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일 리더십 평가"…NYT "글로벌 변화의 압박이 해빙 원동력"

김상진 2023. 5. 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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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답방으로 두 달 만에 성사된 한ㆍ일 정상 간 셔틀외교에 대해 미국 정부가 환영의 뜻을 재차 밝혔다. 미 언론에선 이번 정상회담을 두고 “한ㆍ일 해빙의 원동력은 미국과 중ㆍ러 간 신냉전과 공급망 위기, 대만 침공 가능성 등 공동의 글로벌 도전 과제에 있다”는 등의 평가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란히 걷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7일(현지시간)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한ㆍ일 양국의 동맹인 미국은 양국 정상회담을 환영한다”며 “우리는 자유롭고 열린 안전한 인도ㆍ태평양을 발전시키기 위해 동맹 및 협력국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리더십을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북핵 이외에도 공동 과제 많아"


미 언론에서도 이번 회담이 한ㆍ일 관계 정상화는 물론 한ㆍ미ㆍ일 간 결속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특히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한ㆍ일 간 해빙을 이끌어낸 원동력’이라는 제목의 서울발 분석기사에서 “글로벌 변화에 따른 압박과 양국 지도자의 개인적인 접근 방식이 양국 간 불화를 무마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이란 표면적인 공동의 안보 목표 이외에도 양국이 처한 공동의 위기 요인이 한ㆍ일 관계를 급속히 진전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신문은 현재 양국이 직면한 글로벌 도전 과제로 ▶중ㆍ러와의 긴장 ▶취약한 글로벌 공급망 ▶대만에 대한 우려 증가 등을 들었다.

최근 몇 년 새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한·일 양국의 영공 주변에 무단 침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12월 22일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들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진입헤 연합훈련을 가진 뒤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 러시아 수호이(Su) 전투기가 중국 H-6 폭격기를 호위하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미국에 대항하는 중ㆍ러의 군사적 도발과 관련해선 “최근 몇 년간 중ㆍ러 군용기들이 한ㆍ일 영공 근처에서 연합기동훈련을 펼치고 있다”며 “이는 양국이 급변하는 지정학적 환경에 따라 단독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군사화 시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서울과 도쿄는 미국과 더욱 긴밀히 협력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한ㆍ일 양국이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반도체 관련 수출규제 조치 철회’(일본)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취하’(한국) 등에 나선 것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했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국이고, 일본은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도구와 재료의 공급국”이란 점을 강조하면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도 인접국이자 미국의 동맹인 한ㆍ일의 공동 안보 위기 요인이다. NYT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서울ㆍ도쿄ㆍ워싱턴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한다는 강력한 공동의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며 “(중국의 대만 침공을 기회로) 북한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역내에서 미군에게 두 개의 전선을 동시에 열게 되는 것”이라며 “(그래서 미국은) 한ㆍ일과 양자 동맹을 대만해협과 관련한 지역 내 핵심 전략 자산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진정성 표현하려 노력"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한ㆍ일 정상회담 관련 기사에서 기시다 총리가 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해 “당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수많은 분이 매우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한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힌 것에 주목했다. 신문은 “한국의 대중이 기시다 총리의 발언에 어떻게 반응할지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 우리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가 진정성을 표현하려고 노력한 것은 사실”(신각수 전 주일대사)이라는 해설도 덧붙였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국제관계학 강사는 WP와 인터뷰에서 “1년 전과 비교하면 큰 변화로, 윤 대통령은 과거를 넘어 미래 협력과 양국이 직면한 공동의 도전에 대처하는데 거의 전적으로 집중할 준비가 돼 있다”고 이번 정상회담을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이는 많은 한국인이 받아들일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이 7일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최근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핵협의그룹(NCG)’을 일본을 포함해 확대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 “배제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도 미 전문가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와 관련,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한ㆍ일 관계를 개선하려는 윤 대통령의 노력이 미국과 3자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됐다”며 “이는 미국과 동맹국이 다양한 분쟁 지역에서 침략을 억제하기 위해 모든 도구와 수단을 사용할 것이란 통합억지력을 발전시키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열망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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