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시다 가슴 위 '파란 리본'…"납북자 해결의지"
日 정치인들, 공식행사 때 모두 착용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정을 소화하는 내내 '파란 리본' 형상의 배지를 착용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를 상징하는 배지로, 북핵 위협에 맞설 안보 협력은 물론 북한의 반인권적 행위에 대한 규탄 메시지까지 발신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8일 외교 당국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전날 일본에서 출국할 때부터 방한 첫 일정으로 국립 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할 때도 빠짐없이 '파란 리본' 배지를 착용했다. 기시다 총리는 앞서 올해 1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미일 정상회담을 할 당시에도 이 배지를 옷깃에 달았다.
외교가에선 기시다 총리의 정장 오른쪽 옷깃 위 배지에 담긴 의미가 널리 알려져 있다.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를 상징하는 이 배지는 스쿠우카이(救う?·구출회)라는 일본 시민단체가 처음 만들었다. 계기는 2002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에게 일본인 납치 사실을 시인하면서다. 이후 일본에서 민간 차원의 납북자 구출 운동이 시작됐으며, 이를 상징하는 심벌로 '파란 리본' 배지가 쓰인 것이다. 파란색은 납치 피해자와 가족, 일본 국민들이 일본과 북한 사이를 잇는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며 '재회'를 기다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일(對日) 소식통은 "일본에선 이 리본을 '블루 리본'이라 부르는데, 정치인이 이를 착용한다는 것은 납치 문제를 잊지 않고 있다는 각오를 알리는 동시에 북한에 억류된 일본인의 석방을 촉구한다는 뜻"이라며 "기시다 총리 외에 내각 각료 전원이 공식행사에선 이 배지를 착용한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아베 신조 전 총리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북한에는 일본인 12명이 억류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1970~1980년대 공작원 교육 등을 목적으로 12차례에 걸쳐 일본인 17명을 납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5명은 2002년 김정일-고이즈미 간 한일 정상회담 때 '일시적 귀환'이라는 형식으로 귀국했다. 당시 김정일은 "공작원에게 일본어와 자연스러운 일본 문화를 가르칠 교육관이 필요해서 (납치)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정부는 남은 12명에 대해서도 송환을 촉구해 왔지만, 북한은 8명이 사망했으며 나머지 4명은 아예 북한에 온 적도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북한은 1953년 정전협정 이래 70년간 최소 5만명의 국군포로와 10만명에 달하는 민간인 납북자의 송환을 거부하고 있다. 북한은 정전 이후로도 베트남전과 해군 방송선 'I-2호정' 나포사건, KAL기 납북사건 등을 통해 국군포로와 민간인 납치를 지속했다. 최근 10년 동안에만 최소 6명(김국기·최춘길·김정욱·김원호·고현철·신원미상 1명)의 한국 시민을 억류하고 있다.
'北 납치' 기억하는 日 사회…계기는 사라진 소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는 '요코타 메구미' 사건이다. 1977년 11월 당시 13세로 일본 니가타현에 살던 메구미양은 하굣길에 사라졌다. 그의 부모는 매일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딸을 찾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1997년 탈북자에 의해 메구미양을 비롯한 다수의 일본인 납치자가 북한에 억류돼 있다는 사실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이 밖에도 메구미양을 북한에서 만난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어린 소녀는 납치 당시 북한으로 향하는 배 안의 화물칸에 40시간 넘게 감금됐으며 손톱이 빠질 정도로 문을 긁으며 부모님을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2002년 제1차 북일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은 '일본인 납치'를 처음 인정했고 관련 정보를 일부 공개했다. 메구미양은 북측이 공개한 사망자 명단에 포함돼 있었으며, 북한은 그가 1993년 정신병으로 입원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으로 귀국한 납치 피해자의 증언에 따르면 1994년까지도 메구미양이 생존했던 것으로 전해지며, 2004년 제2차 북일 정상회담 당시 북측이 일본에 전한 메구미양의 유골 역시 DNA 감식 결과 그의 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메구미양의 생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일부러 저러는 건가"…짧은 치마 입고 택시 타더니 벌러덩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핸들 작고 승차감 별로"…지드래곤 탄 트럭에 안정환 부인 솔직리뷰 - 아시아경제
- 진정시키려고 뺨을 때려?…8살 태권소녀 때린 아버지 '뭇매'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