은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에 대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은 40대에서 가장 낮은 비율인 32%였다. '도움 됐다'는 응답은 전체 평균 42%였고, 60대 중 55%, 70대 이상에서 52%, 30대 중 45%, 18~29세 중 40%, 50대에서는 40대와 비슷한 34%로 나타났다.

결국,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로 인한 컨벤션 효과는 40대 내에서 큰 영향이 있다고 볼 수가 없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비율은 여전히 높으면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비율은 크게 낮아진 것이다.

중도가 움직이고 있다

한국갤럽이 4월 4주에 발표한 4월 전체 월간 통합(n=4006명) 결과 중 주관적 정치 성향을 보면, 중도가 전체에서 34%를 차지했다. 그런데 40대 중에선 41%가 중도라고 응답해 평균보다 높은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 미세한 차이긴 하지만 중도 성향자 비율이 다른 연령대에서보다 높다.

5월 1주 조사에서는 중도 성향자 중 연령대별 비율을 볼 수 있는 결과도 있었다. 중도 성향자 전체 중 4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23%로 다른 연령대에서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다. 보수 성향자 중에서는 40대가 16%, 진보 성향자 중에서는 15%이니 40대에 중도 성향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건 사실이다.

지난 4월 3주 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돈 봉투' 의혹이 보도 되고, 중도 성향자 중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오차범위 내에서 10%p 하락한 바 있다. 이때 민주당 전체 평균 지지도는 36%에서 32%로 4%p 하락했었다. 중도가 지지도 하락을 견인한 것처럼 보였다.

바로 직후 4월 4주에 민주당 지지도가 5%p 회복하면서 37%가 될 때에, 중도 성향자 중에서 오차범위를 넘는 14%p 상승이 있었다. 간호법 등 입법 과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한 결과로 해석됐다. 중도가 지지도 상승을 견인한 것이다.

그런데 5월 1주에 중도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8%p 하락하고 국민의힘 지지도는 6%p 상승했다. 그러면서 40대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22%p 하락한 것이다. 중도 성향자 비율이 높은 40대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크게 하락한 현상은 무엇 때문일까.

민주당의 딜레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4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 남소연
 
민주당 관련 논란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고,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나 소속 인물의 재산 형성 등으로 확산하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의혹 자체로 지지도가 하방압력을 받는 데서 더 나아가, 고관여 행동주의 지지자의 태도와 그에 영향을 미치는 유튜버와 논객에 의해서도 하방 압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4주에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때 민주당 지지도는 4%p 상승했으나, 직후 3월 1주에 이른바 소위 '수박 색출'이 시작돼 언론에 등장할 때에는 5%p 하락했다. 이때도 중도 성향자 중 민주당 지지도가 출렁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2월 4주에 중도 성향자 중 민주당 지지도는 오차범위 밖에서 14%p 상승했지만, 그 직후에는 7%p 하락해 상승과 하락의 중심에 있었다.

고관여 행동주의 지지자는 어느 당에서나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지지하는 마음이 지나쳐 당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인물이나 다른 당의 건전한 연대활동에 과격한 훌리건 행태를 보이면 중도 성향자는 떠날 수 있다. 지금 민주당 지지도가 출렁이는 것은 지지자가 없거나 충성도가 연성(軟性)이기 때문이 아닌 것 같다. 중도 성향자가 민주당 편에 있다가 떠났다가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5월 1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여야 후보 중 어느 쪽이 더 많이 당선돼야 하는지를 물었더니, 정부 견제론에 해당하는 '야당 다수 당선'이 49%로 나타나 정부 지원론(37%)보다 우세했다. 40대에서도 61%는 '야당 다수 당선'을 선택해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민주당 지지는 철회하면서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높은 것은 제3정당에 민주당 표가 분산될 가능성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민주당의 위기는 고관여 지지자의 충성도가 경성(硬性)이 되면 더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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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 조사는 자체조사이며, 보통 매주 화·수·목요일에 조사하고 있습니다. 언급된 조사의 조사 기간은 아래와 같습니다.

5월 1주: 5월 2~4일 / 4월 4주: 4월 25~27일 / 4월 3주: 4월 18~20일 / 4월 2주: 4월 11~13일 / 4월 1주: 4월 4~6일 / 3월 1주: 2월 28일, 3월 2일 / 2월 4주: 2월 21~23일

더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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