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가슴에 달린 '블루 리본', 유독 눈에 띈 까닭

임병도 2023. 5. 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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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 피해자 문제 중요시하는 일본... 강제 동원과 위안부 문제는 왜 외면하나

[임병도 기자]

 한국을 방문한 기시다 일본 총리가 착용한 '블루리본'은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한 전국협의회'에서 제작한 배지이다.
ⓒ 임병도
  
지난 7일 한국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그는 양복 가슴팍에 푸른색 배지를 달고 있었다. 이 배지는 일명 '블루 리본'으로,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한 전국협의회'에서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블루 리본'의 파란색은 동해와 푸른 하늘을 상징하는 것으로, 납치된 일본인과 가족이 떨어져 있지만 같은 하늘 아래 있음을 의미한다. 

일본 정치인들의 중요 의제가 된 '납북 피해자들'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걸쳐 많은 일본인들이 행방불명됐다. 일본정부는 1991년부터 망명한 북한 공작원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에 의한 납치를 주장했지만, 당초 북한은 이를 부인해 왔다. 

'내각관방 납치문제 대책본부 사무국'에서 펴낸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보고서를 보면 일본 정부가 납치 피해자로 인정하고 있는 일본인은 총 17명이다.

북한은 2002년 9월 열린 북-일 정상회담에서 13명의 납치를 시인했고, 같은 해 10월 5명의 납치 피해자(지무라 야스시씨, 지무라 후키에씨, 하스이케 가오루씨, 하스이케 유키코씨, 소가 히토미씨)가 24년 만에 일본으로 귀국했다. 북한은 나머지 8명은 자살, 교통사고,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했다고 통보했다. 

2004년 5월 고이즈미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남아 있던 지무라씨와 하스이케씨 가족 등 총 5명이 귀국했고, 두 달 뒤 소가 히토미씨 가족 3명도 일본으로 돌아왔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북한과 일본은 납치 관련 협의와 조사를 실시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고, 2016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북한은 일방적으로 특별조사위원회 해체를 선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11월 24일 오후(현지시간) 일본 국회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던 모습. 양복에 달린 푸른 리본이 보인다.
ⓒ 연합뉴스
 
일본 정치인들에게 납치 피해자 문제는 중요한 의제였다. 북한은 물론이고 한국과 미국, 중국 등 다른 국가와의 정상회담에서도 늘 납치 피해자 문제를 거론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서 김영남 북한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납치 피해자의 귀국을 강력하게 요구했다(관련 기사: 아베, 평창 리셉션서 김영남과 대화 "일본 생각 전했다"). 미국에도 이를 끈질기게 요구, 아베 총리의 요청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납치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일본은 G7 정상회담이나 ASEN 관련 정상회의, 유엔 회의 등에서도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을 빠짐없이 언급하며 국제사회의 지지와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자국민 인권 침해 강조하는 일본... 한국의 강제 동원과 위안부 문제는?

일본에서는 정치인들의 '블루 리본' 착용이 보편화됐다. 총리와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지방의회 의원들도 배지를 착용하고 다니며 자신들이 납치 피해 등 인권 침해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내세운다. 

지난해 주일 미국대사관도 일본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납치 피해자와 가족 지원을 의미하는 블루 리본을 착용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일본 측은 "북한에 의한 납치 문제는 일본의 주권 및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중대한 문제이며 국가가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할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한다. 또한 납치 문제는 국적과 상관없는 중대한 인권 침해라고 지적한다. 

일본이 꽤 오랜 시간 동안 해결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찾은 기시다 총리의 가슴에 달린 블루 리본을 보면서 한 가지 강한 의문이 들었다. 과거 일본이 한국인을 상대로 저지른 강제동원(징용)과 '위안부' 문제는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것인가. '인권'에는 국적이 없다. 자국민의 인권이 중요하다면, 타국민의 인권도 존중해줘야 한다.

이번 한일정상회담 자리에서도 강제동원에 대한 제대로 된 사죄 없이 "저도 당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라는 말로 대신한 기시다 총리가 두 사안이 다르지 않음을 인정하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사죄와 배상을 하길 바란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강제동원 소송 대리인단 등 관계자들이 4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규탄하며 대법원 특별현금화 명령 재항고심 사건에 대한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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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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