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한일의원연맹 면담…'선린우호'기대한 정진석 vs 뼈 때린 윤호중

과거사·후쿠시마 오염수 등 與野 시각차 드러나
이재명 "당당한 국익외교에 임해야"

한일정상회담을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방한 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일 한일의원연맹 소속 여야 의원들과 50여분간 면담했다. 연맹 회장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선린우호 관계로 전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한일관계 개선 기대감을 내세운 반면, 간사장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역사왜곡·안보협력·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등에 있어서 "양국 정상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야당을 대표해 국민적 우려와 당부의 메시지를 가감없이 전달하는 데에 주력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시다 총리와의 면담에서 정 의원은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며 잘 사귄다'는 뜻의 '선린우호'를 덕담으로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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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은 기시다 총리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 1년 만에 한일관계에 훈풍이 든다"며 "양국관계 발전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도 (임기가) 4년 남았고, 기시다 정권도 회복세, 안정세에 있어서 양국 교류 협력을 강화하며 경험을 축적해나간다면 양국 관계는 그야말로 발전적인 선린우호 관계로 전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특히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한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을 선언하고 '슬픈 일에 마음이 아프다'고 개인적 유감을 표명한 것에 대해서는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기시다의 따뜻한 메시지도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고 했다.

그러나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이번 한일정상회담을 '굴종외교'로 평가하는 야당의 비판적인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특히 과거사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등에 대해서 대놓고 뼈 있는 말을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도 이날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기시다 총리에게 우리 국민들, 야당의 생각과 의견을 가감없이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첫째로는 기시다 총리가 2015년 아베 담화 시 더 이상 사과하지 않는 나라를 만든다는 단언에도 불구하고 과거 역사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해야한다고 아베를 설득했던 기시다 외상의 모습을 상기하면서 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에 따라 역사를 직시하고자 하는 양국 정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다.' 안보협력'에 있어서는 양국 간 갈등 사안을 안보 문서에 게재한 것에 대해 모순점이 있다는 점을 지적, 원활한 안보협력을 위해서는 안보 문서의 재개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요청했다. 윤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해서도 한국 국민들의 우려를 전달했다"면서 "해양 방류 외에 기타 다양한 대안도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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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두 의원 외에도 연맹 부회장인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 상임 간사인 국민의힘 성일종·민주당 김한정 의원도 초청을 받았지만 조율 과정에서 정 의원과 윤 의원 두 명만 참석하기로 했다.

이날 민주당은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를 이어갔다. 이재명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도 빈 잔을 채운 건 역시 윤석열 정부였다"며 "'물잔은 너만 채우라'라는 일본의 암묵적 요구에 그대로 따랐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한일관계 정상화는 필요하고 찬성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익과 국격, 역사 정의를 재물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셔틀 외교 복원'이라고 자랑하지만, '빵셔틀 외교'라는 자조적 힐난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당당한 국익 외교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