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잔, 레트로 감성에 딱" MZ세대 사로잡은 막걸리

딸기·레몬 막걸리 등 인기, '스타워즈' 캐릭터 막걸리병도 등장... "맛과 향 좋아"

[한림미디어랩 김윤아]

▲ 전통주 보틀샵에서 선물용으로 구매되고 있는 프리미엄 막걸리 5종이다(좌). 차례대로 너드 브루어리 너디펀치(5도), 행산성주가 냥이탁주 막걸리 미니(9도), 홀리워터 마크홀리 벚꽃에디션, 온지술도가 온지몬(레몬), 민주술도가 민주허브막걸리(14도)

"막걸리가 요즘 트렌드다. 눈도 입도 맛있다."

최근 막걸리를 자주 마신다는 김아무개씨의 말이다. 소주·맥주와 달리 전통술로 알려진 막걸리가 최근 딸기·레몬·허브 막걸리 등 '맛'과 '향'을 즐기는 20·30, 'MZ세대의 술'로 새로 태어나고 있다.

(사)한국막걸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막걸리보다 가격이 3배 이상 훌쩍 뛰어넘는 이른바 '프리미엄 막걸리'가 인기다. 이 관계자는 "외관이 일반 막걸리와 달리 고급스러워 특별한 선물용으로 많이 구매되고 있고 막걸리 병을 특이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소장용 목적의 구매 또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막걸리는 딸기·레몬 등 첨가물도 다양하고, 5·9·14도 등 알콜도수도 다양하다. 모두 '전통주 보틀샵'이라는 이름의 오프라인 매장들뿐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서도 유통된다. 이 중에는 막걸리 병마개가 할리우드 영화 '스타워즈'의 캐릭터를 본 독특한 막걸리도 있어 소장용으로 인기다.

"가심(心)비 충족하는 막걸리, 향도 맛도 좋아"

프리미엄 막걸리가 젊은 층에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맛 때문이다. 소주나 맥주처럼 향료의 첨가가 아니라 실제 과일의 즙이 들어가거나 과일째로 넣어 술이 아닌 음료수로 느껴진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아무개씨는 "올해 겨울, 딸기 막걸리를 마시러 대구에 갔는데 진짜 딸기가 들어간 생막걸리라 그런지 눈도 입도 즐거워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짧은 유통기한으로 인한 신선함과 과일로부터 오는 단맛이라는 장점만을 모은 발효주이자 담금주 형태의 과일막걸리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

대구에 위치한 '월랑'의 딸기막걸리는 딸기향료가 아닌 실제 딸기가 들어간 것을 소비자가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과일의 달달함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을 방문했던 김씨는 "과일 막걸리에 한동안 빠져 집 근처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유자 막걸리도 자주 마시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장수막걸리(주) 관계자는 "20·30세대는 기성세대의 틀을 벗어나려고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향'이 있고 '맛'이 있는 막걸리의 선호는 소주와 맥주를 중점으로 소비하는 기존 문화에서 벗어나려는 그들만의 생각과 주장이 담긴 것이라 본다. 남들과 다르면서도 가심(心)비를 충족시키기 좋은 막걸리에 열광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기성세대의 틀을 벗어나려는 MZ세대의 지향이 과일맛 나는 막걸리와 만나 이른바 '프리미엄 막걸리'가 탄생한 것이다.

▲ 레트로 감성의 식탁과 양은 막걸리잔이 제공되는 춘천에 있는 막걸리 음식점 ‘청파동’이다. 사진=독자제공

막걸리는 또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 감성에도 부합한다. 막걸리를 전용 양은잔에 따라 마시는 감성은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한 경험이다. 막걸리 취급 요리주점 또한 점점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기도 나날이 치솟는 추세다.

서울시 관악구에 사는 김아무개씨는 "요즘 레트로 감성이 인기지 않냐. 막걸리를 양은잔에 따라 마시면 재미가 있고 술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최근 이런 경험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점들이 늘어 일부러 막걸리를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막걸리가 가게에서 파는 다양한 안주들과도 조합이 좋다"면서 "안주와 술이 어울리는가도 매우 중요한데 막걸리는 감자튀김과도 어울리고 여러 안주의 궁합이 맞다"고 전했다.

이러한 인기 때문인지 국내 막걸리 출고금액이 10년 만에 5000억 원을 넘어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1년도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 보고서와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국내 탁주(막걸리) 출고금액은 5098억 1500만 원으로 전년(4705억 7900만 원) 대비 8.3%(392억 3600만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탁주의 출고금액이 5000억 원을 넘긴 것은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문화재청도 지 2021년 '막걸리 빚기'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선정했다. 오는 12일부터는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여러 가지 막걸리를 접할 수 있는 막걸리 엑스포가 열릴 예정이다.

▲ 탁주 출고 현황과 2030세대의 막걸리 검색어 트렌드 데이터이다. 2020년부터 막걸리 출고 금액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출처=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22, 2021년도 주류시장 트렌드 보고서

▲ ‘스톰탁주’의 온라인 구매 후기이다. “패키지가 마음에 들어 구매했으며 선물용으로도 적합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막걸리가 다양한 문화콘텐츠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팬층을 확보할 수 있음을 알게 해준다.

김윤아 대학생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www.hallymmedialab.com)에도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