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실적 하반기부터 역성장 예고…관치 압박 '충격파'

부광우 2023. 5. 8. 09: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분기 순익, 전년比 12.5% 감소 예측
"금리 인하·충당금 확대" 요구에 '제동'
은행 먹구름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4대 금융그룹의 순이익이 올해 하반기부터는 역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어져 온 성적 상승 곡선이 3년여 만에 변곡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사 경영에 호재로 꼽히는 고금리 상황이 펼쳐져 있음에도, 금융당국이 대출 이자율을 강제로 억누르고 위기에 대비한 충당금을 더 많이 쌓으라고 주문하는 등 관치 압박 거세지면서 실적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예측한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4조35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우선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이 1조180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6.0%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나금융 역시 9509억원으로, 우리금융도 8464억원으로 각각 15.2%와14.4%씩 해당 금액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의 당기순이익만 1조3759억원으로 8.2%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4대 금융그룹 당기순이익 전망치.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이렇게 되면 몇 년째 계속돼 온 금융그룹들의 실적 개선 흐름에 올해는 제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19년 10조9791억원을 기록했던 조사 대상 금융그룹들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이듬해 10조8143억원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이후 ▲2020년 10조8143억원 ▲2021년 14조5428억원 ▲2022년 15조7322억원 등으로 꾸준히 확대돼 왔다.


특히 올해 기준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찍을 정도로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음에도, 금융그룹 실적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통상적으로 이 같은 고금리는 각 금융그룹들 내 이익의 핵심인 은행의 예대 마진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이처럼 높은 금리에도 금융그룹들의 실적 부진이 예측되는 배경에는 우선 대출 이자율 인하 요구가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와중 은행들만 고금리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자 금융당국이 브레이크를 걸고 나서면서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 흐름대로 대출 이자율을 올리지 못하고, 오히려 금리 감면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보다 능동적으로 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라는 금융당국의 요구도 금융그룹들의 실적을 갉아먹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금융사의 충당금 전입액은 영업이익에서 차감되기 때문에 실적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주요 대형 은행들의 재무·리스크 담당 부행장급 임원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충당금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금융당국은 올해 1분기의 경우 금융지원의 특수성과 미래 경기 전망 등을 반영해 각 은행이 알아서 충당금을 많이 쌓도록 요청했다. 2분기부터는 같은 맥락에서 충당금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그룹들은 지난해에도 일제히 충당금 파이를 키운 상태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주문대로라면 올해 이를 더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4대 금융그룹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총 5조1033억원으로 전년 대비 57.0% 급증했다. 신용손실충당금은 금융사가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의 일부가 회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의 일부를 충당해 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그룹들의 순이익은 현재가 정점인 추이를 나타낼 것"이라며 "다만 기준 금리가 최고조임에도 정부의 개입으로 실적이 감소 전환하게 되는 현실은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