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친구로 삼아야겠습니다
[이윤정 기자]
저는 올해 초 24년의 공직에서 퇴직을 하였습니다. 이제 갓 두 달을 오롯이 혼자 지내는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셈이지요. 미혼의 여성이 퇴직 후 홀로 생활을 영위하고자 할 때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겪어 보니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어느덧 저의 글쓰기 단골 소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뭐든지 '바빠서'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퇴직을 하니 무엇을 하며 지내야 하는지가 문제입니다. 뭐가 이렇게 극한의 경험을 겪게 되는지,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나름대로 시간을 밀도 있게 보내려고 애를 써보지만, 외로움의 문제는 정리를 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털 사이트에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정말 많은 수의 블로그, 뉴스 검색 결과들이 뜹니다. 그렇게 모두들 많이 외로운 것은 틀림이 없나 봅니다. 궁금한 것을 해결하고자 하면 저는 책을 찾아 읽습니다.
▲ <<외로움 수업>> 김민식, 생각정원 |
ⓒ 생각정원 |
김민식 작가의 이력에서 제가 기억하는 것은 2012년 MBC 파업 당시 노조 부위원장으로 앞장섰었고, 2017년 공영방송 총파업에 깊이 관여하여 시련을 겪으셨다는 겁니다. 다행히 파업의 정당성이 인정되어 2018년에 7년 만에 복귀하였으나 2020년 11월에 명예퇴직을 하셨고요.
이 책은 50대에 갑작스럽게 만난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맞이하고, 친해지고, 함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본인의 경험과 생각과 독서의 지혜를 살려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워낙 다독가로 유명하신 점을 감안하더라도 특히 그에게 독서는 가장 좋아하고 의미 있는 활동이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최고의 여가 활용법이라고 할 만합니다.
'느슨한 연대'는 이와 달리 미래 지향적이에요. 각자 지향하는 바가 비슷한 사람들과 연결됩니다. 지나치게 가깝지도 그렇다고 너무 먼 거리도 아닌, 하나의 공감대를 통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갑니다. ... (중략)... 연대의 목적은 더 멀리 가기 위함이다. 속도가 유효했던 건 고속 성장 시대에 한해서였다. 그 시대를 넘어 우린 더 멀리 보길 원한다. - 215p
동질감을 키워가는 것보다 어쩌면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키울 때 세상은 더욱 살만해질 거예요. 나만의 개성을 찾는 데 정해진 시기란 없어요. 노후의 시간이야말로 뭔가에 쫓기지 않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적기입니다. - 216p
공직에 있을 땐 저도 독서를 열심히 한다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르치기 위해 독서를 했습니다. 온전히 독서의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가르치기 위한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의무감에 한 면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 정말 독서의 목적이 저에게로 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독서활동은 저의 두뇌와 심장을 멈추지 않게 하는 에너지이기 때문입니다. 독서 모임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다행히 제가 갖고 있는 느슨한 연대를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의외로 외로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외롭다고 말하는 순간 사회적으로 낙오된 듯한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외로움은 표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드러내어 외로움을 친구로 삼아야겠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