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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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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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는 그 말을 이해하기 위해 조금 노력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성인이 된 이후 가장 많이 한 공부는 모두 그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 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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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보 기자]
어린이 날의 전화
2023년 어린이날은 비가 왔습니다. 매장 밖으로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보고 있자니 상심하고 있을 어린이들과 즐겁게 보냈던 저의 어린 시절이 함께 떠오르더군요. 감사한 마음에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무슨 일이야?"
"어린 시절에 즐거웠던 것 같아서 전화했어요. 어린이날이니까."
"밥은 먹었니?"
"예 먹었어요. 오늘은 뭐하세요?"
"일하지."
"OO어린이는 계속 열심이네요. 안쓰럽게."
"그러게. 무척 바빠."
괜히 부모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며 너스레를 떨어봅니다. 감사한 마음이 너무 크니 되려 뻔뻔하게 구는 게 참 못났지 싶습니다. 그 많은 사랑을 다 받고 돌려준다는 게 겨우 몇 마디인데, 그것도 제대로 못하더군요.
전화를 끊고 창밖을 보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두 분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아마 오늘이 더 쓸쓸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행복한 추억이 많은 저도 이렇게 쓸쓸하니 말이죠.
어버이날
어린이날이 지나면 어버이날이 다가오지요. 그래서 어렸을 때에는 다가올 어버이날 걱정에 어린이날을 즐기지 못한 일도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별 능력도 하는 일도 없으면서 괜한 걱정과 스트레스만 늘어서, 부모 자식 간에 삼일 차이로 주고받는 이 행사를 서로 무효화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었죠.
그래서 였을까요. 솔직한 마음으로 어버이날 부모님께 감사를 드린 기억도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도 지금 생각해보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감사 인사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어찌되었든 그래도 이런 날 저런 날이 있어 기억을 되짚을 수 있다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5월에는 스승의 날도 있지요. 어린이날 어버이날을 지나 스승의 날까지 서로 감사를 주고 받는 기간을 날 좋은 5월에 모아놓은 게 또 재미있습니다.
▲ 언스플래쉬 |
ⓒ 이훈보 |
저는 커피를 다루는 사람이니 커피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오늘은 라떼입니다. 에스프레소에 넉넉한 우유를 섞어 부드럽게 마시는 커피입니다. 저는 식사를 하지 않은 아침에 주로 마십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우유에 잘 추출된 에스프레소의 풍부한 향이 섞이면 얼마나 맛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음료 자체보다 다른 뜻으로 더 많이 언급되기도 하지요.
'나 때'와 '라떼'의 어감이 비슷해서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이 '라떼는 말이야'로 유통되기도 합니다. '나 때는 말이야'는 추억을 이야기 하는 용도로 시작되지만 때로는 악습을 옹호 하는데 쓰여 최근에는 나쁜 표현처럼 이야기되지요. 그런데 저는 그 말을 이해하기 위해 조금 노력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과연 무엇이 달랐기에 그때는 그랬을까 싶었던 것이죠. 어쩌면 성인이 된 이후 가장 많이 한 공부는 모두 그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 일지도 모릅니다. 서러워 줄줄 흘러나오지 않으면 아무도 묻지 않는 부모님의 과거와 동세대가 겪은 고단함을 솔직한 자세로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대충 고개를 끄덕여 넘기는 게 아니라 마음에 나눠 담아보면 어떨까 싶었던 거죠. 부모님 미간에 드리워진 그늘을 나누고 싶었던 것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크기를 아득히 넘는 일이겠지만요.
그러니 라떼의 부드러운 발음만 가져다가 희화하기보다 때로는 라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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